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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학으로 인해 드러난 5가지 '구멍'


입력 2017.10.18 10:53 수정 2017.10.18 10:57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①기부에 대한 법적시스템 미비 ②장애 판정 시스템 엉망

③눈먼 복지 시스템 ④실종사건 초동수사 난맥 ⑤무분별한 언론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 피해 여중생 어머니(빨간원)가 지난달 30일 서울 중랑경찰서 망우지구대에 실종신고를 하러 들어오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CCTV 시간은 실제 시각보다 7분 50초 빠르게 입력된다.ⓒ이재정 의원실 제공 = 연합뉴스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 피해 여중생 어머니(빨간원)가 지난달 30일 서울 중랑경찰서 망우지구대에 실종신고를 하러 들어오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CCTV 시간은 실제 시각보다 7분 50초 빠르게 입력된다.ⓒ이재정 의원실 제공 = 연합뉴스

중학생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의 성매매 알선, 기부사기, 부인 자살 의혹 등 온갖 악행이 속속 드러나며 국민의 공분이 일고 있다.

경찰이 범행동기를 '성적욕구' 때문으로 밝혔지만, 수사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의문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의문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추후 검ᆞ경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겠지만, 필자는 이번 사건을 단순히 흥미 위주의 엽기적이고 선정적 사건으로 끝내선 결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번 사건을 철저히 반면교사로 삼아 사회전체적인 시스템 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록 망우보뢰(亡牛補牢)의 잘못이라도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는 것보다는 외양간을 고치는 것이 다시는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첫째, 기부에 대한 법적 시스템의 정비 문제다.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은 ‘연간 누계 1000만원 이상 기부금을 모집하려면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등에 모집 목적, 목표액, 사용계획 및 모집자 정보를 등록해야 한다’(제4조)고 명시하고 있다.

등록 의무화 기준을 ‘행위’가 아닌 ‘금액’에 맞춘 것이며, 따라서 제도상 소액 기부금 모집은 사실상 관리가 전무하다.

그나마 현행법상 지자체는 금융정보 조회 등 수사권한이 없고, 처벌조항도 미약하다.

필자가 보기에 이영학 사건이 우리 사회에 미친 가장 큰 해악은 바로 '기부 포비아(Phobia)', 즉 기부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의 확대다.

이제라도 금품 모금 및 사용에 대한 구체적인 추적 시스템을 정비하여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기부 시스템을 반드시 만들어야 할 것이다.

둘째, 장애 판정 시스템의 개선 문제다.

이영학은 29살인 2011년 처음 지적, 정신장애 3급 판정을 받은 뒤, 2015년 2급으로 등급이 올랐다. 지적 장애 2급은 IQ가 30~50 정도로 능동적이고 계획적 범행을 하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영학의 범행 과정을 보면 도저히 지적 장애 2급이라고 믿어지지 않는다.

성매매 단속을 피하기 위해 CCTV를 설치하고, 부인의 성폭행 피해의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고의로 강간을 당하고, 부인의 유서까지 조작(?)하는 등의 행위가 과연 IQ 50 이하가 할 수 있는 행위인가?

정확한 과학적 조사에 의한 판정보다는 단지 대상자의 기억에 의존하는 현재의 장애 판정 시스템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기초수급자 선정 등 복지 시스템에 대한 개선 문제다.

이영학은 2007년 기초수급자가 됐다. 3인 가족 기준 생계급여 109만원과, 이외 의료비, 주거비, 교육비 지원에다 통신요금, TV 수신료 할인 등의 20여 가지 추가 혜택을 받았으며, 딸과 본인의 장애수당까지 합치면 총 수급액은 월 160만원이 넘는다 .

기초수급자는 평균적으로 하위 3%이다. 그런데 필자가 보기에 이영학은 기부사기, 성매매 수입, 음란물을 촬영하여 사이트에 올린 동영상 수입 등 상당한 수입이 있었고 이에 따라 외제차 등 나름대로 호화생활을 영위하였다. 하위 3%가 아니라 상위 3%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이제라도 이와 같은 밑빠진 독에 물붓는 식의 눈먼 복지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재산상태와 수입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국민의 혈세가 한푼도 엉뚱한 곳에 낭비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넷째, 실종 신고시 초동수사 대응 시스템의 개선 문제다.

경찰청 예규 '실종 아동 등 및 가출인 업무처리 규칙'을 보면 경찰은 범죄 관련 여부를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하고 최종 목적지, 주거지 수색을 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문제는 실종 아동과 가출 아동의 구별 자체가 어려워 위 예규의 어느 조항이 적용될지가 불분명하고, 그나마 위 예규 자체도 실무상 거의 지켜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 역시 경찰의 초동 수사 부실이 속속 밝혀지면서 실종아동 대책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종·납치사건 해결의 골든 타임, 즉 ‘크리티컬 아워(Critical Hour)’는 7시간이다.

따라서 지침 자체를 이에 맞게 개정하여야 하며, 이를 위해 전담조직 확충, 전문인력 충원 등 구조적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영학 사건과 관련하여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바로 언론의 보도 행태다.

이영학을 띄워준 것은 한마디로 언론이었다. 희귀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딸을 극진히 아끼는 모습 등이 방송을 타면서 ‘어금니 아빠’라는 별명이 붙었고, 이러한 사연이 알려진 덕에 이영학은 ‘어금니 아빠의 행복’이라는 책을 출간 했고, 후원금을 받아 호화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이영학은 11년 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꿈에 대해 고아원을 설립하는 것이라고 말했고, 이 밖에도 당시 다수의 매체가 몇 차례에 걸쳐 그의 각종 선행을 보도한 바 있다.

이러한 언론의 보도 행태는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진실과 팩트는 언론의 생명이다. 오로지 시청률만을 의식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보도는 지양되어야 한다. 언론인들의 철저한 자성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이상에서 이영학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 개혁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았는데,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 사건은 일반적인 살인사건과는 분명히 구분 지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사건은 지적 장애 2급인 이영학이 어떻게 주도면밀하게 범죄를 저지를 수 있었는지, 경찰 수사와 기부금 사용에서 드러난 문제점 등 우리 사회의 허술한 구석을 낱낱이 보여줬기 때문이다.

또한 이 사건은 약자를 제대로 가려내는 투명한 사회복지, 실종 사건에 대한 적극적인 경찰 수사 등 우리 사회에 더 꼼꼼하고 촘촘한 사회안전망과 그물망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교훈을 주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는 철저한 사회 시스템 정비를 통해 자녀들이 마음놓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의 눈물이 마르고 가족의 웃음이 회복되는 사회를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사회 전체의 시스템 미비로 말미암아 억울하게 희생당한 피해자의 명복을 진심으로 빈다.

글/서정욱 변호사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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