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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 공론화위, 출범-발표까지 '바람 잘 날 없던 89일'


입력 2017.10.20 14:30 수정 2017.10.20 15:25        박진여 기자

대국민조사·시민참여단 숙의 과정 거쳐 '건설재개' 결정…89일의 장정

"에너지법 위반한 정부 '완충지대'…법적 근거 없다" 등장부터 논란

'최종결정권' 두고 정부-공론화위 간 '책임 떠넘기기'…혼선 가중

신고리 5·6호기의 운명이 잠정 중단 3개월 만에 '건설 재개'로 결정됐다.(자료사진) ⓒ연합뉴스 신고리 5·6호기의 운명이 잠정 중단 3개월 만에 '건설 재개'로 결정됐다.(자료사진) ⓒ연합뉴스

대국민조사·시민참여단 숙의 과정 거쳐 '건설재개' 결정…89일의 장정
"에너지법 위반한 정부 '완충지대'…법적 근거 없다" 등장부터 논란
'최종결정권' 두고 정부-공론화위 간 '책임 떠넘기기'…혼선 가중


신고리 5·6호기의 운명이 중단 3개월 만에 '건설 재개'로 결정됐다. 이 과정을 주도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출범 89일째인 20일, 공론조사 결과를 담은 대 정부 권고안을 정부에 전달하고 해산 절차에 들어간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20일 "5·6호기 건설 재개"를 최종 권고안으로 결론 내고 시민참여형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공론화위의 결정을 100% 따르겠다고 밝힌 정부도 이 같은 결과에 따라 건설 재개 움직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공론화위에 따르면 건설재개 의견이 59.5%로, 건설중단(40.5%) 의견보다 19%p 우세했다. 이 결과는 오차범위인 95% 신뢰수준에서 ±3.6%p를 넘는 것으로, 통계적으로 유의미가 차이로 인정된다는 뜻이다.

공론화위는 지난 3개월간 '공론조사'라는 이름으로 국민 여론 수렴 절차를 거쳤다. 정부의 공론조사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처럼 규모가 크고 우여곡절이 많은 적은 없었다. 특히 건설 재개·건설 중단 찬반 양측의 대립 구도가 점차 심화되면서 공론조사는 그야말로 파란만장의 연속이었다.

"에너지법 위반한 정부 '완충지대'…법적 근거 없다" 등장부터 논란

공론화 자체가 낯선 시도였던 만큼, 공론화위는 등장부터 논란의 대상이 됐다. 국무총리 훈령으로 설치된 공론화위가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문제를 공론조사할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는 신고리 5·6호기 건설공사 문제와 관련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론화위를 출범했지만, 이는 기존 '에너지법'에 규정된 에너지위원회의 심의 없이 독자적 조치를 취한 것으로 절차상 위법 요소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에너지법 제10조에 따르면 '에너지와 관련된 사회적 갈등의 예방 및 해소 방안에 관한 사항'과 '원자력 발전정책에 관한 사항'을 에너지위원회 심의위원회 심의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한국수력원자력 노조와 신고리 5·6호기 인접 지역 주민, 원자력과 교수 등 관련 관계자들은 최근 공론화위 활동중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신고리 5·6호기의 운명이 잠정 중단 3개월 만에 '건설 재개'로 결정됐다.(자료사진) ⓒ연합뉴스 신고리 5·6호기의 운명이 잠정 중단 3개월 만에 '건설 재개'로 결정됐다.(자료사진) ⓒ연합뉴스

