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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뚝심의 승리...SK하이닉스, 도시바메모리 인수


입력 2017.09.20 17:37 수정 2017.09.20 18:13        이홍석 기자

불리한 상황서 도전...경영권 집착 안한 다양한 전략으로 접근

낸드플래시 경쟁력 강화 기대...중화권으로의 인수 방지 효과 커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반도체 자회사인 도시바메모리 인수에 성공하면서 최태원 SK 회장의 뚝심있는 도전의 성과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최태원 회장.ⓒSK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반도체 자회사인 도시바메모리 인수에 성공하면서 최태원 SK 회장의 뚝심있는 도전의 성과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최태원 회장.ⓒSK
불리한 상황서 도전...경영권 집착 안한 다양한 전략으로 접근
낸드플래시 경쟁력 강화 기대...중화권으로의 인수 방지 효과 커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반도체 자회사인 도시바메모리 인수에 성공하면서 최태원 SK 회장의 뚝심 있는 도전의 성과가 주목받고 있다.

SK하이닉스로서는 낸드플래시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함과 동시에 경쟁국으로의 인수를 방지해 반도체 코리아의 위상을 강화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20일 반도체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지난 2월부터 약 7개월간 진행된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의 최종 승자로 귀결되면서 이를 직접 주도한 최태원 SK회장의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막대한 인수 비용 대비 인수효과가 불확실했던데다 지난 6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계속 변하는 오리무중 상황에서도 확고한 인수 의지를 내비치면서 도시바 경영진을 설득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치열한 인수 경쟁에서 뛰어난 승부사 역할한 최태원 회장

최 회장은 도시바메모리를 두고 미국 웨스턴디지털(WD), 대만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 등과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자 뛰어난 전략적 판단으로 승부수를 적중시켰다.

도시바가 당초 20%였던 매각 지분을 50%로 높이면서 인수가격이 올라가자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을 끌어들여 비용 증가로 인한 리스크를 줄이는 한편 일본 관민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와 일본 정책투자은행(DBJ)과 손잡으면서 해외로의 기술 유출도 불식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업체의 경영권 침해 우려가 가시지 않자 의결권 확보를 과감히 포기하고 전환사채(CB)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유연성을 보이기도 했다.

경영권보다 기술협력을 통한 시너지효과 창출이라는 점에 방점을 찍으면서 도시바 경영진을 끈질기게 설득해 나갔다.

SK하이닉스가 참여한 한·미·일 연합이 지난 6월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서 계약 체결이 유력했으나 도시바의 오랜 파트너였던 WD가 제 3자 매각 금지 소송을 제기하면서 협상은 진전되지 못했다.

결국 WD가 미국계 사모펀드 콜버그크레비스로버츠(KKR), INCJ, DBJ와 손을 잡고 구성한 신 미·일 연합으로 우선협상 주도권이 넘어가는 등 우여곡절을 겪어야만 했다.

하지만 WD이 경영권을 포기하지 못하면서 공이 다시 한·미·일 연합으로 넘어오게 됐다. 이에 연합측은 도시바의 주요 고객사인 애플을 컨소시엄에 끌어들이는 초강수를 두면서 승부수를 던졌다.

이로써 도시바가 지난 13일 이사회에서 한·미·일 연합과 우선 협상한다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데 이어 20일 이사회에서 최종 인수자로 낙점하면서 인수가 성사된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7개월간 인수전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태원 회장과 SK하이닉스가 확고한 인수 의지를 보여준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향후 양사의 시너지 효과 창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이전 협상 과정에서 우선협상자 교체라는 아픔을 겪은 만큼 최종 계약에 서명하기 전까지는 인수가 아니라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한 후 나타날 긍정적인 효과에 대한 분석에 들어가는 등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일본 도쿄도 미나토구 소재 도시바 본사 건물 전경.ⓒ연합뉴스 일본 도쿄도 미나토구 소재 도시바 본사 건물 전경.ⓒ연합뉴스
D램에 이어 낸드플래시에서 반도체 코리아 위상 강화되나

전문가들은 일단 SK하이닉스가 D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낸드플래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낸드플래시 수요가 예상보다 크게 증가하고 있어 향후 2~3년 내에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D램보다도 시장 규모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 세계 2위 업체인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하면서 5위권인 SK하이닉스로서는 관련 기술 개발과 생산능력(캐파) 증대 등에서 협업을 통해 시장에서 보다 확고한 입지를 다지게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긍정적 효과의 강도는 그리 세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도시바가 낸드플래시 원조 기업으로 세계 2위 제조사이기는 하지만 주로 2D(평면)에 국한돼 있고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3D(3차원·수직) 분야에서는 SK하이닉스와 기술력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을 수직으로 쌓는 3D 낸드플래시는 평면으로 배치하는 2D에 비해 같은 공간에서 얻을 수 있는 저장용량이 크다는 장점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향후 시장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할 전망이다.

이 분야에서는 삼성전자가 독보적인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생산능력 측면에서도 다른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하면서 반도체코리아의 위상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막대한 투자를 바탕으로 반도체에서도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는 중국과 대만 등 중화권이나 미국 WD로 도시바 반도체가 넘어가는 것을 방지하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로 대표되는 한국의 위상이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 삼성전자는 전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38.3%로 2위 도시바(16.1%)와 배 이상 격차를 보이고 있다. 그 뒤를 이어 WD(15.8%), 마이크론(11.6%), SK하이닉스(10.6%)등이 톱 5를 구성하고 있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SK하이닉스의 도시바 인수는 기업으로서는 낸드플래시 경쟁력 강화, 산업적으로는 경쟁국 추격 리스크 감소라는 2가지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삼성전자가 이미 독보적인 기술력과 생산력을 확보하고 있는 가운데 SK하이닉스까지 경쟁력 강화 기회를 잡으면서 D램에 이어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도 둘의 빅2 구도로 재편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도시바가 이 날 이사회에서 한·미·일 연합을 최종 인수자로 선정하기로 결의했지만 향후 인수가 최종 확정되기 까지는 아직 절차가 남아 있는 상태다.

일단 도시바가 최종 인수자 선정을 공식화하면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각사는 각각 이사회를 개최해 인수 안건을 승인받아야 한다. 이후 한·미·일 연합과 도시바는 실사를 거쳐 법적 구속력이 있는 본 계약이 체결하게 되며 이후 전 세계 각국 규제당국의 반독점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보통 반독점심사가 6개월 이상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최종 인수 확정은 빨라야 내년 3월에 이뤄질 전망이다. 도시바는 내년 3월까지 현재의 초과 채무를 해소하지 않으면 2년연속 채무 초과 상태 기록시 주식시장에서 퇴출된다는 규정에 따라 상장 폐지될 가능성이 있어 향후 인수 일정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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