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퇴직부부의 신나는 제주여행>
협재해변~5월의 꽃~애월해변~봄날카페~애월항 회센터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2015년 여름 한 달 동안 아내와 함께 전국일주 여행을 한 것을 그동안 매주 1회씩 연제한데 이어, 동년 12월 28일부터 2016년 1월 21까지 제주도에 25일동안 살면서 여행한 것을 앞으로 1주일에 하루씩 연재한다. 총 55일간의 여행기를 한꺼번에 보고 싶다면 서점에서 '부부가 함께 떠나는 전국 자동차여행'(북랩출판사 간)을 찾으시길...< 필자 주 >
【1.19(화), 스물세 번째 날】
느긋하게 일어나 아침을 먹고 나섰다. 밤새 바람 소리가 요란하더니 아침에 일어나 방문을 열어보니 눈이 소복이 쌓였다. 숙소 주변 마을을 산책했다. 주변은 귤 농장과 나머지 대부분은 양배추 등 채소밭이다. 밭 가운데 우리 숙소가 있다. 제주도 밭은 경계부분을 대부분 돌로 쌓아놓았다. 처음 개간할 때 돌이 많이 나온 것도 있지만 바람이 심하여 바람막이 역할도 하고 있다.
어제 잠깐 들렸던 무인카페인 5월의 꽃을 다시 찾아갔다. 이 카페에는 주인이 “꿈을 안고 서울서 아들을 데리고 내려와 손수 인테리어를 하고 단장을 하는 등 꾸몄다면서 마음껏 드시고 설거지를 해 놓고는 정해진 가격이 없으니 자유의지대로 성의껏 모금함에 요금을 지불해 달라”고 적혀있다. 처음에는 물건을 훔쳐가는 사람도 있었지만 뜻이 가상하다며 요금을 성의껏 내고 또 성금을 희사하는 사람도 있다면서, 요즈음에는 수양딸들과 며느리가 주기적으로 방문하여 청소도 하는 등 관리하고 있다고 적어놓았다.
참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아무리 훔쳐갈 것이 없다고 하더라도 관광객의 양심을 믿고 무인으로 운영한다는 것이 싶지 않을 텐데 존경스러울 정도다. 카페 안 곳곳에는 방문객들이 느낀 감정과 고마움을 종이에 적어 붙여놓거나 벽에 끼워놓은 것이 가득하다. 또 카페 이용방법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놓아서 이용하는 데는 불편이 없다. 잡지 등 언론에서도 이 카페를 많이 소개해 놓았다. 피자와 파스타도 선보인다고 하는데 화요일은 쉬는 날이라 맛보지는 못했다. 차를 마시고 난 후 실내・외 모습을 사진을 찍기도 했다.
전에 가본 적이 있는 협재항 부근 조간대밥집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찾아갔더니 문이 잠겨 있다. 쉬는 날인지, 영업하지 않는 것인지. 할 수 없어 며칠 전에 보말칼국수를 먹은 집이 바로 인근에 있어 그 집으로 찾아갔다. 역시 또 기다리는 사람이 여럿 있다. 조금 기다린 후 보말전과 보말칼국수 1그릇을 시켰다. 그저께 먹을 때는 두 사람 모두 보말칼국수를 먹었는데 보말전도 먹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어 각각 하나씩 시켰다. 오늘 또 먹어도 맛있다. 김치는 여전히 환상적인 맛이다. 식당을 나와 인근에 있는 곽지과물해변을 둘러보고 ‘BOMNAL(봄날)’이라고 하는 예쁜 카페도 구경했다. 해가 진 늦은 시각인데도 손님들이 많다. 바닷가에는 눈발이 날리면서 바람이 강하게 불어 무척 춥다.
회를 먹기 위해 애월항 주변으로 갔더니 해산물을 파는 곳이 안 보인다. 겨우 한 곳을 찾아갔더니 손님들이 많다. 한참을 기다린 후 방어 한 마리가 5만 원인데 너무 커서 둘이 먹기는 벅차다. 우리 뒤에 들어온 여대생 3명과 함께 한 마리를 사서 둘로 나누기로 했다. 아가씨들은 매운탕 재료를 가져가지 않겠다고 해서 우리가 모두 가져왔다.
눈바람이 강하게 부는 추운 바닷가에서 아가씨 3명이 숙소까지 가려면 힘들 것 같아 차를 갖고 왔느냐고 물어보니 택시를 타고 왔단다. 어두운 밤에 택시 잡는 것도 어려울 것 같아 우리가 가는 길에 태워 주겠다며 숙소가 어디냐고 물어보니 여학생들이 거주하고 있는 숙소를 거쳐서 가도 될 것 같아 태워 주었다. 대학생 3명은 우리 부부가 같이 가자고 하니 별 의심 없이 우리의 호의에 호응해서 게스트하우스까지 태워 주니 무척 고마워한다. 게스트하우스는 시골 마을 밭 가운데 있는데다 어두운 밤이라 택시 타고 가기도 쉽지 않은 곳인데 요즈음 젊은이들은 모험심이 대단한 것 같다.
집에 돌아와 포도주를 곁들여 방어회에 매운탕까지 먹으니 맛도 좋을 뿐 아니라, 기분이 너무 좋다.
이제 이번 제주도 여행도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내일 하루 지나면 21일 아침에는 배를 타야 한다. 풍랑경보로 인해 어제와 오늘 배가 출항을 하지 못했다. 내일 되면 바람이 좀 잠잠해 져야 할 텐데, 바깥의 바람 소리가 요란스럽다. 제 날짜에 갈 수 있을지 은근히 걱정된다. 내일의 일을 미리 걱정한 필요는 없는데, 풍랑을 인간의 힘으로 어찌하겠는가. 기다려 보는 수밖에 없다.
글/조남대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