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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0% 수익' 그룹주 펀드 돈은 '30% 썰물'


입력 2017.10.16 15:56 수정 2017.10.16 16:51        전형민 기자

삼성그룹주펀드 올해 34.7% 등 주식형 평균보다 훨씬 높아

3년 이상 장기투자자 환매 러시, ETF 갈아타기 등도 영향

올해 대기업그룹 계열사에 투자하는 '그룹주펀드'가 최대 30%를 넘는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음에도 연초 이후 설정액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어 그 이유에 투자자의 관심이 몰린다.(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올해 대기업그룹 계열사에 투자하는 '그룹주펀드'가 최대 30%를 넘는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음에도 연초 이후 설정액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어 그 이유에 투자자의 관심이 몰린다.(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올해 대형주 위주 상승으로 그룹주 펀드 수익률이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지만 정작 자금은 급속도로 이탈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 박스피 장세에서 돈이 묶였던 투자자들이 환매에 잇달아 나서고 있는데다 상장지수펀드(ETF) 등 환금성이 좋은 상품으로 갈아타려는 욕구가 작용한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16일 펀드평가사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설정액 10억원 이상의 삼성그룹주펀드의 수익률은 평균 34.76%였다. 국내주식형 펀드 평균수익률인 21.14%보다 10% 이상 높은 수치다. 삼성전자의 괄목할만한 성장에 기댄 삼성그룹주펀드 뿐만 아니라 다른 그룹에 투자하는 기타그룹주펀드 역시 수익률도 22.86%로 국내주식형 펀드 평균수익률보다 높았다.

개별 펀드별로는 삼성그룹펀드의 수익률이 대체로 좋았다. 한국투자증권의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증권투자신탁 2(주식)(C-F)'가 수익률 36.41%로 가장 높았고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증권투자신탁 1(주식)(C-F)'(36.41%)', '동양모아드림삼성그룹증권자투자신탁 1(주식)A(36.03%)' 등이 뒤를 이었다.

삼성그룹외 기타그룹에 투자하는 펀드 중에서는 '미래에셋5대그룹대표주증권투자신탁 1(주식)종류A'가 28.53%로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하이지주회사플러스증권투자신탁 1[주식]A(27.06%)', 'KB한국대표그룹주증권자투자신탁(주식)클래스C-F(25.53%)' 등도 수익률이 높았다.

삼성그룹주펀드를 비롯한 그룹주펀드들이 높은 수익률을 보인 이유는 올해 증시의 성장이 대형주 위주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룹 계열사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 특성상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등 올해 상승장을 이끈 종목들 주가의 급상승이 펀드 수익률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시가총액 1위이자 삼성그룹주의 대장격인 삼성전자는 연초 이후 49.5% 상승했고, 2위인 SK하이닉스는 연초 이후 87.99%, LG전자는 71.51% 등 5대 그룹 핵심계열사 종목들이 50%를 웃도는 주가 상승을 보였다.

이처럼 수익률이 고공행진 하고 있음에도 펀드 규모는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올해 삼성그룹주펀드에서는 8290억원이 순유출 됐다. 현재 전체 삼성그룹주펀드 설정액 2조4984억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기타그룹펀드에서도 전체 설정액 4892억원의 30% 수준인 1473억원이 순유출됐다.

설정액 30% 감소…업계 '차익실현', 'ETF', '정부 정책 우려' 등

전문가들은 20%를 웃도는 수익률에도 그룹주펀드들의 설정액이 꾸준히 감소하는 이유에 대해 ▲차익실현 ▲정부의 재벌개혁 위기감 ▲ETF(상장지수)로 투자패러다임 이동 등을 꼽았다.

가장 많은 삼성그룹주펀드 설정액을 운용 중인 한투운용 한 관계자는 "지난해를 제외하고 2015년까지 약 3년간 삼성그룹주가 부진한 탓에 물린 투자자가 많다"며 "갑자기 주가가 뛴 지금은 환매물량이 쏟아지는 어쩔 수 없이 지나가야 하는 구간"이라고 말했다. 최근 몇 년간 저조했던 수익률 때문에 물려있던 투자자들이 차익을 실현하고 떠났다는 분석이다.

투자자들이 자본시장특례법에 의해 핵심 종목의 비중을 더 늘릴 수 있는 ETF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80조에 따르면 주식형 펀드는 한 종목당 자산총액의 10%까지만 투자가 가능하지만, ETF는 자산총액의 30%까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핵심계열사들의 주가상승에 기대를 건다면 핵심 종목의 비율을 더 올릴 수 있는 ETF가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새 정부의 재벌개혁 기조에 위기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투자테마 자체를 바꾸는 추세라는 주장도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정농단 등 재벌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불거져 있는 상황에서 새 정부가 공정거래위원회에 힘을 싣는 등 재벌개혁 드라이브를 거는 듯한 모습을 보이니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전형민 기자 (verda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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