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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와 한국은, 독일청년에게 빠지다


입력 2017.09.25 10:01 수정 2017.09.25 10:27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닭치고tv>타국을 진정으로 이해하려는 '다름의 존중' 돋보여

MBC에브리원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화면 캡처. MBC에브리원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화면 캡처.

한국을 처음 찾는 외국인의 한국 여행기를 보여주는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가 MBC에브리원 채널의 최대 히트작으로 떠올랐다. 특히 가장 최근에 방영된 독일인 편은 해당 채널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요즘 호감도와 신뢰도가 붕괴된 지상파 MBC의 예능보다도 더 돋보인다는 찬사가 쏟아진다.

독일은 대표적인 서구 선진국이다. 우리에겐 첨단 기계공업의 나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 나라의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숙박업소 비데나 고깃집 송풍기, 일반 업소의 자동문 등을 보고 놀라는 모습이 역으로 우리를 놀라게 하면서 동시에 만족감도 줬다.

그들은 한국 대도시의 발전된 모습을 보며 계속 감탄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시내 상업지구나 밤거리 풍경, 사람들의 옷차림을 보면서도 찬사를 연발했다. 이렇게 선진국 서양 사람들이 한국에 보내는 찬사에 우리는 대단히 민감하다.

한국에 특별히 호감을 보이는 서양인은 한국에서 큰 인기를 누린다. 반면에 한국을 무시하는 듯한 외국인에겐 질타가 쏟아진다. 톰 크루즈가 절대적 인기를 누리는 반면, 얼마 전 내한한 아리아나 그란데가 비호감으로 전락한 이유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 등장한 독일청년들은 한국에 큰 호감을 보인 쪽이었다.

특히 자동차 선진국 출신인 이들이 한국의 고속버스에 감탄하고, 또 한국 자동차의 후방카메라 등 첨단 기기에 놀라는 모습이 한국인에게 상당한 만족감을 줬다.

거기서 그친 것이 아니다. 이들은 선진국 시민의 진정한 자세를 보여줬다. 바로 다른 문화를 존중하는 태도다. 이 독일청년들은 한국의 풍물에 대해 절대로 ‘나쁘다’는 말을 안 했다. PD는 촬영 전에 출연자들에게 “현장에서 (우리나라 문화의) 안 좋은 점이 있다고 생각되면, 편하게 말을 하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은 끝까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촬영을 의식해서 일부러 좋은 말만 한 것이 아니라, 이들의 원래 자세가 그런 것 같았다. 각 나라마다 고유의 문화가 있는데, 거기엔 좋고 나쁨이 아니라 단지 ‘다름’이라는 차이만 있다는 사고방식 말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몰랐던 한국의 다름에 대해 더 알고, 더 느끼려고 하면서 모든 것에 존중하는 태도를 취했다.

우리가 예민하게 생각하는 맥주만 해도 그렇다. 한 명이 한국 맥주를 마시고 ‘독일 맥주에 비해 너무 약하다’고 하자 바로 옆에서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된다. 단지 다른 것뿐이다’라고 정정했고 다른 친구들은 즉각 수긍했다. 타문화에 대한 존중이 몸에 밴 사람들이었다.

문화적으로 후진국일수록 훌륭함과 ‘후짐’에 민감하다. 자신들의 ‘후짐’에 콤플렉스를 가지며 선진국 문화를 맹종한다. 어느 정도 위치가 상승하면 이번엔 다른 나라를 그런 잣대로 바라본다. 그러면서 후진국 사람들을 멸시하고 그들의 문물을 무시한다. 바로 우리가 그렇다.

선진국은 이런 단계를 거쳐 이젠 ‘다름에 대한 존중’이라는 가치를 체득한 나라들이다. 그중에서도 독일은 과거 인종학살이라는 어마어마한 범죄를 저지른 후 철저히 과거사를 반성하는 과정에서 선진형 시민교육이 확립됐다. 그렇게 만들어진 시민의식이 한국을 방문한 독일청년들의 태도에 배어나왔다. 한국, 일본, 중국 등 동북아시아에선 매우 희귀한 가치다. 그래서 독일청년들의 모습이 한국인에게 깊은 감명을 준 것이다.

독일인들은 이성적이고 차갑다고 알려졌다. 그래서 이번 독일인편이 ‘노잼’일 거라 예상한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들이 한국을 정확히 알기 위해 한국의 역사를 공부하고, 여행지도 분단현실을 인식할 수 있는 휴전선, 독립운동사를 인식할 수 있는 서대문형무소 등으로 선택하는 모습에서, 타국을 진정으로 이해하려는 자세가 우러나온 점이 재밌는 예능 이상의 감동을 줬다.

물론 선진국이라고 모두 이런 것은 아니다. 과거 극심했던 인종차별이 요즘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트럼프 같은 사람이나 네오나찌 등이 출몰한다. 그럼에도 선진국은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한 걸음씩 진보해왔고, 바로 그래서 선진국 소리를 듣는 것이다. 우린 오로지 경제만 발전한, 타국에 대한 태도는 매우 후진적이며 과거사도 반성하지 않는 기이한 나라를 바로 옆에 두고 있기 때문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보인 독일청년들의 모습이 더욱 호감으로 다가왔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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