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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군을 몰아내자" 최영 장군의 함성 '새별오름'


입력 2017.10.02 07:31 수정 2017.10.02 07:12        데스크 (desk@dailian.co.kr)

<어느 퇴직부부의 신나는 제주여행>새별오름, 본태박물관, 선운정사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2015년 여름 한 달 동안 아내와 함께 전국일주 여행을 한 것을 그동안 매주 1회씩 연제한데 이어, 동년 12월 28일부터 2016년 1월 21까지 제주도에 25일동안 살면서 여행한 것을 앞으로 1주일에 하루씩 연재한다. 총 55일간의 여행기를 한꺼번에 보고 싶다면 서점에서 '부부가 함께 떠나는 전국 자동차여행'(북랩출판사 간)을 찾으시길...< 필자 주 >

【1.16(토), 스무 번째 날】

새별오름 들불축제 때 화재가 옆으로 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오름 중턱에 설치해 놓은 소화전.ⓒ조남대 새별오름 들불축제 때 화재가 옆으로 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오름 중턱에 설치해 놓은 소화전.ⓒ조남대
갈대가 우거진 새별오름의 모습.ⓒ조남대 갈대가 우거진 새별오름의 모습.ⓒ조남대
겨울인데도 노지에서 푸르게 자라고 있는 양배추.ⓒ조남대 겨울인데도 노지에서 푸르게 자라고 있는 양배추.ⓒ조남대

아침에 일어나 어젯밤에 너무 피곤하여 하지 못한 여행일지 정리를 마무리하고 아침을 먹은 다음 새별오름으로 갔다. 새별오름은 우리 집에서 얼마 되지 않는 아덴힐 골프클럽 부근에 있다. 아침 10시쯤 도착했는데도 벌써 차량과 사람들이 많이 있다. 올라가는 길이 상당히 가파르다. 경사가 45도 또는 급한 데는 60도 정도나 되는 것 같다.

새별오름은 애월읍 봉성리 일대에 있는 오름으로 표고가 519.3m, 비고가 119m로서 저녁 하늘에 새별과 같이 외롭게 서 있다 하여 새별오름이라 부른다고 한다. 또 평화롭게 보이는 이 들판은 고려 말 최영 장군의 부대가 여몽군과 치열하게 접전을 치렀던 역사의 현장이란다.

2000년부터 매년 3월 초순에 무명 장수의 명복과 한 해의 풍년 및 무사 안녕을 기원하는 들불 축제가 개최되고 있어 국내외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단다. 원래는 정월대보름을 전후하여 축제가 열렸는데 요즈음에는 경칩이 속하는 주로 일정이 바꾸면서 3월의 제주도를 대표하는 축제가 되었단다.

들불 축제를 할 때는 통합줄다리기 경연과 널뛰기, 풍물놀이, 마상 마예 공연 등 각종 민속놀이와 지역별로 향토음식 장터 등이 열리는 등 대단하단다. 축제 때 수많은 사람이 모이는 관계로 주변의 주차장이 어마어마할 정도로 넓다. 들불을 놓아 온 오름의 갈대를 태울 때는 혹시 다른 곳으로 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오름 올라가는 곳곳과 정상에 소화전이 설치되어 있다. 산에 소화전이 설치된 곳은 여기밖에 없을 것 같다. 그래서 해마다 태운 갈대밭은 갈대만 있는데 태우지 않은 옆 부분은 잡목이 있어 확연히 구별된다.

오름의 정상에 오르니 아래가 까마득하게 멀리 보인다. 저 멀리 동쪽에는 흰 눈이 쌓인 한라산이 아득히 보인다. 제주도 오름은 어느 곳이나 올라가는 길은 멍석 같은 것으로 깔아놓아 미끄러지지도 않고, 또 비가 오지 않아 흙이 말라도 먼지가 나지 않아서 올라가기 편하게 되어 있다.

한 바퀴 돌고 내려왔더니 관광버스도 와 있는 등 찾아온 사람이 더 많아진 것 같다. 입구에 있는 이동 커피숍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고 가까이 있는 선운정사로 이동했다. 선운정사도 봉성리에 있다. 주변에서는 상당히 큰 절인데다 일몰 후 실시하는 빛마루 축제가 아름다워 관광객들에게 인기란다.

