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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의 남한산성'과 시진핑 황제 등극의 함수관계


입력 2017.10.29 06:22 수정 2017.10.29 08:16        데스크 (desk@dailian.co.kr)

<호호당의 세상읽기>글로벌 패권 장악해 중화제국 영광 재현 목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월 6일 오전(현지시간) 베를린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월 6일 오전(현지시간) 베를린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치국(以正治國)이란 말이 있다. 노자 도덕경 속의 말인데 바른 이치로서 나라를 다스린다는 뜻이다. 그 말이 엄청 끌렸던 모양인지 살짝 비틀어서 치국이정(治國理政)이란 말을 만든 자가 있다. 이번 중국 공산당 대회를 통해 1인 체제를 확고하게 굳힌 시진핑이 그 장본인이다.

시진핑은 1인 체제를 굳히기 위해 5년 동안 부패청산을 명분으로 무려 250명의 고위간부들을 포함하여 무려 140만에 달하는 공직자들을 숙청하고 그 자리에 자신의 측근들로 채웠다.

시진핑은 중국의 대표 고전인 도덕경의 한 문구인 ‘이정치국’에 단어의 순서를 거꾸로 하고 또 한 글자를 살짝 비틀어서 만든 ‘치국이정’이란 신조어를 자신의 정치이념으로 소개했다. 우리말 소리만이 아니라 중국어 발음도 거의 같다.

그렇다면 시진핑의 치국이정이란 과연 무엇일까? 하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 중국만의 사회주의’, 중국식 표현으로 신시대중국특색사회주의(新時代中國特色社會主義)라는 것이다.

무엇이 신시대(新時代)인가? 시진핑의 말에 의하면 조만간 미국이 물러가고 그를 대신하여 중국이 세계의 패권을 잡게 되는 시대를 말한다. 그렇다면 ‘중국특색사회주의’란 또 무엇인가? 중국 공산당의 영도 하에 시장경제를 통한 지속적인 경제발전으로 완벽한 사회주의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신시대중국특색사회주의’란 중국이 공산당의 영도 아래 시장경제를 통해 지속적인 발전을 해나갈 것이고 그로서 모든 인민이 잘 사는 사회주의를 건설함은 물론 대외적으론 미국을 뒤로 젖히고 글로벌 패권을 장악함으로써 중화제국의 영광을 다시 찾겠다는 것이다.

줄이면 모든 글로벌 세계를 신하로 만들어 중국의 무릎 아래 조공(朝貢)의 예를 올리도록 만들고 또 조아리게 만들겠다는 시진핑의 원대한 포부가 집약되어 있다 하겠다. 더 줄이면 중국을 글로벌 천자(天子)의 나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번 공산당 대회가 끝나자마자 중국 랭킹 제2위 대학인 인민대는 잽싸게 ‘시진핑 사상연구센터’를 발족했다고 한다. 모택동과 동격에 놓고 우상화 작업을 본격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북핵 위협으로 인해 사드 미사일을 배치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작은 나라가 감히 어떻게 하늘 아래 모든 것을 지배하는 천자(天子)가 거처하는 쪽을 향해 그런 불경한 장난질을 하느냐며 야단을 치고 있다. 더 혼나기 전에 얼른 사드를 걷어치우라는 중국의 호통이다.

이번에 당 대회를 통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시진핑이 우리 쪽을 향해 슬슬 관계를 정상화하자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방심할 일 결코 아니다. 중국은 북한과 우리를 포함하여 한반도 전체를 그들의 영향권 안에 둔다는 것을 기본 전략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조이고 당기면서 우리더러 알아서 굽히고 들어오라는 것이 중국의 요구이다. 아직은 미국이 좀 더 강해보이겠지만 그건 시간문제일 뿐 나중에 후회막급(後悔莫及)할 일 일찌감치 그만두라는 중국인 것이다.

시진핑의 거창한 포부가 정말로 현실화될 것 같으면 그야말로 우리는 또 다시 ‘굴욕의 남한산성’ 한 번 더 해야 한다는 얘기인데, 이거야 원 참, 아무튼 큰일이다.

솔직히 말해서 생긴 거라곤 중국 마카오 도박장 앞에서 노름판 돈 빌려주는 전당포 주인같이 생긴 시진핑이건만 야심 혹은 욕심은 하늘만큼 땅만큼 크니 큰일이 아닐 수 없다.

나 호호당의 젊은 날, 딱 마흔의 나이에 직장을 그만 두고 오로지 중국말을 그런대로 할 수 있다는 것 하나 믿고 혈혈단신 중국에 진출했던 적이 있다. 올해 내 나이 예순하고도 셋이니 23년 전의 일이다.

당초의 뜻을 이루지는 못했으나 실로 다양한 계층의 중국인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개중에는 지금도 연락하고 지내는 이들도 몇 있다. 뿐만 아니라 나는 여전히 중국 미디어들의 기사를 꾸준히 읽어오고 있어 그들의 생각을 능히 짐작하고 있다.

중국인들의 바람 역시 경제수준이 높아져서 미국이나 유럽처럼 잘 살아보았으면 하는 마음이었고 또 미국이나 유럽에 대한 질투심과 부러움이 가득했다. 그 사이에 중국은 엄청나게 변했고 강해졌지만 근본적으로 중국이 변한 것은 없다는 생각을 한다.

