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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HTC 픽셀팀만 인수한 이유는


입력 2017.09.25 08:40 수정 2017.09.25 09:05        이배운 기자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유기적 결합 중요성 확대

대형 인수 리스크 줄이면서도 하드웨어 역량 확보

구글(위)과 HTC 로고.ⓒ각사 구글(위)과 HTC 로고.ⓒ각사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유기적 결합 중요성 확대
대형 인수 리스크 줄이면서도 하드웨어 역량 확보


구글이 대만 스마트폰업체 HTC의 픽셀 제조 개발 사업부문만을 인수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구글은 지난 22일(현지시간) HTC 픽셀 사업부의 2000명 가량의 연구개발(R&D) 인력과 지적재산권의 비독점적 사용권리를 11억달러(약 1조2479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HTC 전체 사업의 15%에 해당한다.

당초 업계는 구글이 바이브 등을 포함한 HTC 전체 인수, 혹은 스마트폰 사업 전체를 인수할 것으로 봤지만 예상보다 작은 규모로 이뤄진 것이다.

이번 구글의 하드웨어 분야 재진출 결정은 내부에서도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구글은 지난 2011년 미국의 휴대전화 제조업체 ‘모토로라’를 125억달러(약 14조 1700억원)에 인수하고 자체 개발 스마트폰인 ‘넥서스’를 출시했지만 부진한 성적을 거두면서 지난 2014년에 29억달러(약 3조2894억)에 모토로라를 매각한 쓰라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글은 지난해 HTC와 협업해 프리미엄 스마트폰 픽셀을 출시하면서 긍정적인 성과를 거둔 경험이 있어 의미있는 인수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는데 기대감이 크다.

전작 픽셀폰의 흥행을 바탕으로 사업부 대형 인수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하드웨어 역량을 확보하겠다는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인수방향을 택한 것이다.

실제 지난해 구글이 자체제작 출시한 픽셀폰은 출시 직후 북미시장을 중심으로 흥행열풍을 일으켰으며 구글의 자회사인 알파벳은 픽셀폰의 흥행에 힘입어 주가가 2%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미국 통신 및 모바일 시장 조사기업 베이스트리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픽셀폰의 전 세계 누적 판매량은 약 500만대를 기록했다.

이 중 HTC는 애플과 삼성전자에 밀려 주요 생산공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일부 생산을 위탁하는 등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사실상 설 자리를 잃은 상황이었다. 결국 HTC는 스마트폰 사업부 매각을 검토하던 상황에서 때마침 하드웨어(HW) 시장 재진출을 노리는 구글과 일부 필요성이 맞아 떨어진 셈이다.

구글은 이번 인수를 통해 스마트폰을 직접 개발, 공급함으로서 HW 부문의 통제권을 강화하고 안드로이드 소트트웨어(SW) 최적화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경쟁사 애플의 경우 자사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및 또 다른 기기에 차세대 기술을 탑재하고 뛰어난 SW 최적화를 선보이며 새로운 경쟁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구글 역시 SW와 결합할 독자적인 기기 기술력이 필요해졌다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구글의 이번 인수는 스마트폰 제조 역량에 초점을 둔 것이 아니라 가상현실(VR)과 사물인터넷(IoT) 등 차세대 미래 기술 개발 역량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HTC의 지난해 휴대폰 생산량은 1000만대에도 미치지 못했을뿐더러 인수 후에도 자체 브랜드 폰을 지속적으로 생산한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아이폰 소비자들이 아이폰을 구매하는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는 'iOS'운영체제 등 SW를 구동시키는 HW의 설계·최적화가 잘 이뤄진 것”이라며 “예전과 달리 HW와 SW간 유기적 결합이 더욱 중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글은 HTC 부분 인수를 통해 HW와 SW의 최적화, 품질 관리, 생산 기술과 부품 공급망 관리 등 그동안 확보하지 못했던 HW 관련 노하우들의 보완이 이뤄질 전망이다.

한편 업계는 구글의 이번 HTC 인수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단기간에 삼성과 애플의 양강구도를 흔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성숙기에 들어섰고 프리미엄 영역은 삼성전자와 애플의 독주 체제가 확고하다”며 “구글은 이번 인수를 통해 스마트폰 HW 일부 생산 및 경험 축적을 통해 VR 등 차세대 분야에서 하드웨어 측면의 기술 확보에 주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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