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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원전 ‘Go-No go’ 국가 폭력인가…공사 재개에도 건설업계는 속앓이


입력 2017.10.27 06:00 수정 2017.11.09 17:40        원나래 기자

대선 공약에 90일간 멈춘 원전공사

“신고리5·6호기, 나쁜 선례로 남을까” 우려

신고리 원전 5·6호기 주설비공사 현장 모습.(자료사진)ⓒ연합뉴스 신고리 원전 5·6호기 주설비공사 현장 모습.(자료사진)ⓒ연합뉴스

총 공사비 8조6000억원, 발전 용량 국내 최대 규모인 신고리원전5·6호기 주설비공사.

이 공사는 국내원전건설 프로젝트 사상처음으로 최고가치낙찰제도를 적용했으며, 지난 2015년 6월3일 삼성물산이 두산중공업, 한화건설과 컨소시엄을 꾸려 따냈다. 준공 예정일은 5호기가 2021년 10월, 6호기가 2022년 10월이었다.

하지만 2년 동안 진행 중이던 대형프로젝트가 대선 공약으로 인해 한 순간에 멈춰 섰다. 당시 설계·건설 등 계약이 완료된 4조9000억원 중 공정률 32.7%인 1조6000억원이 이미 집행된 상황. 크고 작은 건설사와 협력업체까지 합하면 무려 760여개가 공사 중단 전까지 투입돼 일을 하고 있었다.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탈(脫)원전 정책’을 내세우며 신고리5·6호기 건설 중단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취임 후에는 공약이행을 위해 결국 건설을 잠시 중단했고 공론화를 통한 중단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에 지난 20일 신고리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총 471명으로 구성된 시민참여단의 의견을 종합해 건설 재개를 권고했다.

며칠 전 공사를 재개해도 된다는 결정이 났지만, 건설업계의 표정은 밝지 않다. 오히려 말도 못하고 이래저래 속만 앓고 있는 형국이다.

물론 이번 공론화가 시민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숙의민주주의 방식으로 진행됐다는 데에는 긍정적인 반응이다.

허나, 공론화위원회 자체가 이번처럼 초법적인 강제구속력을 지니고 앞으로도 진행 중인 국가사업을 또 멈추게 한다면 이번 신고리5·6호기 사례는 나쁜 선례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업계는 우려했다.

어떻게 보면 신고리5·6호기 주설비공사는 올 봄 장미대선 여부와 상관없이 발주처인 한수원과 삼성물산 컨소시엄 간의 계약이행으로 2015년 6월부터 진행돼 온 공사다. 계약을 통해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중단을 대선공약으로 넣고, 중단 혹은 재개를 결정하는 것이 과연 숙의민주주의의 시작이라고 보는 것이 맞는지 의문점이 든다는 거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진행 중인 대형 프로젝트의 공사 중단을 대선공약으로 하는 발상도 기가 막히고, 당선 이후 이를 공론화위원회를 통해서 ‘Go, No-go’ 여부를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국가의 폭력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그간 조심스러워하며 말을 아끼던 업계 관계자들 대부분이 ‘속이 다 시원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등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언젠가는 우리가 해결해 나가야할 숙제인 것은 맞다. 하지만 ‘원자력에너지는 나쁘고, 신재생에너지는 좋다’는 이분법적인 사고로 접근해 공사 중단여부를 연결 짓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문제는 탈원전을 보완할 수 있는 대책도 아직 준비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신재생에너지 강국이라고 알려진 유럽은 신재생에너지가 대체에너지로 떠오를 환경적 여건이 되지만, 우리나라는 지리적 환경 요인부터가 달라 원전을 대체하기는 힘들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풍력에너지는 풍질이 좋아야하는데 우리나라는 사계절이라 생산량이 때에 따라 다르다. 그나마 해안에 세워야 생산력을 높일 수 있는데 그러려면 각 공사비가 100억원 이상을 넘는다. 태양광에너지 같은 경우도 일 년 내내 햇볕이 좋은 사막이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곳이 아니기 때문에 가격 대비 성능이 매우 떨어진다.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려면 이러한 여건을 극복할 수 있는 성능 향상을 위해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기술력부터 우선 갖춰야 한다.”

신재생에너지 관련업체의 한 관계자가 털어놓은 속내다.

규제나 정책을 입안할 때에는 우선 실현 가능한지를 파악하고 그에 따른 대책도 함께 준비해야 한다. 그럴싸한 목적보다는 현실 가능한 내용과 과정으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대선공약 이행이 아닐까 싶다.

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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