이 세상 어디나 그렇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미디어가 이끄는 대로 따라간다. 미국인들도 유럽인들도 또 우리 역시도 그렇다. 그처럼 중국인들 역시 미디어를 접하면서 생각을 만들어간다. 이에 중국 공산당은 미디어를 통제하고 미디어는 인민을 통제한다.

그 결과 중국인들은 우리 대한민국이 과거의 조선시대처럼 그들을 섬길 마음이 없다는 사실을 모른다. 모르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이해할 생각도 하지 않는다. 장차 우리가 그들의 영향권 안에 들어가는 것을 지극히 당연시 여기고 있다.

게다가 서구식 민주주의는 대단히 위험한 정치체제란 생각에서 중국인들은 거의 벗어나지 않고 있다. 민주주의란 잘 해야 소모적일 뿐이란 생각이고, 여전히 중화 왕조 체제의 전통을 당연시하는 중국과 중국인들이란 말이다. 변한 게 있다면 중국 공산당이 과거의 왕조를 대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에선 아직도 당 고위간부에 대해 권귀(權貴)라는 표현을 쓴다. 권력을 지닌 귀한 신분이란 뜻이다. 그들 역시 겉으론 인민의 공복(公僕)이란 말을 쓰긴 하지만 속으론 전혀 그런 생각이 없다. 또 기업하는 이를 두고 간상(奸商)이란 표현을 쓴다, 돈을 벌기 위해 간사한 짓도 마다치 않는 사람들이란 뜻이다.

권귀와 간상의 중국인 것이다. 과거 청나라 때와 근본적으로 다르지가 않다.

그렇기에 중국식 시장경제란 권귀에 의해 다스려지는 시장경제, 간상들에게 맡겨놓으면 문제가 생기는 까닭에 언제든 정부 권력의 힘으로 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시장경제를 의미한다. 그렇기에 중국에서 사업을 통해 성장해볼 의향이 있다면 무조건적으로 권귀들과 인연을 맺는 것이 필수요건이라 하겠다.

따라서 중국의 사회주의 시장경제는 Crony Capitalism, 즉 정실자본주의가 될 수밖에 없다. 자유시장경제가 아닌 것이다.(‘정실자본주의’란 서구학자들이 급성장한 일본이나 우리, 그리고 중국의 경제를 비판적으로 파악하는 용어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 일대의 경제현실에 있어 그런 요소가 없다고 딱 잘라 부인하기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우리 대한민국은 일제의 질곡으로부터 벗어난 이후 어쨌거나 줄곧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기본 방향으로 삼아 발전해왔다.

그러나 오늘날 덩치가 커진 중국은 여전히 황제와 권귀 그리고 간상으로 구분되는 체제로 일관하고 있기에 우리와는 너무나도 이질적이다. 물론 우리나 중국 모두 유교적 전통을 공유하고는 있지만 오늘에 이르러 두 체제 사이의 간격은 너무나도 멀고 요원하다.

문제는 덩치가 크고 이질적인 중국이 바로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더 문제는 시진핑의 황제 등극으로 과거의 왕조체제로 회귀한 중국이 이제부터는 그들의 이익을 적극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본격화하겠다고 한다. 유소작위(有所作爲)가 그것이다.

노골적으로 말해서 중국이 이제 본격 설쳐대겠다는 얘기인데, 그로 인해 바로 인근에 처한 우리에게 미칠 충격은 가히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다시 돌아가서 하는 얘기지만, 과거 23년 전 내가 중국에 갔을 당시의 중국은 비록 공산당 1당 독재체제이긴 했으나 장차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잘 발전해서 국제사회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함은 물론이고 우리의 좋은 이웃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했었다.

하지만 그건 내 순진한 바람이었을 뿐, 중국은 보다 더 노골적으로 과거의 황제체제로 돌아가고 있다. 이웃이 좋아야만 편하고 순탄한 법인데, 그게 그렇게 되어가고 있질 않으니 말이다.

이웃 일본과도 묵은 감정을 풀지 못하고 있고, 중국은 더욱 저렇게 되어가고 있는 오늘의 현실이다. 북한은 핵을 들고 위협해오고 있으며, 글로벌 경제는 여전히 침체의 늪에서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미국 또한 예전의 미국이 아니다.

여기에 우리 경제 또한 저성장의 늪에 빠진 채, 산업 구조는 갈수록 탄력을 잃어가고 있다. 갈수록 태산이란 말을 실감케 하는 오늘의 형국이다.

나 호호당은 중국 경제가 수년 안에 굉음을 내면서 무너질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은 저처럼 기세등등한 중국이다, 그러니 중국이 순항을 해도 문제, 반대로 문제가 생겨도 우리에게 문제, 참으로 골치 아프게 하는 중국이 아닐 수 없다.

중국 국영방송인 CGTN을 통해 이번의 제19차 공산당 대회를 줄곧 지켜보면서 답답한 마음 금할 수가 없었다. 단상 중앙에 앉은 시진핑이 ‘안건에 대해 이의 있습니까?’ 하고 물으면 여기저기서 ‘없어요’ 하는 소리만 수십 차례 이어졌다. 그러자 어느새 시진핑은 황제가 되어 있었다. 기분이 묘했다.

글/김태규 명리학자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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