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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축구협회, 입 꾹 다문 정몽규 회장


입력 2017.10.13 09:06 수정 2017.10.14 10:48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월드컵 본선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우왕좌왕

사태의 본질 책임져야 하는 정몽규 회장 '묵묵'

정몽규 축구협회장. ⓒ 데일리안 정몽규 축구협회장. ⓒ 데일리안

신태용 감독을 선장으로 내세운 한국 축구가 방향성을 잃은 채 표류하고 있다.

축구대표팀은 천신만고 끝에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무려 9회 연속이라는 기념비적인 업적이다. 그러나 이를 축하하는 축구팬들은 아무도 없다. 계속된 패착을 저지르는 축구협회에 비난의 목소리를 높일 뿐이다.

가장 많은 십자포화를 받는 부분은 역시나 신태용 감독이다. 신태용 감독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물러난 지난 7월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했다.

그동안 변화무쌍한 전략과 전술을 선보인 지략가의 대표적인 예였고, 각급 대표팀 사령탑을 지휘하며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적임자라는 평가가 있었다. 그러면서도 일각에서는 세계무대에서 경쟁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있었다.

신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대표팀은 4경기를 치렀다. 이란과 우즈벡과의 최종예선 2경기를 모두 비겼고, 이번 유럽 원정 2경기는 참혹한 경기력과 함께 전패했다. 2승 2무. 아직 승전보를 전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사실 월드컵 본선을 1년 앞둔 상황에서 감독 교체는 자칫 독이 될 수 있다. 축구의 신이 아닌 이상 어떤 감독이 지휘봉을 잡더라도 자신이 준비한 전술을 팀에 입히기에는 시간이 너무도 모자라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 감독의 위치는 선수들과 살을 맞댈 수 있는 클럽이 아니라 몇 달에 한 번 마주치는 대표팀이다. 그야말로 독이 든 성배를 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색무취의 슈틸리케 감독을 하루라도 빨리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하게 있었다. 대표팀은 지난해 10월 이란 원정에서 0-1 패했고, 3월에는 중국 원정에서도 또 같은 스코어로 승점을 얻지 못했다. 슈틸리케 경질론이 극에 달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축구협회의 결정은 지지부진했고 덧없는 시간만 흘렀다. 골든타임을 놓친 셈이다.

이렇게 뒤숭숭한 상황임에도 이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정몽규 축구협회장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 회장의 가장 최근 코멘트는 본선행이 확정된 우즈벡전이 끝난 뒤다. 당시 그는 “본선 진출의 과정이 힘들었다.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라며 “남은 기간 잘 준비해 월드컵 본선에서는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불거진 히딩크 감독 재부임과 관련해 한국 축구가 시끄러울 때도, 신태용 감독이 아닌 축구협회에 비난의 화살이 가해지고 있을 때도 정 회장은 굳게 입을 닫고 있다. 사태의 본질을 책임져야할 이가 책임을 회피하는 모양새로 비쳐지고 있다. 그리고 잘 준비하겠다는 말은 형식적인 말에 불과했다.

정몽규 회장은 2011년 K리그 총재직에 올라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로 많은 지지를 얻은 인물이다. 10년 넘게 지지부진하던 리그 승강제를 도입했고, 취임 이후 곧바로 불거진 승부조작 사태 때도 직접 고개를 숙이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여기에 실제 관중수 집계, 적극적인 미디오 홍보 등 K리그 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

이 같은 능력과 업적을 바탕으로 축구협회장 자리에 오른 뒤에는 2017 FIFA U-20 월드컵 유치에 성공하며 외교력도 인정받고 있다. 또한 회장단과 기술위원회를 분리, 한국 축구의 고질적 병폐였던 밀실 행정을 타파하기도 했다.

물론 기술위원회에 많은 힘을 실어준 부분은 득보다 실이 크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어떤 이를 기술위원장에 앉히느냐에 따라 한국 축구의 방향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인사(人事)가 잘못되었다면 마땅히 이를 고쳐야만 한다. 그러나 정 회장은 아무런 손도 쓰지 않고 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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