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기자의눈]비리의 온상 재건축 수주전, 경찰 수사는 건설사들의 '자승자박'


입력 2017.10.20 06:00 수정 2017.11.09 17:40        권이상 기자

정부 재건축 수주 비리 개정안 발표 예고, 경찰 수사 확대하고 나서

만연한 재건축 비리 근본적인 문제 파악해 뿌리 뽑아야

최근 서울 강남권 재건축을 중심으로 건설사들의 수주전이 과열되면서 각종 비리가 드러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아파트 전경.(자료사진) ⓒ권이상 기자 최근 서울 강남권 재건축을 중심으로 건설사들의 수주전이 과열되면서 각종 비리가 드러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아파트 전경.(자료사진) ⓒ권이상 기자



‘자승자박(自繩自縛)’이라는 말이 있다. 자기가 한 말과 행동에 자기 자신이 옭혀 곤란하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현재 부동산 업계에 이 말이 딱 어울리는 곳이 있다. 바로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이다. 최근 이곳은 건설사들의 수주전이 과열되면서 그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사정은 이렇다. 최근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재건축 시공사 선정과정에서 과장 홍보와 상대 사업에 대한 비방, 과다 이주비 제시 등이 문제가 됐다. 이어 진행된 잠실 미성·크로바 재건축, 한신4지구 재건축에서도 현금과 상품권 배포 등의 복마전이 진행됐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시공사 선정 관정에서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이르는 금품 살포 등 불법행위에 대해 감시와 점검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여기에 금품·향응 제공 등의 의혹이 제기되자 경찰이 나섰다. 경찰 당국은 강남권 수주전에 참여한 모든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전례가 없던 수사를 확대한 상태다.

건설사들은 때아닌 비상에 걸렸다. 그동안 암암리에 벌여온 각종 비리가 수면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한 건설사 정비사업팀은 경찰 수사 소식에 관련 문서는 물론 전화통화내역과 문자를 모두 지웠다고 한다. 또 한 건설사 관계자는 문서파쇄기를 옆에 놓고 근무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건설사들이 재건축 수주전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건설사의 신뢰는 이미 바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잊을만하면 비리 사건이 터져 나온다. 그럴때마 건설사들은 자정의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제 버릇은 남주기 힘든 모양새다.

물론 건설사 입장에서는 재건축 시공권 수주전은 전쟁이나 다름 없다. 승패에 따라 많게는 수조원의 실적이 좌지우지 된다. 또 사업지 위치나 브랜드에 따른 자존심도 걸려 있는 문제다.

죽기살기로 조합원을 설득시켜 한 표라도 더 얻어내야 하는 게 그들의 업무다. 이 때문에 건설사는 비리의 사슬을 끊어내기가 쉽지 않다.

권이상 기자.ⓒ데일리안 권이상 기자.ⓒ데일리안
이 지경까지 이른 시장을 방치한 정부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기존까지 해당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도 처벌과 고발 등 법적 조치 대신 경고 조치로 그쳤다. 만약 불법행위가 적발되더라도 '5년 이하 징역과 5000만원 이하의 벌금'만 내면 되는 솜방망이 처벌만이 가해졌다.

국토부는 뒤늦게 이달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개정해 건설업체가 금품·향응을 제공하다가 적발돼 일정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 받으면 시공사 선정을 취소하고 입찰 참여를 제한하는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개정안으로 비리가 근절될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최근 불거진 과열경쟁은 올해말 유예가 종료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환수제를 적용받지 않으려는 조합이 무리하게 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가장 먼저 검토해야할 부분이지만, 해당 법령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주택업계는 이 제도가 유예만 되더라도 시장이 크게 안정될 것으로 전망한다.

건설사들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떳떳하고 정당한 방법으로 시공권을 따내야 하는 노력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런일이 반복되면 결국 소비자는 신뢰를 잃은 건설사를 '적폐'로 여기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권이상 기자 (kwonsgo@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권이상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