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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북핵 없으면 한국은 매력적인 투자처"


입력 2017.09.21 09:40 수정 2017.09.21 10:48        이충재 기자

'뉴욕 금융‧경제인과 대화'에서 "한미FTA 굳건히 지킬 것"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고, 대화의 길로 나오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 새로운 경제지도가 그려질 것이고, 한국은 더욱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자료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고, 대화의 길로 나오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 새로운 경제지도가 그려질 것이고, 한국은 더욱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자료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각)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고, 대화의 길로 나오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 새로운 경제지도가 그려질 것이고, 한국은 더욱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이날 맨해튼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뉴욕 금융·경제인과의 대화에서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해 경제-금융계도 우려를 갖고 계실 것"이라면서도 "북한의 최근 핵실험 이후에도 한국 증시와 외환시장은 일시적인 변동 후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지금이야말로 다시 도약하는 한국경제에 투자해야 할 시점이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며 '코리아 세일즈'에 적극 나섰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한미FTA와 관련, "한미 FTA가 교역 확대와 시장 접근성 향상, 투자·일자리 창출 등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된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며 "미국의 우려를 잘 알고 있으나 한미FTA의 성과와 영향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과 함께 차분한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미국이 요구한 개정 협상에 성실히 임하겠지만 한·미 FTA를 굳건히 지키면서 호혜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하 '뉴욕 금융·경제인과의 대화' 연설 전문]

댄 퀘일(Dan Quayle) 회장님,
스티븐 슈워츠먼(Stephen Schwarzman) 회장님,
데이빗 루빈스타인(David Rubenstein) 회장님,
그리고 이 자리에 함께하신 금융-경제인 여러분,
만나서 반갑습니다.

세계 금융과 경제의 중심, 이 곳 뉴욕에서 세계 경제 흐름을 좌우하는 금융·경제계 지도자분들에게 한국경제를 소개하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금융·경제계 지도자 여러분,

누구나 투자 결정을 할 때 고려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건실한 기업인지, 성장 가능성이 있는지, 위험요인은 없는지, 무엇보다 투명하고, 신뢰할만한 기업인지 꼼꼼히 살펴봅니다.

나는 한국전쟁이 휴전된 1953년에 태어났습니다. 국내총생산(GDP) 13억달러, 1인당 국민소득 67달러, 대외원조를 받아 전쟁의 폐허를 치유하고, 민주주의를 꿈꾸기에는 너무 가난한 나라. 내가 태어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반세기만에 대한민국이 이룩한 경제발전과 민주주의의 성취는 경이롭습니다.

국내총생산은 1조4000억 달러로 천배 넘게 성장하여 세계 10위권이 되었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은 3만 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전후 독립한 국가 중 처음으로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성장했습니다.

세계는 '한강의 기적'이라고 부릅니다. 나는 그 기적의 실체가 바로 대한민국 국민의 저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국민의 저력은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한국은 세계 자본주의의 위기를 재도약의 기회로 바꾸었습니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쳐
한국경제의 체질은 더 건실해졌고, 금융-재정 여력은 더 확충되었습니다.

공공부문 개혁, 산업구조 개편, 시장 개방과 규제 완화, 금융감독 강화 등 경제의 구조를 더욱 효율적이고 건전하게 바꾸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국민들은 초유의 경제위기를 맞아 집안의 금붙이를 가지고 나오고, 뼈를 깍는 구조조정을 이겨냈습니다.

당시 39억달러까지 줄었던 외환보유액은 이제 3850억달러로 세계 9위 수준입니다. GDP대비 국가채무는 3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건전한 수준입니다. 세계 최고수준의 정보통신 인프라와 68개의 세계 일등상품도 가지고 있습니다. 당시 비플러스(B+)까지 떨어졌던 국가신용등급도 11단계 상승한 더블에이(AA)로 주요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은 민주주의의 위기도 모범적으로 이겨냈습니다. 한국은 지난 해 유례없는 정치적 격변기를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은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와서 그동안 우리가 이룩해온 숭고한 민주주의를 가장 평화로운 방식으로 다시 지켜냈고 한 층 더 성숙시켰습니다.

