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현대·기아차, 해외이전 가속…삼성·SK·LG 미래차 시장 '군침'


입력 2017.09.21 06:00 수정 2017.09.21 14:03        박영국·이홍석 기자

현대·기아차 해외 생산비중 커지며 국내 자동차 생산량 하향세

커텍티비티·자율주행차·카셰어링·전기차 분야 이종기업 진입 확산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가운데)과 장궈칭 충칭시장을 비롯한 충칭시 관계자들이 7월 19일 중국 충칭공장 생산기념식에서 시험생산 중인 충칭공장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현대자동차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가운데)과 장궈칭 충칭시장을 비롯한 충칭시 관계자들이 7월 19일 중국 충칭공장 생산기념식에서 시험생산 중인 충칭공장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현대자동차

현대·기아차 해외 생산비중 커지며 국내 자동차 생산량 하향세
커텍티비티·자율주행차·카셰어링·전기차 분야 이종기업 진입 확산


국내 자동차산업이 큰 변혁을 맞고 있다. 산업 태동기부터 리딩 업체로 군림해온 현대·기아차는 서서히 생산기지의 비중을 해외로 돌리고 있고, 국내 자동차 생산은 고속성장을 멈추고 하향세로 접어들었다.

이런 가운데 미래 자동차 산업의 주류를 이룰 CASE(커텍티비티, 자율주행차, 카셰어링, 전기차) 분야에서는 삼성과 SK, LG 등 그동안 비(非) 자동차 분야에서 성장해온 기업들이 주류 업체로 등장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

미국계 구조조정 전문 컨설팅회사 알릭스파트너스는 20일 발표한 ‘글로벌 자동차업계 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자동차 생산은 감소하고 있지만 이것이 해외 생산을 급성장시키고 CASE 투자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분석했다.

알릭스파트너스는 먼저 현대·기아차가 가동률을 95% 이상으로 끌어올린 2011년 이후 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소비는 꾸준히 받쳐주고 있지만 직접 수출의 감소로 인해 전반적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2년 465만700대로 정점을 찍은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이듬해 452만1000대로 하락한 후 아직까지 그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생산량은 422만9000대로 전년 대비 7.2% 감소했다.

알릭스파트너스는 한국 완성차 업계가 해외시장 확장에 목적을 두고 이에 집중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국내생산력을 줄였다고 지적했다. 특히 2015년 이후 현대·기아차의 해외생산력은 23.1% 증가했다면서 이러한 해외생산력 증가는 현대·기아차와 함께 해외 사업 확장을 도모하고 있는 협력업체들에게 성장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알릭스파트너스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전체 생산능력 대비 해외 생산비중은 2010년 44%, 2011년 47%에서 2012년 51%로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선 이후에도 계속해서 증가해 지난해에는 59%까지 확대됐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연 생산량 20만대 규모 창저우공장(현대차 중국 4공장)과 10만대 규모 멕시코공장(기아차) 가동을 시작했으며, 이들 공장은 향후 생산능력이 각각 30만대까지 늘어난다.

올해도 현대차의 중국 내 다섯 번째 공장인 충칭공장이 가동에 들어갔으며, 여기서는 올해 3만대를 시작으로 향후 투입 차종을 추가해 단계적으로 30만대까지 늘릴 예정이다.

반면 국내 공장에 대한 증설 투자는 전무한 상황이라 앞으로도 현대·기아차의 해외 생산비중은 더욱 늘어나게 될 전망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고임금 구조와 잦은 파업, 통상임금 등 노무 관련 리스크로 국내 사업환경이 악화됨에 따라 이같은 생산물량의 해외 이전 추세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손영권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SSIC) 사장(왼쪽)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하드락호텔에 마련된 하만 전시장에서 디네쉬 팔리월 하만 최고경영자(CEO)와 자율주행용 사용자경험(UX)을 구현한 컨셉트카 '오아시스'를 소개하고 있다.ⓒ삼성전자 손영권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SSIC) 사장(왼쪽)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하드락호텔에 마련된 하만 전시장에서 디네쉬 팔리월 하만 최고경영자(CEO)와 자율주행용 사용자경험(UX)을 구현한 컨셉트카 '오아시스'를 소개하고 있다.ⓒ삼성전자

알릭스파트너스는 미래 자동차 산업의 주요 트렌드인 CASE 분야에 대한 비 자동차 기업들의 투자가 한국 자동차산업의 또 다른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알릭스파트너스는 “미래 자동차 시장에 진출한 대기업들은 C.A.S.E. 시장에서 마지막 승부수를 걸 만한 서로 다른 다각적 접근방식을 구사하고 있다”면서 “삼성의 경우 완벽한 인터넷 체제를 갖춘 자동차 공급자가 되려 하고 있고, LG는 전세계 전기차의 1위 공급업체가 되려 하고 있으며, SK는 한국에서 최고의 미래 자동차 서비스 제공업체가 되려는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 말 전장사업팀을 신설하면서 사업을 본격화하기 시작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 미국 전장부품업체 하만을 80억달러(약 9조원)을 들여 인수해 전장부품 사업은 탄력을 받았다.

