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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파도 정준하, 김태호PD를 고소하라?


입력 2017.10.14 14:28 수정 2017.10.14 14:29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닭치고tv>유희처럼 되어버린 의적인 집단 조롱 비윤리적

정준하가 악의적인 댓글로 인한 고통을 토로했다. 이와 더불어 강경대응을 시사했다. 정준하 SNS 캡처. 정준하가 악의적인 댓글로 인한 고통을 토로했다. 이와 더불어 강경대응을 시사했다. 정준하 SNS 캡처.

정준하가 악성 게시물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선다. 10여 년간 참아왔지만 이젠 한계에 다다랐고, 특히 아이가 인터넷을 할 나이가 되어가기 때문에 더 이상 대응을 늦출 수 없다고 한다. 이대로 방치할 경우 정준하 조롱 놀이가 들불처럼 번져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는 것도 문제다.

사람들이 정준하를 비난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 최근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것은 ‘파도파도 정준하’ 시리즈다. 인터넷에 하나둘 퍼져가던 것이 최근에 급증하면서 하나의 인터넷 놀이로까지 발전한 느낌이다. 포털 사이트에서 ‘파도파도’를 치면 연관 검색어로 정준하가 뜰 정도다.

‘파도파도 정준하’ 시리즈는 정준하가 출연한 수많은 방송 프로그램에서 그의 부정적인 장면만 캡처한 것들이다. 그런 이미지 여러 건을 집중적으로 게시판에 올려 정준하를 조롱하는 것이다. 주로 ‘무한도전’에 나온 장면들이다.

그렇다보니 ‘파도파도’ 시리즈로 정준하를 조롱하던 네티즌에게 죄책감이 없다. 이번에 정준하가 법적 대응 의사를 밝히자 네티즌은 이미 TV로 방영된 화면인데 뭐가 문제냐고 정준하를 비난했다. 정준하의 부정적인 모습을 자막까지 달아서 내보낸 책임자는 ‘무한도전’ 김태호 PD이기 때문에 고소하려면 김 PD를 고소하라는 말까지 나왔다. 정말 ‘파도파도’ 네티즌에겐 책임이 없는 걸까?

그렇지가 않다. 일회적으로 방송에 나간 것과, 그 중의 일부분을 악의적으로 발췌해 집중적, 반복적으로 게시한 것은 별개의 일이다. 일반인도 오랜 세월의 삶 속에서 순간순간 있었던 부정적인 모습만 모아 집중적으로, 그리고 반복적으로 부각시키면 순식간에 인격파탄자 이미지로 만들 수 있다. 방송장면도 마찬가지다.

과거 티아라 왕따 의혹 사건 때, 사실 실체가 의심스러운 사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네티즌은 티아라가 출연한 예능프로그램에서 화영이 괴롭힘 당하는 듯한 이미지만 골라서 인터넷에 올렸다. 그 결과 티아라는 비정한 왕따 그룹으로 낙인 찍혀 당시 한국시장에서 퇴출당하다시피 했다. 이렇게 예능프로그램 이미지의 악의적 게시엔 파괴적 효과가 있다.

이 세상에 사려 깊은 사람들만 산다면 방송 화면 짜깁기에 큰 영향력이 없겠지만 그렇지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정말로 그런 것이 해당 인물의 실제 인성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이미지가 게시판에 반복적으로 올라오면, 다른 사람들도 정준하를 자연스럽게 조롱의 대상으로 여기게 된다. 그리하여 그에 대한 집단적 공격을 하나의 유희처럼 여기게 된다는 게 심각한 문제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왕따와 비슷한 현상이다. 조금 둔하고, 약하고, 대응이 느린 학생이 흔히 왕따로 찍힌다. 예능프로그램에서 정준하가 보여주는 캐릭터가 그것과 유사하다. 그래서 교내 왕따 같은 구조로 훨씬 규모가 큰 사이버 왕따가 벌어지는 것이다. 사람들은 정준하에게 윤리적 문제가 있다며 악성 게시물을 정당화하지만, 훨씬 심각한 윤리적 문제가 있는 유명인들에게 이런 ‘파도파도’ 현상이 생기지 않은 것을 보면 윤리적 문제는 핑계로 보인다. 그저 만만하고 답답한 캐릭터여서 왕따로 찍힌 것이다.

이럴 때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가만히 묵인하고 있으면 더 우습게 보인다. ‘이 사람은 때려도 되는 사람이다’라고 공인되는 효과가 생겨, 사회적 샌드백으로 굳어질 우려가 있다. 그렇게 사회적 샌드백이 돼버리면 사람들은 아무런 가책도 느끼지 않고 점점 더 수위가 높은 공격에 나선다. 정준하에 대한 악플이 그의 가족에 대한 공격으로 비화한다든지, 단순히 부정적인 화면만 모아놓은 것을 넘어 사실관계 조작까지 횡행하기 시작하는 것이 그 징후다.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파도파도 정준하’ 시리즈를 두고 방송에 나왔던 화면들이니 인터넷에 아무리 올려도 상관없다는 식은 안 된다. 방송사 PD 책임으로 돌리는 것도 정당하지 않다. 그런 악의적인 집단 조롱은 분명히 비윤리적인 행위이고, 방송사 PD가 아닌 해당 행위자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는 점을 유념할 일이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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