한국의 새 정부는 국민이 주인되는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염원하는 국민의 부름 위에 출범하였습니다. 위기가 닥치면 더욱 강해지는 국민,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나라.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금융·경제인 여러분,

지금 우리 경제에도 위기는 있습니다. 2000년대 이후 한국경제는 고용없는 성장, 저성장이 고착화되었습니다.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는 양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었습니다. 경제는 성장하지만, 일자리는 그만큼 늘지 않고, 국민들의 생활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경제불평등이 오히려 성장을 가로막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다른 선진국과 국제기구들도 비슷한 상황 때문에 고민하고 있을 것입니다. 지난 G20에서도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이 정상들 간에 가장 중요한 화두였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 OECD 등은 경제혜택이 골고루 돌아가는 ‘포용적 성장’을, 국제노동기구(ILO)는 기존 경제패러다임과 다른 ‘임금주도 성장’을 강조하였습니다.

나는 우리 경제를 이끌어 온 국민의 저력을 믿고, 한국경제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자 합니다.

그 출발점은 다시 '사람'입니다. 국민과 가계를 경제정책의 중심에 놓겠다는 발상의 전환입니다. 일자리와 가계소득 증대, 혁신경제를 통해 성장을 이끌고자 합니다. 모든 국민이 공정한 기회를 갖고, 성장의 혜택을 함께 누리는 경제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사람중심 경제'라고 부릅니다.

한국의 새 정부가 추진할 '사람중심 경제'는 세 개의 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첫 번째 축은 '일자리와 소득주도 성장'입니다. 좋은 일자리를 늘려서 가계 소득을 높이고, 늘어난 가계소득이 소비를 진작하여 경제성장을 견인하며, 경제성장이 다시 일자리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예산, 세제, 금융 등 가용한 모든 정책수단을 일자리 창출과 가계 소득 증대에 도움이 되도록 재편하고 있습니다.

보다 적극적인 재정정책도 추진할 것입니다. 일자리 창출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고 내년도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을 결정했습니다. 주거·교육·의료·금융 등 가계부담도 완화할 것입니다.

두 번째 축은 '혁신성장'입니다. 소득주도 성장이 수요를 이끄는 정책이라면 공급측면에서 성장을 이끄는 전략이 '혁신성장'입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지능정보화사회를 선도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 위원회'를 설립하였고, 내각에 중소벤처기업부도 신설하였습니다.

교육 혁신으로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고,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같은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이 되는 핵심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것입니다.

기업 성장단계별 지원, 신산업분야 규제 개편, 벤처자본과 창업 지원을 통해 혁신적인 창업과 신산업 창출이 이어지는 혁신생태계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전통적으로 강한 제조업에는 인공지능을 입혀 부가가치를 높일 것입니다. 스마트공장과 스마트시티, 자율주행차,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할 것입니다.

'사람중심 경제'의 세 번째 축은 '공정 경제'입니다.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와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고, 경제혜택을 모든 국민이 골고루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일감 몰아주기, 대·중소기업간 불공정 거래관행을 근절하고,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여 경영의 투명성을 높일 것입니다. 아울러,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합리적인 노사협력 문화 정착을 통해
성과를 공유하고, 함께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연방제에 버금가는 자치분권을 보장하여 각 지역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기반도 만들어 갈 것입니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은 포용적 성장, 나아가 포용적 민주주의의 기반이 될 것입니다.

금융·경제인 여러분!

한국은 수출주도의 대외경제를 기반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그 중에서도 미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경제파트너입니다. 한국에게 미국은 두 번째 교역상대국이고, 최대 투자처입니다. 한국 역시 미국의 6번째 교역상대국입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세계적으로 자유무역이 지속 확대되는 상황에서 상호간 경제발전을 위해 필수적입니다.

한미 FTA 발효 이전인 2011년과 비교하여 2016년까지 세계 무역은 12%가 감소한 상황에서도 한미 양국간 교역은 오히려 12%가 증가하였습니다. 한국의 수입시장에서 미국의 점유율은 8.5%에서 10.6%로 크게 늘어났고, 미국산 소고기는 한국의 식탁을 점령하고 있습니다. 미국산 자동차도 수입이 3배 이상 늘어나 수입차 시장점유율 2위로 올라섰습니다.

