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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국감] 불려나가는 권오갑 부회장…구조조정 하랄 땐 언제고


입력 2017.10.12 11:27 수정 2017.10.12 14:38        박영국 기자

군산조선소 재가동 압박 예고…업황 침체 속 무리수

"국감장서 표밭 관리" 지적도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자료사진).ⓒ현대중공업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자료사진).ⓒ현대중공업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이 국정감사 첫 날부터 증인으로 불러나간다. 회사가 과거 수조원의 적자를 내고 정부 방침에 따라 자구안을 이행 중임을 감안하면 조속한 구조조정을 재촉당해야 할 상황이지만, 국감 출석 사유는 전혀 엉뚱한 내용이다. 국회의원들 앞에서 군산조선소 재가동이 빨리 이뤄지지 않는 이유를 해명해야 할 형편이다.

권 부회장은 12일 오후 2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리는 정무위원회 국무조정실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권 부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한 이는 군산 지역구 의원이고, 증인 신청 사유는 ‘군산조선소 재가동’이다.

그동안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불려간 기업인들이 ‘국회의 권위’를 앞세운 각 상임위 위원들의 질타에 시달렸다는 전례를 감안하면 권 부회장도 이날 군산 지역구 의원의 ‘표밭관리’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다른 조선업체들과 함께 정부 및 국책은행으로부터 고강도 자구안을 요구받았다. 지난해 6월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된 ‘산업·기업 구조조정 추진계획 및 국책은행 자본확충 등 보완방안’에는 대형 조선 3사의 유휴설비 축소 등 생산능력 구조조정도 포함돼 있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효율이 낮은 도크부터 순차적으로 가동을 중단했고, 울산 4, 5도크에 이어 군산조선소가 지난 7월 문을 닫게 됐다.

이 때부터 현대중공업은 군산과 전북 지역 정치권으로부터 군산조선소 재가동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권 부회장의 국감 출석도 그 일환이다.

현대중공업의 신규 수주 소식이 들릴 때마다 군산·전북 정치권에서는 해당 물량을 군산 조선소에 배정하라는 주장이 되풀이됐다. 지난해보다 잦은 수주 소식에 조선 시황 회복을 운운하며 군산 조선소 재가동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 우선 최근 수주한 선박을 군산조선소에 배정해 도크를 가동하라는 것은 조선 산업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주장이다.

조선업체가 선박을 수주한 뒤 건조에 착수하려면 설계와 자재 구매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며 통상 1년가량 소요된다. 수주 물량과 작업 물량 사이에는 1년가량의 시차가 존재하는 것이다.

과거 수주한 물량을 군산조선소로 돌리는 것도 불가능하다. 선박을 수주할 때 선주가 선박을 건조할 도크를 지정해 계약을 하기 때문에 선주 동의 없이 조선업체가 임의로 도크를 옮길 수는 없다.

군산지역 조선 생태계가 이미 무너진 상황이라는 점도 문제다. 현대중공업 혼자서 군산조선소를 돌릴 수는 없다. 선박을 건조하려면 조선업체 뿐 아니라 수많은 협력사들이 함께 운영돼야 한다. 하지만 군산지역 조선 관련업체들은 이미 대부분 철수하거나 폐쇄된 상태다.

군산에 일부 물량을 배정해 도크를 가동하려면 협력사들도 다시 설비를 투자하고 인력을 투입해야 되는데, 단기 물량만 보고 다시 군산에 들어갈 협력사들은 많지 않다.

결국 군산조선소를 재가동하려면 군산지역 조선업 생태계를 복원해야 하고, 그렇게 하려면 장기적으로 조선소가 가동될 수 있는 충분한 물량이 확보돼야 한다. 업계에서는 최소 36척의 물량으로 3년치 일감이 확보돼야 군산 지역 조선 생태계 복원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조선 업황을 감안하면 불가능한 일이다. 최근 조선 업황이 살아난다는 얘기가 들려오지만 그건 업황이 바닥이던 지난해와 비교한 착시효과다.

올 들어 10월 현재까지 현대중공업이 수주한 선박은 20척이다. 조선업 불황이 본격화되기 이전 연간 100척 이상씩 수주하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수주가뭄은 현재진행형이다.

올해는 물론 지난해 수주한 선박까지 몽땅 군산조선소에 털어 넣어야 재가동이 가능하다. 만일 그렇게 한다면 권오갑 부회장은 군산보다 몇 배나 많은 울산지역 정치인들에게 시달림을 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정부의 조선산업 구조조정 방안에서 조선 빅3를 모두 살리는 대신 각각 설비 가동을 축소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는데, 군산조선소를 재가동한다는 것은 해당 기업 뿐 아니라 전체 조선업계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국회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에 국한된 이슈를 국감장까지 끌고 나오는 건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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