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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추석 연휴 그리고 먹고 사는 이야기


입력 2017.10.02 07:23 수정 2017.10.02 07:12        데스크 (desk@dailian.co.kr)

<호호당의 세상읽기>활력 넘치던 나라의 열흘간의 명절

추석 연휴를 앞둔 29일 부산역 플랫폼에 도착한 열차에서 귀향객들이 나오고 있다.ⓒ연합뉴스 추석 연휴를 앞둔 29일 부산역 플랫폼에 도착한 열차에서 귀향객들이 나오고 있다.ⓒ연합뉴스

중국 요리 중에 감자가 들어간 요리를 드셔본 적이 있는지? 거의 없을 것이라 본다. 고급 요리에 감자가 등장하는 법이 거의 없어서 그렇지 중국인들은 평소 집에서 감자를 엄청 많이 먹는다. 주로 중국 양자강 북쪽의 화북 지방과 서남쪽의 사천성 지역에선 흔히 먹는 식재료이다.

2014년 통계에 의하면 전 세계 감자 생산은 3억 8000만 톤이고 그 중에 중국이 9600만 톤, 대략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수출은 없고 전량 중국 국내에서 소비되고 있다.

감자 얘기를 꺼낸 것은 이따금 중국요리를 좀 경험해 보았다고 해서 마치 중국을 제법 알고 있는 줄 착각하는 사람들을 대할 때마다 떠오르곤 하는 생각 때문이다.

오늘의 얘기는 먹고 사는 일에 관한 것이다. 이에 식량 문제로부터 얘기를 시작해보자.

인류의 주된 식재료는 옥수수와 쌀, 밀, 보리 순이다.(우리가 주로 쌀을 먹어서 그렇지 생산량으로 보면 옥수수가 으뜸이다.)

이와 더불어서 구황작물이라 불리던 감자와 고구마가 있다. 역사를 보면 기근은 수시로 찾아왔고 이에 감자와 고구마가 없었더라면 인류가 오늘날과 같이 번성하진 못했을 것이다.

오늘날 선진국에선 육고기를 엄청나게 먹어대지만 사실 그런 일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또 하나 중요한 식재료가 바로 땅콩이다. 육류가 아니라 식물에서 얻을 수 있는 대표적인 기름이 바로 땅콩기름이다.(올리브 기름은 지중해 연안 지역에서만 생산된다. 아울러 깨는 우리에게 친숙해서 그렇지 생산량은 얼마 되지 않는다.)

동물성 기름을 섭취하기가 어렵던 과거시절에 땅콩은 그야말로 중요한 기름 공급원이었다.

그런데 옥수수와 감자, 고구마, 땅콩은 모두 원산지가 아메리카 대륙이라는 사실, 즉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후 유라시아 쪽으로 전해진 식재료들이다.

신대륙에서 건너온 옥수수와 감자 고구마는 유럽의 인구를 폭증시켰을 뿐 아니라 중국과 인디아의 인구를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한 1등 공신이다.(반대로 유라시아 사람들은 신대륙의 사람들을 전염병과 총으로 거의 말살시키다시피 했지만 말이다.)

중국의 인구가 오늘날 14억이라고 하는 엄청난 숫자로 늘어난 것 역시 결국은 옥수수와 감자 고구마 땅콩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인디아 역시 크게 다르지가 않다. (물론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닐 것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지구촌의 인구수가 오늘날처럼 늘어난 또 하나의 배경은 1950-1960년대 미국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녹색혁명’ 때문이다. 품종개량과 화학비료의 일반화가 있었으며 또 개발도상국들에게 전파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농업 생산량이 획기적으로 증가했던 까닭이다.

흔히 2차 대전 이후의 베이비 붐 세대가 1970~2000년 기간 중의 글로벌 장기호황을 만들어내었다고 얘기되지만, 식량 생산 기술의 놀라운 발전과 뒷받침이 없었다면 그토록 신생아가 급증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엥겔 계수란 것이 있다. 독일의 통계학자인 에른스트 엥겔이 1875년 벨기에의 근로자 가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도출된 이론이다. 소득이 적은 가정일수록 식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엥겔 계수는 그러나 녹색혁명 이전까지인 1940년대 이전에나 중요했던 이론이었다. 오늘날 선진경제에서 이 수치는 그저 참고 자료로만 활용이 된다. 미국에서 시작된 녹색혁명이 이 수치를 정말이지 드라마틱하게 낮추어놓았기 때문이다.

곡물 생산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결과 사람만 먹는 것이 아니라 사료로도 많이 사용되다 보니 육고기 생산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덕택에 오늘날 어지간한 선진 경제권 나라라면 곡물처럼 육고기를 먹고 있다.