물론 한국도 자동차와 정보통신제품 등의 수출이 증가하였습니다. 여전히 상품교역에선 한국이 흑자지만, 서비스교역에선 미국이 많은 흑자를 보고 있습니다. 상품에 강점이 있는 한국과 서비스산업에 강점이 있는 미국의 상호 호혜적 진출은 해당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기업들의 대미 투자 확대는 미국이 중요시하는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현대·기아차는 앨라바마와 조지아 공장에 약 100억불을 투자하여 3만여명의 고용을 창출하였습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 오스틴 반도체 공장에 약 170억 달러를 투자하고, 3000여명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도 많은 한국인들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한미 FTA가 교역 확대, 시장 접근성 향상, 투자·일자리 창출 등 양국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협정인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최근, 미국의 요구에 의해 한미 FTA 개정을 논의하기 위한 특별회기가 시작됐습니다. 한국은 성실히 협상에 임할 것입니다. 그러나 한미 FTA의 호혜성에 대해 정당한 평가를 바랍니다.

또한, 미국의 대(對) 한국 무역적자 규모가 2015년을 기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금년 상반기에도 30% 이상 감소했다는 추세도 감안되어야 할 것입니다. 미국의 우려를 잘 알고 있습니다만, 한미 FTA의 성과와 영향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과 함께 차분한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한미 FTA의 상호 호혜적 혜택을 직접 체험하고 있습니다. 양국의 많은 기업인들이 폭넓은 지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한국은 전 세계 75% 경제영토와 FTA를 맺고 있습니다. FTA 유지는 미국기업들에게는 한국시장 진출의 필요조건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미국과 열린 자세로 대화할 것입니다. 하지만, 양국에게 도움이 되는 한미 FTA를 굳건히 지키면서, 상호 호혜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을 기대합니다.

존경하는 금융·경제계 지도자 여러분!

최근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해 경제·금융계도 우려를 갖고 계실 것입니다.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해 유례없이 신속히 일치된 목소리로 대북 제재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우리 정부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국제사회와 다각적인 외교 노력을 통해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도록 해나갈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입장은 확고합니다. 북한 문제는 어떠한 경우에도 평화적인 방법으로 외교적인 노력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한국정부의 확고한 의지와 지난 60여년간 북한과의 대치상황에서도 꾸준히 발전해 온
한국경제에 대한 시장의 믿음은 굳건합니다.

북한의 최근 핵실험 이후에도 한국 증시와 외환시장은 일시적인 변동 후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국 증권시장은 올해 꾸준히 상승하여 9월 20일 현재 연초 대비 19% 상승했습니다. 9월 3일의 북한 핵실험 이후에도 오히려 주가가 2.3% 올랐습니다. 외국의 주요 금융기관들은 한국 주식시장의 주가지수가 연말까지 지속 상승(목표주가지수 2600수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의 기초체력은 여전히 튼튼하고, 충분한 외환보유액 등 대외건전성도 안정적입니다. 최근 IMF는 북핵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견고한 성장세를 토대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7%에서 3.0%로 상향 조정한 바 있습니다.

나는 지금이야말로 다시 도약하는 한국경제에 투자해야 할 시점이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립니다.

우리 정부는 또한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시아의 경제발전을 위한 남북 경제협력과 동북아 경제협력 비전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제협력은 그 자체로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만들어가는 기반이 될 것입니다.

나는 지난 7월,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실현 의지를 담은 '베를린 구상'을 발표했습니다.

지난 9월 초, 러시아 동방경제포럼에서는 '신북방경제'의 비전을 발표했습니다. 우리는 북한에게 핵과 미사일이 체제안전과 발전의 길이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합니다. 나는 동북아 국가들의 경제협력과 발전이 그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자연스럽게 경제협력의 틀로 들어올 수 있게될 것입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고, 대화의 길로 나오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 새로운 경제지도가 그려질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한국은 더욱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것입니다.

금융·경제인 여러분,

지난 겨울 대한민국은 시민들의 촛불혁명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숙한 민주주의를 이뤄냈습니다. 그 토대 위에 '사람중심 경제'라는 새로운 경제가 시작되었습니다. 나는 세계가 고민하는 저성장·양극화 문제에 대해 한국이 선구적으로 해답을 제시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북핵 위기도 국제사회와 함께 평화롭게 극복해 나갈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걱정하고 있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우리는 다시 이겨내고 도약할 것입니다. 그것이 대한민국이고, 대한민국 국민의 저력입니다. 한국경제에 대한 여러분의 관심과 동참을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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