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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는 인재를 육성하고 우파는 돈으로 길들였다


입력 2017.10.21 04:39 수정 2017.10.29 21:55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조직을 살릴 생각 안하고 경비 지급하며 부리기

우파는 인적 청산보다 사람 중시하는 좌파에서 배워야

박근혜 정부 시절 대기업 자금으로 친정부 시위나 야당 정치인 낙선운동에 보수단체를 동원했다는 의혹을 받는 허현준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이 18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시절 대기업 자금으로 친정부 시위나 야당 정치인 낙선운동에 보수단체를 동원했다는 의혹을 받는 허현준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이 18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친노’들은 대부분 골프가 싱글이야.”

기업에서 대관업무를 하는 선배가 툭 던진 말이었다. 그 때는 박근혜 정부 극성기였다. 박근혜
정부가 한때 동지였던 ‘이명박 정부 부역자’에 불이익을 주는데 정신이 없는 동안 친노그룹들은 유유히 골프를 즐기고 있었다.

“신기해서 물었지. ‘어떻게 그렇게 잘 치게 됐느냐’고... 대답이 걸작이더군. 특별히 할 일이 없어 골프만 치다보니 그렇게 됐다나. ㅎㅎㅎ” 이어서 들려준 말이었다. 그의 말과 달리 바쁠 때도 골프를 쉬지는 않았던 것 같다. 노무현 정부때 이해찬 총리와 친노들의 골프사랑이 남달랐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입만 열면 서민을 얘기하던 그들은 ‘귀족스포츠’ 골프가 동지애의 표시였던 것 같다.

지난 달 들은 얘기다. 현재 여권인사들이 정권이 바뀌자마자 귀신같이 이권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권개입은 말할 것도 없고 창의적으로 이권사업을 기획하고 있다는 말이다. 구체적인 내용도 놀라왔다. 법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인지, 외국의 권력자와 ‘윈-윈 전략’을 편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해 준 분이 말했다. “구여권은 역시 돈 만드는데 있어서는 아마추어였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최순실과 그 주변’을 빼고는 모두 손가락을 빨고 있었다. 새누리당의 친박 의원들도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사정이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결국 탄핵국면에도 당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현 정부와 대통령은 언제나 ‘사람이 먼저’라고 말한다.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우리나라 소위 좌파진영은 사람을 기르고 그들을 먹고 살게 한다. 그 방법이 건설적이고 생산적인지, 또 국가경제를 위해 기여하는 것인지(오히려 숙주인 국가를 피폐하게 하는 기생적 방법인 경우가 많다)는 모르겠지만, 어찌됐든 귀신같이 돈 있는 곳을 찾아 식구들에게 결실을 향유하게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충성을 한다.

세상의 이치는 간단하다. 밥 주는 사람이 보스다. 대표적인 예로 노동조합을 들 수 있다. 노동자들 중에 노동운동가가 나오는 것이 아니다. 노동운동가로 키워진 사람(대학교 동아리, 현장지원)을 노동현장에 파견해 노동운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도록 한다. 이런 이유로 그들은 회사에 충성하기 보다는 노동단체에 충성하고 그들과 보조를 맞추는 것이다. 회사가 망하는 것이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상급노조로 진출할 수 있는 공적이 되는 경우도 많다.

반면 ‘배신자’에 대한 응징도 분명하다. 일단 ‘우파로 전향자’는 끝까지 괴롭히고 보복을 한다. 그들의 싸움은 우파진영이 보기에는 너무도 살벌하다. ‘우파(친박)단체 지원’문제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허현준 전 청와대행정관이 그들이 보기에 ‘변절자’, ‘부역자’다.

허 씨는 90년대 초 호남에서 학생운동을 하다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까지 됐다. 많은 좌파들이 우파로 전향했던 시기인 90년대 후반 노선을 바꾸고 뉴라이트 계열 시민단체에 뛰어들어 본격적인 우파운동을 하게 된다. 우파 이념그룹인 ‘시대정신’의 사무국장을 하다가 박근혜 정부 들어 청와대 들어갔다. 그는 좌파계열을 잘 알았기에 대응책도 알았을 것이다. 그것이 지금 고난의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좌파가 (자기) 사람에게 투자를 한다면, 우파 보수진영은 값싸게 돈으로 사람마음을 사려한다. 사람을 키우기보다 말 잘 듣는 사람을 사서 활용하고, 언제든지 버릴 수 있다며 충성을 강요한다. 그러니 마음으로 동지가 되지는 못한다. 우파진영의 한계이고, 현재위기의 가장 큰 이유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는 우파 시민단체의 자생력을 키워주지 못했다. 좌파에서는 했는데, 왜 우파에서는 못했을까? 시민단체는 시민의식을 조직화하는 구체적인 물리적 기반이다. 권위주의와 국가주의에 치우쳤던 기존 보수정권은 시민단체를 달가와하지 않았다. 필요할 때 ‘동원’하는 용도로만 생각했을 수도 있다. 여기에 ‘자생력’은 방해가 된다. 말을 잘 듣게 하려면 꼭 필요할 때 꼭 필요한 정도로 먹을 것을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단체운영을 위한 안정적인 재정구조는 ‘소신’만을 키워준다. 그때 그때 투쟁비 명목으로 전경련 등에서 지원토록 도왔던 것은 그런 의도를 의심하게 한다.

각 단체의 역량에 한계가 있고, 정부 예산지원 신청 기준의 벽이 높았다고 변명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변명은 전형적인 관료주의다. 핑계일 뿐이다. 정부가 (시민단체 생태계) 이념적 균형이란 명분으로 재량권을 발휘하여 일정한 실적을 쌓도록 도와주고, 그 실적으로 정부지원 조건을 맞추도록 했다면 자생적인 재정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탄핵사태에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을 것이고, 정권이 바뀐 뒤에도 지금처럼 ‘적폐’로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 새로운 희망의 튼튼한 보루와 원천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한 번 쓰고 버리는 친구라면 어려울 때 진정 동지가 되지 못한다.

그럼 지금부터는 우파 보수진영은 정권을 찾아오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위기는 구조조정의 기회다. ‘인적청산’ 보다는 ‘인재육성’에 주력해야 한다. 정적을 쫓아낼 생각만 하지 말고 남은 인적자산을 귀히 여겨야 한다. 나아가 이제라도 남은 자산을 긁어모아 씨를 뿌려야 한다. 뿌리와 줄기를 튼튼히 해야 한다. 단기적 결실에 집착하면 뿌리 약한 고목은 결국 쓰러진다. 위기에 열매를 많이 맺는 나무처럼 잠깐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공천헌금을 받고 공천하는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 당선도 힘들지만, 당선이 되어도 당과 뜻을 함께 하기 힘들다. 돈 주고 산 자리에 은혜를 갑자고 충성을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2002년 대선 패배 후 ‘뉴라이트 운동’과 같이 좌파에게서 배워야 한다. 경쟁자의 장점을 배우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좌파는 ‘사람에 투자하라’는 원칙을 실행해 정권을 잡았다. 그 교훈을 수용하지 못하면 우파에게 미래는 없다. 지방선거에서 많은 자치단체장을 수확할 수 있을지 모른다. 다음 총선에서 1당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대선에서 이기긴 힘들다. 대선승리를 한다 해도 그 과실이 동지들과 국민에게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또 다른 탄핵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이 모든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우파이념에 투철하고 깨끗한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활약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너무 늦기 전에...

글/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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