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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도 휘발유·경유차 퇴출 잰걸음…국내 기업 대응은?


입력 2017.09.24 06:00 수정 2017.09.24 06:50        박영국 기자

현대·기아차 2020년까지 전기차 8종, 수소전기차 2종 개발

인도에 전기차 CKD 공장 설립 등 해외 생산·판매전략 수립

현대자동차가 8월 17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미디어 설명회에서 친환경차 '차세대 수소전기차'를 세계 최초로 공개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현대자동차가 8월 17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미디어 설명회에서 친환경차 '차세대 수소전기차'를 세계 최초로 공개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현대·기아차 2020년까지 전기차 8종, 수소전기차 2종 개발
인도에 전기차 CKD 공장 설립 등 해외 생산·판매전략 수립


중국과 인도가 유럽 선진국들보다 빠른 내연기관 자동차 퇴출 절차를 밟을 것으로 점쳐지면서 국내 자동차 업체들에게도 발빠른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중국은 최대 자동차 시장이며, 인도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시장 성장 잠재력이 가장 큰 국가다.

24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BYD)의 왕촨푸(王傳福) 회장은 지난 21일 광둥성 선전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020년까지 중국 내 버스에 이어 2025년까지 트럭이 각각 전기차로 바뀔 것이며, 2030년에는 전 승용차를 포함해 중국에서 모든 차가 전기차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물론 이는 중국 정부의 공식 방침이 아닌 전기차 업체의 수장의 입에서 나온, 자사에 유리한 사업환경이 조속히 조성되기를 바라는 희망 섞인 전망이자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치려는 발언으로 풀이되지만 중국 정부가 이미 내연기관 자동차의 퇴출 시기를 검토 중이라는 점에서 전혀 사실과 동떨어진 것으로 보긴 힘들다.

앞서 중국 공업정보화부 신궈빈(辛國斌) 부부장(차관)은 지난 9일 신에너지 차량 개발과 대기 오염 완화를 위해 화석연료 자동차의 생산, 판매를 중단하기 위한 일정표를 마련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세계 2위 인구대국인 인도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일찌감치 2030년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 금지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영국과 프랑스가 내놓은 내연기관 자동차 퇴출 스케줄인 2040년보다 10년이나 빠른 것으로, 자동차 업체들의 대응도 한층 시급해졌다.

국내 완성차 업체 중 해외 시장에서의 내연기관 퇴출 및 친환경차 대체 스케줄에 직접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기업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쌍용자동차 정도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은 모기업인 GM과 르노의 전기차 등 친환경차 개발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들은 그동안 국내 시장 대응에 있어서도 GM과 르노의 전기차를 수입해 판매하는 데 그쳤다.

현대·기아차는 2020년까지 수소전기차를 포함해 31개 차종의 친환경차 라인업을 구축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당초 2014년 발표한 중장기 로드맵에서는 이때까지 친환경차 22종을 개발하겠다고 밝혔었으나, 지난해 6종을 추가한 데 이어 올해 또다시 3종을 추가했다.

전체 숫자로는 상당한 규모지만 그 중 상당수가 내연기관 자동차와 친환경차의 과도기적 수준인 하이브리드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종이라는 게 한계다. 이들 차종은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를 조합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각국의 ‘내연기관 퇴출’ 정책에서 살아남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연비가 아무리 좋더라도 어쨌든 배출가스를 내뿜는 것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현재 현대·기아차가 운영 중인 친환경차 라인업 14종 중 6종은 하이브리드, 4종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다. 순수 전기차는 3종(아이오닉, 쏘울, 레이), 수소전기차는 1종(투싼) 뿐이다.

2020년까지 로드맵에서도 하이브리드(10종)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11종)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전기차는 8종, 수소전기차는 2종이다.

상용화 측면에서도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3월 친환경차 누적 판매 50만대를 돌파했지만 대부분이 하이브리드 차량이다. 순수 전기차는 차량 가격의 절반을 넘나드는 보조금 혜택에 의존한 국내 판매가 대부분이다. 더구나 보조금 지원 대수가 한정돼 있어 정부 정책에 따라 판매량이 오락가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소전기차는 ‘세계 최초 양산(2013년, 투싼 수소전기차)’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지만 아직 시장이 제대로 열리지 않아 국내외 정부기관과 지자체에 관용차로 공급하거나 수소충전소가 갖춰진 지역에 택시·카셰어링용 차량으로 공급하는 수준이었다. 2013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투싼 수소전기차의 누적 판매는 844대에 불과했다.

업계에서는 친환경차 개발 대수 보다는 테슬라와 같이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비싼 가격에도 구매자가 몰리는 ‘킬러 모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랜 기간 친환경차 대응에 손 놓고 있던 쌍용차도 뒤늦게 전기차 개발에 뛰어들었다. 자체적으로 기술을 개발하려면 거의 백지상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라 대주주인 마힌드라에 손을 내밀었다.

쌍용차는 외국계 대주주를 둔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해외 시장에서 대주주보다 높은 브랜드 파워를 가진 덕에 마힌드라의 전기차 기술을 도입해 자체 브랜드의 차종을 개발, 판매할 예정이다.

현재 마힌드라와 손잡고 코란도C급 SUV 전기차를 개발 중으로 2019년까지 1회 충전시 400km 이상을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를 양산할 계획이다.

마힌드라가 인도 전기차 시장에서 오랜 경험을 쌓았다고는 하지만 이 회사의 기술을 도입한다고 해서 당장 상용화시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마힌드라의 기술을 자체 기술력으로 흡수해 다른 자동차 회사들이 그동안 친환경차 시장에서 겪었던 시행착오를 하루 빨리 체득하는 게 쌍용차의 친환경 전략에 있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하려면 친환경차 기술력 못지않게 해외 생산·판매망 구축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유럽과 중국, 인도 등지에 현지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있는 현대·기아차는 이들 국가의 내연기관 자동차 퇴출 스케줄에 대응해 현재 내연기관 자동차에 맞춰져 있는 현지 공장 생산라인의 전환 계획도 미리 준비해 놓아야 할 필요가 있다.

현대차는 내년 하반기 혹은 2019년 상반기에 인도에 전기차 반제품(CKD) 조립 공장을 세울 예정이다. 국내에서 생산된 부품을 현지로 수출해 조립하는 방식으로, 주요 시장 중 내연기관 자동차 퇴출 스케줄이 가장 빠른 인도를 일종의 ‘테스트 베드’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의 인도 전기차 공장 설립과 운영 노하우는 앞으로 글로벌 시장환경 변화에 따른 현대차의 해외 생산기지 전환에 있어 중요한 자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나 수소전기차와 같이 내연기관을 완전히 탈피한 친환경차는 아직 내연기관 자동차 대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을 뿐이지, 글로벌 상위 기업이라면 어느 정도 상용화에 필요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면서 “어느 곳이건 일단 (내연기관 퇴출로) 시장이 열린다면 먼저 치고 들어가 선점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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