지난 3월 인수가 완료된 하만이 보유하고 있는 JBL·하만카돈·마크레빈슨 등 다양한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 제품들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실적 포함 첫 분기인 2분기부터 매출 19억달러와 영업이익 2억달러의 견조한 실적을 달성했다.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 하만의 실적 개선과 함께 삼성전자 전장사업팀의 사업 본격화로 전장부품 사업은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장부품사업 본격화를 위해 하만과의 시너지 효과 창출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만의 기존 사업들을 그대로 유지해 단기 실적에 기여하면서도 향후 자율주행과 인공지능(AI) 등의 분야에 대응하기 위한 중장기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고 있다. 또 삼성SDI와 삼성전기 등 대표 부품기업들과의 시너지 창출도 기대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2013년 7월 신성장동력 발굴 차원에서 자동차부품(VC)사업본부를 신설하면서 사업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LG CNS의 자회사 수준이던 자동차 부품 설계 기업 'V-ENS'를 합병해 독립 사업본부로 출범시킨 것이다.

VC사업본부는 텔레매틱스, 디스플레이 오디오, 네비게이션 등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제품을 중심으로 자동차 설계 용역, 금형 및 생산설비 공급 사업, 전장부품 및 전기차 부품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지난 2분기 VC사업본부는 영업손실 164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1분기 이후 6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사업초기인 만큼 수익성보다 매출 확대를 위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최근 총 미국 디트로이트에 총 2500만달러(약 285억원)을 투자해 전기차 부품 공장을 설립하기로 하고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업체 ZKW 매각 본입찰에도 참여하는 등 전장부품 사업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벤츠에 지능형 주행보조시스템(ADAS)용 카메라를 공급하면서 수익성 개선이 기대되고 있는 가운데 각각 전기차 배터리와 카메라모듈 등을 생산하는 LG화학과 LG이노텍 등과의 시너지 효과 창출도 예상된다.

충남 서산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에서 증설공사가 진행 중인 모습.ⓒSK이노베이션 충남 서산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에서 증설공사가 진행 중인 모습.ⓒSK이노베이션

SK는 SK이노베이션(전기차용 배터리), SK텔레콤(커넥티드카), SK(주)(카셰어링) 등 각 계열사를 통해 다각적인 측면에서 미래차 산업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1.1GWh급인 배터리 생산능력을 네 배 수준인 3.9GWh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증설을 진행 중이며, 2020년까지 생산량을 10GWh로 늘린 뒤 2025년에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을 30%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지난 6월에는 배터리사업 역량 강화를 위해 배터리사업본부를 별개의 CEO 직속 사업조직으로 두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또 배터리사업의 핵심 경쟁력인 연구개발 역량 강화를 위해 ´배터리연구소´를 확대 개편하고 핵심기술 개발부서 등을 만들었다.

SK텔레콤은 지난 1월 집중 투자하기로 결정한 뉴 ICT 생태계 영역에 커넥티드카 및 자율주행차를 포함시키며 미래 자동차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에릭슨·BMW그룹 코리아와 함께 고속으로 달리는 커넥티드 카에서 세계 최고 속도의 5G(세대) 통신을 성공적으로 시연해 보이기도 했다.

SK그룹 지주회사인 SK(주)는 지난 2015년 국내 카셰어링 1위 업체 쏘카(SOCAR)에 지분을 투자한 데 이어, 쏘카와 함께 말레이시아 카셰어링 사업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등 해외 진출에도 시동을 걸었다. 최근에는 미국 개인간(P2P) 카셰어링 1위 업체인 투로(TURO)에 지분을 투자하는 등 카셰어링 사업 진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알릭스파트너스 자동차부문 한국 총괄책임자인 조기연 부사장은 “국내 자동차 산업은 현대·기아 자동차가 중앙 집중적 리더십을 바탕으로 ‘존속적 혁신’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성장했다”면서 “하지만 CASE는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끄는 변화이며, 성공을 위해서는 존속적 혁신이 아닌 와해성 혁신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 기존 자동차 산업기반과 더불어 IT기술 우수성, 월등한 연결성, 우수한 배터리 및 화학기술 기반, 소비자의 스마트 기기 적응력 등으로 인해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면서 “와해성 혁신의 성공을 위해서는 분산화된 구조에서의 경쟁력 강화, 주요 재벌간 협력강화, 정부의 인프라에 대한 투자 및 관련 산업 육성 정책강화, 코딩인력 확충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