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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th BIFF] 부산국제영화제 변화 의지 드러낸 '유리정원'


입력 2017.10.13 00:17 수정 2017.10.13 18:50        이한철 기자

베스트셀러 소설 얽힌 미스터리 사건 다룬 작품

'표현의 자유·블랙리스트·4대강' 예리한 지적 쏟아져

강수연 집행위원장(왼쪽부터), 배우 임정운, 서태화, 박지수, 문근영, 신수원 감독, 배우 김태훈이 1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유리정원' 기자회견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강수연 집행위원장(왼쪽부터), 배우 임정운, 서태화, 박지수, 문근영, 신수원 감독, 배우 김태훈이 1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유리정원' 기자회견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신수원 감독, 문근영 주연의 영화 '유리정원'은 지금 이 시점에 부산국제영화제가 선택할 수 있는 최상의 작품이었다.

지난 몇 년간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쟁 속에 파행을 거듭했던 부산국제영화제는 이 작품으로 강력한 메시지를 던짐으로서 변화에 대한 갈망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유리정원'은 베스트셀러 소설에 얽힌 미스터리한 사건, 그리고 슬픈 비밀을 그린 작품이다. 홀로 숲속의 유리정원에서 엽록체를 이용한 인공혈액을 연구하는 과학도, 그리고 그녀를 훔쳐보며 초록의 피가 흐르는 여인에 대한 소설을 쓰는 무명작가의 이야기다. 어느 날 무명작가의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충격적인 비밀이 드러난다.

영화 초반에는 과한 욕심이 빚은 4대강 사업의 부작용이 언급되고, 타인의 사생활을 훔쳐 자신의 콘텐츠로 만들어내는 작가에 대한 도덕성 논란도 제기한다. 또 거물급 작가의 표절 의혹이 힘의 원리에 의해 묻히고 힘없는 작가의 앞길이 가로막히는 상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화제가 겪고 있는 현실을 직접적으로 꼬집는 건 아니지만, 묘한 시점에 가장 어울리는 작품임에는 틀림없었다. 그만큼 이날 영화 시사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영화제 파행과 블랙리스트, 4대강 사업 등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그리고 신수원 감독의 답변에도 거침이 없었다.

신수원 감독이 1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유리정원'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신수원 감독이 1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유리정원'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신수원 감독은 1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두레라움홀에서 열린 영화 '유리정원' 기자회견에서 "블랙리스트를 만드는 행위 자체가 비상식적"이라며 "어떤 일이 있어도 표현의 자유는 막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영화 초반 4대강사업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데 만약에 과거에 그 정권 하에서 이 영화를 상영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해봤다. 아주 작은 사소한 문제에서도 블랙리스트라는 잣대를 드리운 거지 않나. 저는 운 좋게 피해갔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영화인들의 보이콧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앞서 한국영화감독조합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영화제 보이콧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때문에 일각에선 이번 영화제에 참석한 신수원 감독에 서운한 감정을 토로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신수원 감독은 "조합원들에게 지침이 있었다. 자발적으로 참여를 할 수는 있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산국제영화제가 외압에 의해 시련을 겪긴 했지만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새로운 얼굴들, 자본에서 도와주지 않는 영화인들을 발굴해낸 영화제다. 독립영화, 예술영화 하는 분들에게 중요하다. 그분들은 영화를 알릴 수 있는 곳이 영화제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부산국제영화제가 계속 생존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참여했다"고 덧붙였다.

배우 문근영이 1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유리정원'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배우 문근영이 1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유리정원'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문근영의 연기 변신도 이 작품의 백미다. 문근영이 연기한 캐릭터 재연은 미스터리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박사 과정을 준비하는 능력 있는 과학도지만 자신의 연구 아이템은 채택되지 못하고 믿었던 후배에게 아이템과 사랑하는 남자까지 빼앗기는 비운을 겪는다.

현실에서도 일어날법한 상황에 놓여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자신이 숲에서 태어났고, 태어날 때 나무의 저주를 받았다고 믿는 판타지적인 요소까지 갖춘 캐릭터다.

문근영은 과학도로서의 열정적인 면과 세상에 상처받은 여인의 가련함과 성숙함, 숲과 나무에 동일시하는 신비한 모습, 태어날 때부터 간직하고 있는 깊은 슬픔 등 캐릭터의 사계절을 다채롭게 선보인다.

문근영은 "시나리오 받았을 때 재연이란 캐릭터에 끌림이 있었다. 아픔을 갖고 있어서이기도 하고 상처 받은 훼손된 순수함을 지키고자 하는 욕망이 있기도 해서다"고 말했다.

이어 "굉장히 다른 부분의 매력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인거 같아서 굉장히 끌렸다"며 "인간적인 애정일 수도 있고 배우로서 욕심일 수 도 있다. 잘 이해하고 잘 표현하고 잘 연기해야겠다는 마음이 강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문근영은 "힘든 점도 있었지만 사실 재연이로 살 수 있어서 행복했던 점이 많았다"고 만족감을 전했다.

문근영은 부산국제영화제에 자신의 영화를 들고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근영은 "아시아에서 가장 큰 영화제고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는 영화제다. 이렇게 큰 영화제에서 많은 분들께 '유리정원'을 선보일 수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날부터 오는 21일까지 10일간 부산 영화의전당,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CGV센텀시티, 메가박스 해운대, 동서대학교 소향시어터 등 5개 극장 32개 스크린을 통해 진행된다.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이 영화제를 키워주신 건 관객들"이라며 "어떠한 정치적인 상황이 있더라도 어떠한 경제적인 상황이 있더라도 영화제 주인은 영화와 관객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이어 "앞으로도 어떻게 변할지 예언할 수는 없지만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이 존재하고 이런 감독님의 아름다운 영화들이 계속해서 나와 준다면 부산국제영화제가 길이 남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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