본태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상여.ⓒ조남대 본태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상여.ⓒ조남대

점심을 먹으러 한림 바닷가로 갔다. 보말칼국수를 잘하는 집이 있어 들어갔다. 한림칼국수 집은 전에 한 번 와서 먹어봤는데 상당히 괜찮았었다. 한림항 부근에 허름한 집인데도 먼저 온 사람들이 빈자리가 없어 기다린다. 우리도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보말칼국수를 먹을 수 있었다. 보말칼국수는 청정바다에서 해초만 먹고 자란 바닷고동(보말)을 넣어 만들어 국물이 시원하고 면발이 쫄깃한 것이 아주 맛있다. 경희도 제주도에 와서 먹어본 음식 중에 제일 맛있다면서 잘 먹는다. 또 김치가 맛있다며 몇 번이나 가져다 먹는다.

식사하고 나오니 “오늘 준비한 식자재가 모두 소진되어 영업을 종료한다”며 “내일 더욱 신선한 재료로 찾아뵙겠습니다”라는 팻말을 문에 붙여놓았다. 원래 아침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영업을 하는데 아직 3시 30분도 안 되었는데 재료가 떨어져 장사를 끝내는 것이다. 멋있다. 장사는 이렇게 해야 하는데 어디 그게 쉬운 일인가.

점심을 느긋하게 먹고 경희가 추천한 본태박물관을 가보기로 했다. 30분 정도의 거리다. 도착하니 4시 반이다. 5시에 표 마감해서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단다. 마감 시간 전에 겨우 도착했는데 입장료가 1만 6000원이나 한다. 핸드폰 할인 티켓으로 20% 할인하여 1만 2800원을 내고 입장했다.

본태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상여.ⓒ조남대 본태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상여.ⓒ조남대
본태박물관 야외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조남대 본태박물관 야외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조남대

1관에서 4관까지 있는데 4관부터 관람하란다. 4관은 ‘피안으로 가는 길의 동반자’라는 제목이다. 나무로 만든 상여와 상여에 관련된 각종 나무 조각품들을 전시해 놓았다. 해설자가 있어 상세히 설명해 주니 이해하기 쉽다. 죽음이란 이 세상에서 삶은 마치고 저 세상, 즉 피안으로 가는 것이란다. 저 세상으로 가게 해 주는 마지막 행차를 도와주는 상여는 우리네의 진솔한 삶을 보여주는 도구란다. 조선시대에는 신분사회인 관계로 의복이나 가마 등 모두 신분에 따른 차이가 있지만 신분의 차이를 두지 않는 유일한 경우는 죽음에 임해서였다. 그래서 망자를 보내는 상여는 화려하고 아름답게 만들었단다.

다음 3관은 ‘쿠사마 아요이’의 상설 전시를 볼 수 있는 공간으로 대표작인 ‘호박’과 ‘무한 거울방-영혼의 반짝임’이 영구 설치되어 있다. 먼저 호박의 실물 모양을 엄청나게 크고 화려하게 만들어 전시해 놓았는데 너무 아름답다. 바로 옆 ‘무한 거울방・영혼의 광채’라는 방에 들어가니 다양한 색채로 변화를 거듭하는 100여 개의 LED 전구들과 사방이 거울로 이루어진 마술적 공간이다. 형형색색의 전구를 이용해서 수많은 전구가 반짝이며 끝없이 넓게 펼쳐지는 세상은 별천지 같은 기분이다. 눈앞에 펼쳐지는 무한한 우주 공간과 같은 경이로운 광경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2관은 현대미술관으로 백남준의 비디오아트를 비롯한 세계적인 작가들의 미술품과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산방산과 모슬봉의 풍경 등 볼거리도 제공해 준다.

1관은 한국전통 공예품 전시관이다. 다양한 소반・목가구・보자기 등을 통해 화려함과 소박함, 단정함과 파격을 보여 주는 우리 수공예품이 전시되어 있다.

야외로 나오니 조각품과 바로 옆에 있는 호텔 건물이 아주 잘 어울린다. 경희도 무척 좋아한다. 상당히 비싼 입장료를 주고 관람했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았다.

선운정사에서 열리고 있는 ‘빛마루 축제’의 야경.ⓒ조남대 선운정사에서 열리고 있는 ‘빛마루 축제’의 야경.ⓒ조남대

기분 좋은 느낌으로 선운정사로 갔다. 낮에 잠시 들렸을 때 저녁에 ‘빛마루 축제’를 하면 야경이 아름답다고 하여 다시 들렸다. 시골 절인 데다 밤인데도 주차장에 차들이 빼곡하다. 인터넷을 통해 소문을 듣고 찾아온 모양이다. 낮에 보던 모습과는 전혀 다르게 아주 멋있고 예쁘다. 스님의 아이디어가 무척 돋보인다. 전기료는 좀 더 들겠지만 절을 홍보하는 데는 최고인 것 같다. 저녁이 되니 날씨가 쌀쌀해 사진을 좀 찍고는 숙소로 돌아왔다.

글/조남대 전쟁과 평화연구소 연구위원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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