'최종결정권' 두고 정부-공론화위 간 '책임 떠넘기기'…혼선 가중

특히 찬반의견이 양 극단으로 팽팽히 맞선 만큼, 최종결정권에 대한 정부와 공론화위 간 '책임 떠넘기기' 논란도 일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정부는 그간 공론화 과정에 대해 어떠한 간섭과 개입 없이 공정한 중립 원칙을 지켜왔다"면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 결과를 존중해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당초 정부는 신고리 원전 공사 중단 여부에 대한 최종결정을 공론조사 찬반 결과에 맡겼고, 이 같은 역할을 맡은 공론화위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뿐 결정은 정부나 대통령이 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를 두고 정부와 공론화위간 혼선이 빚어지자 청와대는 입장발표를 통해 상황 정리에 나섰다. 청와대는 "공론화위가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결론을 내주던 간에 대통령께서 100% 수용해서 따르겠다는 원칙은 단 한 반도 변한 적이 없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대로 공론화위원회가 어떤 방법과 과정을 통하든 사실상의 결론을 제출하면 정부는 법적·정치적 책임을 지고 그 결과에 따르겠다는 것"이라고 입장을 정리했다.

대국민조사·시민참여단 숙의 과정 거쳐 '건설재개' 결정…89일의 장정

공론화위는 지난달 시민 2만명을 대상으로 1차 여론조사를 거친 뒤 시민참여단 오리엔테이션에 참여한 478명을 대상으로 2차 조사를 진행했다. 이후 시민참여단을 대상으로 자료집·온라인 강의·토론회 등 숙의 과정을 거친 뒤 종합토론 시작 시점에 3차 조사를 실시했으며, 종합토론 종료 시점인 15일 오후 최종 4차 조사를 시행했다.

시민참여단은 지난달 진행된 1차 조사에서 희망자에 한해 무작위 추출로 선정됐으며, 이들은 지난 한 달여간 공론화위가 제공하는 '숙의 자료집'과 공론화위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되는 온라인 강의를 수강했으며, 2박3일 종합토론회를 통해 최종조사에 참여했다.

신고리 5·6호기의 운명이 잠정 중단 3개월 만에 '건설 재개'로 결정됐다.(자료사진) ⓒ연합뉴스 신고리 5·6호기의 운명이 잠정 중단 3개월 만에 '건설 재개'로 결정됐다.(자료사진) ⓒ연합뉴스

건설 재개·중단 양측 입장의 찬반 단체도 참여했다. 국무조정실은 지난 7월 건설 반대 측 대표 단체로 시민행동을, 건설 찬성 측 대표 단체로 한국원자력산업회의를 각각 선정한 바 있다. 양측 단체는 자료집 작성을 비롯해 시민참여단 합숙토론 참관, 동영상 강의 정보 제공 등의 역할을 수행했다. 양 단체는 자료집 구성부터 토론회 참여 인사 등을 두고 각각 '보이콧'을 선언하며 갈등을 빚기도 했다.

양 단체는 공론화 과정에서 각자 건설 재개·중단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는 역할을 주로 맡았다. 건설 재개 측은 △전기요금 인상으로 가계·기업에 부담 증가 △전력공급 안정성 문제발생 우려 △건설 중단에 따른 피해비용 발생 △일자리 감소·원전 수출기회 축소 △기타 등의 근거를 제시했다. 건설 중단 측에서는 △체르노빌·후쿠시마원전사고 등 위험 상존 △핵폐기물 방사선 방출로 인한 피해 우려 △핵폐기물 처분 및 폐로 등 비용 등 계산 △탈원전·신재생 에너지 정책의 세계적 추세 △기타 등을 제시했다.

이후 공론화위원회는 시민참여단 조사 결과와 일반시민 조사 결과 등을 종합 검토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공론화위 위원들은 발표 시점까지 수능시험 출제위원들처럼 외부와 접촉을 철저히 차단한 채 검토작업을 거쳤다. 공론화위는 우선 최종 조사결과의 찬반 응답 차이를 분석하고, 찬반 여론이 엇비슷할 경우 1~4차 조사결과를 종합 분석했다.

정부는 공론화위의 결정을 100% 따르겠다고 밝힌 만큼, 공론화위의 대 정부 권고안에 따라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움직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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