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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성객 나몰라라' KAL 조종사 노조의 당당함


입력 2017.09.26 06:00 수정 2017.09.26 06:31        이강미 기자

<이강미의 재계산책> 귀성객 볼모 파업 강행 예고...억대 연봉 불구 '특급대우' 요구

타직종과의 형평성·절차적 정당성 논란...'실력행사' 대신 대의가 우선돼야

<이강미의 재계산책> 귀성객 볼모 파업 강행 예고...억대 연봉 불구 '특급대우' 요구
타직종과의 형평성·절차적 정당성 논란...'실력행사' 대신 대의가 우선돼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륙을 준비하는 대한항공 여객기. ⓒ연합뉴스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륙을 준비하는 대한항공 여객기. ⓒ연합뉴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가 추석귀성객을 볼모로 파업을 강행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임시공휴일까지 지정해 10일간의 최장 추석연휴를 즐길 수 있도록 한 데 대해 파업으로 명절 귀성객과 여행객에게 찬물을 끼얹으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지난 20일 회사에 파업참여인원(396명)을 통보했다. 이에대해 회사측은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가용인원을 전부 동원할 계획이다.

항공업계에서는 추석 연휴기간에 국민을 볼모로 파업을 하겠다는 이기적인 태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항공업은 법적으로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돼 있어 전면 파업이 금지돼 있다. 하지만 이번 추석은 10일에 가까운 장기간 연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고객 불편함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가 요구하는 임금인상안은 △2015년 임금 4%인상 및 퇴직금 매년 1% 누진제 도입 △2016년 임금 7% 인상 및 상여 100% 인상 △비즈니스클래스 연 6매 등이다.

이는 올해 초 3차 임단협 내용에 △퇴직금 매년 1%누진제 도입 △상여 100%인상 △비즈니스클래스 연 6매 제공 등 복지후생비를 대폭 추가한 것이다. 즉 임금인상안은 낮추되 대신 복지후생비를 대폭 높여달라는 요구이다.

이에대해 ‘형평성을 감안해 달라’는 회사측과 ‘특급대우해 달라’는 조종사 노조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대한항공은 여러 직종이 모여있는 복수노조사업장이다. 이미 전체직원의 약 85%를 대표하는 일반 노조와는 2015년 1.9%, 2016년 32%임금을 인상한 바 있다.

따라서 회사측은 형평성을 고려해 이미 타결된 이상률 이상의 요구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만약 조종사노조만 다른 비율로 임금인상했을 때 타직종 직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받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회사측은 2015년 임금 1.9%인상, 2016년 임금 3.2%인상 및 수당 인상, 복리후생 강화안을 제시하고 있다. 회사안을 받아들여도 조종사들은 그동안의 인상 소급액으로 평균 1500만원씩을 더 받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조종사노조는 조종사직종은 항공기 운항을 책임지는 자리로, 타 직종과는 다르다며 회사안을 거부하고 있다. 최근 진행된 단체협상에서는 비즈니스클래스 항공권을 연 6매 제공할 경우, 회사가 제안한 인상안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하는 등 ‘남다른 대접’을 받기를 원하고 있다.

실제 인천~뉴욕 기준 비즈니스클래스 왕복 항공권의 가격이 800~900만원대임을 감안하면, 비즈니스클래스 항공권 6장은 5000만원 이상의 임금인상 효과를 볼 수 있다.

이쯤되면 조종사노조가 회사사정이나 함께 근무하는 회사원들은 나몰라라하고 자신들만 ‘특급대우’해 달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강미 산업부장. 이강미 산업부장.
항공업계가 지적하는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파업추진의 또다른 문제점은 절차적 정당성 문제다.

조종사 노조는 2015년 임금협상과 관련해 지난해 말 37%의 임금인상 등의 조건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쳐 이에따른 파업을 실시한 바 있다. 당시 파업 후 재개된 교섭에서 조종사노조가 2015년 임금요구안을 3차례에 걸쳐 변경(1차 2015년 37% 임금인상, 2차 2015년 29% 임금인상, 3차 2015년 4% 임금인상과 2016년 7% 임금인상)한데 이어 2016년과 2017년 단체협상으로 교섭대상을 확대했다.

하지만 조종사노조가 이번 추석연휴에 추진하는 파업은 올해 초 협상안의 내용이 달라진 것으로, 당초 요구했던 임금임상률 37%에서 4%로 낮추는 대신 복리후생비를 대폭 늘려달라는 추가요구안을 제시함에 따라 최초 진행했던 파업과는 동일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1조에 따라 파업을 위해서는 파업찬반투표가 반드시 서행되고, 조합권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만약 파업이유, 조건이 달라질 경우 반드시 그에 적합한 찬반투표가 이뤄지는 것이 법적 정당성을 갖는 길이다. 따라서 조종사 노조가 이번 추석연휴 파업을 적법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달라진 조건에 대한 조합원의 의견을 묻는 찬반투표가 새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고용노동부는 지난 2009년 5월 행정해석(노사관계 법제과 1463)을 통해 연도를 달리하는 임금교섭의 경우, 노동쟁의의 동일성이 인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따라서 각 연도별 임금교섭 관련 쟁의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찬반투표와 조정신청을 해야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제 아무리 옳은 주장을 한다손치더라도 절차적 정당성을 외면했다면 불법파업이란 지적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울러 억대 연봉자들이 대의를 위한 것이 아닌 자신들의 이기적인 목적을 위해 파업을 강행한다면, 이 또한 국민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을 것이다. ‘실력행사’에 앞서 무엇이 대의를 위한 것인지를 숙고해 주기 바란다.

이강미 기자 (kmlee50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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