그 바람에 돼지고기 삼겹살보다도 그를 싸는 상추가 더 비싸다는 말을 간혹 듣게 되는 우리들이다.(돼지 입장에서 얼마나 억울할까? 불쌍한 돼지들!)

그런가 하면 쌀이 남아도니 일정량 이상을 시장에서 격리 조치하게 되는 소식도 듣게 되는 참으로 이상한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오늘날 먹고 사는 일이 또 다시 팍팍해지고 말았다. 엥겔 계수는 엄청 낮아 졌음에도 말이다, 이는 먹는 데 드는 비용보다 다른 비용이 엄청나게 많아지고 늘어난 까닭이다.

뿐만 아니라 일자리 부족이 참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이는 녹색혁명과 발을 맞추어 등장한 또 하나의 혁신인 컴퓨터, 즉 정보기술 혁명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정보기술 혁명은 인류 전체적으로 엄청난 편익(便益)을 안겨 주었지만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정보기술의 광범위한 보급은 행정이나 사무 처리뿐만 공장 생산 즉 제조업의 자동화를 통해 인력의 필요성을 무지막지하게 줄여 놓았다. 최근엔 사람보다 훨씬 똑똑한 인공지능(A.I)까지 등장해서 얼마 지나지 않아 일자리에서 사람을 대거 몰아낼 모양새이다.

거꾸로 말하면 사람의 값어치가 폭락하고 있는 시대라 하겠고, 인건비 디플레이션이 가차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해도 무방하겠다.

베이비 붐 세대는 왕성한 생산과 왕성한 소비를 통해 경제 호황을 이끌었다. 하지만 오늘에 이르러 사람의 값어치가 없어져가다 보니 왕성한 소비가 사라졌고 이에 수요 부족으로 왕성한 생산도 옛일이 되어가고 있다.

190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은 그런 면에서 어떤 단절(斷絶)이 발생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일자리가 적어지니 소비를 할 수 없고 소비를 하지 못하니 생산이 위축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바, 지금의 이런 흐름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기보다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사람의 값어치가 적어지니 사람들은 알아서 아기를 낳지 않기 시작했다. 특히 높은 주거비로 인해 결혼하기도 힘들고 결혼한다 해도 섣불리 아기를 생산하지 못한다.

작년 말 신생아 숫자가 통계를 시작한 1925년 이래 최저치란 보도를 듣고 카! 했었는데 올 해엔 다시 기록을 갱신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역대 최저치였던 작년 2016년 신생아는 41만이었는데 금년엔 35만 명에도 미치지 못할 것 같다고 한다.

1070년 초반의 100만 명이 이제 3분의 1로 줄어든 셈이다.

다시 말하지만 쌀을 비롯하여 식량은 넘쳐나고 있어도 무서워서 아기를 생산하지 못하는 현실이니, 어쩌면 이미 우리가 또 다른 생경한 시대로 접어드는 문턱을 이미 넘어섰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라 당장 눈앞의 현실이 더욱 다급하다.

수익성 있고 경쟁력 있는 사업과 산업은 날로 줄어들고 게다가 강성 노조로 인해 고임금을 지불해야 하는 판국에 중국은 거의 따라왔다. 참으로 진퇴양난의 대한민국이다.

아침에 아들 녀석이 말했다, 아빠, 우리나라에선 애 낳고 사는 것만 해도 성공인 것 같아요.

출퇴근에 4시간이 걸리든, 먹는 거야 어떻게 먹든 해외 관광 나가든 말든 떠나서 결혼하고 애 하나 낳아서 겨우겨우 키울 수 있다면 성공인 거죠, 그게 청운(靑雲)의 꿈인 거죠 하는 아들의 말이 온 종일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아들의 말에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 그런 것 같아 하면서. 과거의 미니멈이 오늘의 맥시멈이 되고 있는 이 불편한 느낌.

그와 동시에 스치는 생각 하나가 있었다. 과거 우리나라는 대단히 활력에 넘치던 나라였는데 정말이지 그 세월이 아련한 꿈속의 일만 같다는 생각이 그것이다.

평생 살아오면서 겪어보지 못한 길고 긴 추석 연휴가 시작되고 있다. 나로선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물론 이유나 원인이야 당연히 있겠으나 그를 떠나서 우리가 이렇게 지내도 괜찮은가 하는 생각은 여전히 떠나지 않는다. 한편으론 이런 게 올드 세대의 감각이 아니겠나 싶기도 하다.

글/김태규 명리학자 www.hohodang.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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