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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마라"… 신동빈 회장의 위기 속 직원 챙기기


입력 2017.09.20 06:00 수정 2017.09.20 05:18        김유연 기자

사드 보복 장기화·재판 등 대내외 악재 수두룩

글로벌 현장경영 대폭 확대…직원소통 강화

잠실 롯데월드타워 신사옥에서 신동빈 회장이 "새로운 사무실에서 New Lotte로 힘차게 출발하자"며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자료사진)ⓒ롯데 잠실 롯데월드타워 신사옥에서 신동빈 회장이 "새로운 사무실에서 New Lotte로 힘차게 출발하자"며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자료사진)ⓒ롯데

최근 롯데그룹 직원들은 구내식당 메뉴가 왠지 더 다양해지고 맛도 더 좋아졌다고 느끼고 있다. 큰 변화 없이 항상 그래왔다지만 그냥 그런 생각이 든다. 신동빈 회장이 구내식당을 자주 찾으면서부터다. 한두 번이겠지 했던 신 회장의 구내식당 식사가 잦아지면서 이젠 회장님이 떴다며 웅성거리던 모습도 사라졌다. 자연스러워 졌다는 거다. 신 회장은 식사를 하며 직원들과 회사이야기, 일상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나눈다. 처음엔 어려워하던 직원들이 이젠 회장님과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중국의 무차별적인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 롯데에 악재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주요 사업장을 챙기며 현장경영 보폭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직원들과 자주 만나며 소통의 경영에 힘쓰고 있다.

신 회장이 지난 19일 잠실 롯데월드타워의 시그니엘서울에서 그룹 내 여성임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그가 그룹 여성임원들을 한 자리에서 만난 것은 2015년 이후 두 번째다.

간담회에서 신 회장은 마케팅, 패션, 광고, 영업, 온라인사업, 품질관리 및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근무하고 있는 여성임원들로부터 현장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듣고, 격려했다. 또 여성인재들이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환경과 인식 개선에 대한 방안을 논의했다.

신 회장은 "후배들의 롤모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고, 관련 부서에는 빠른 시일 내에 여성 CEO가 배출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몇년 전부터 여성인재 발굴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에 신경을 쓰고 있다. 2012년부터 매년 WOW포럼(Way of Women)이라는 여성 리더십 포럼을 개최하고 있으며, 육아휴직 의무화 도입과 기간 확대, 회사 내 어린이집 설치, 여성 간부사원 30% 육성 목표 추진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현재 그룹 전체의 여성직원 비율도 30%에 달한다.

특히 직원들과의 소통은 신 회장이 가장 많이 신경쓰는 부분이다. 지난 8월 2일부터 소공동을 떠나 잠실 롯데월드타워 신사옥으로 집무실을 옮긴 신 회장은 연이은 재판 등 바쁜 외부 일정에도 불구하고 매일 집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점심시간에는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구내 식당을 이용해 직원들과 함께 식사를 한다. 회사를 믿고 열심히 일해 달라는 무언의 주문이자 응원이다.

신 회장은 지난해 롯데 검찰수사가 마무리된 직후부터 현장경영의 보폭을 대폭 늘리고 있다. 출금 조치가 풀린 직후 일본으로 가 일본 주주들과 금융회사 관계사들을 만났다. 지난 4월에는 미국에서 식품업체 식품업체 허쉬 회장과 만나 상하이 소재 롯데상하이푸드코퍼레이션 초콜릿 공장 관련 내용 등을 논의했고 IBM, 엑시올 고위 관계자들과도 잇따라 접촉했다.

사드 보복이 가시화되기 시작한 지난 7월에는 베트남을 방문, 현지 사업장을 점검했다. 신 회장은 하노이 응웬 득 중 인민위원장을 만나 롯데몰 하노이 등의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주요 계열사의 매장에 직접 찾아가 현장을 살피기도 하는 등 신동빈 회장이 현장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월드타워로 집무실 이전 후 매일 출근길에 직원들을 격려하고 점심시간에는 함께 식사하며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신 회장은 롯데그룹의 지주사 전환으로 한숨을 돌렸지만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많다. 롯데그룹은 그동안 신 회장과 황각규 롯데그룹 경영혁신실장(사장)까지 나서 여러 차례 철수설을 부인했으나 결국 사드 보복이 장기화하자 롯데마트의 철수를 결정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내 1위이자 세계 2위 면세사업자로 군림하던 롯데면세점마저 사드 배치 배치에 따른 중국 정부의 보복으로 두 손을 들고 말았다. 롯데면세점은 결국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출국장 면세점 임대료의 합리적 조정을 요청하는 공문을 건넸다.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공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국판 롯데월드' 프로젝트의 순항 여부도 큰 숙제로 남았다. 롯데월드 선양 건립사업은 지난해 12월부터 소방점검 등을 이유로 중단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내 테마파크인 롯데월드 선양은 부지 16만㎡, 건축면적 150만㎡ 규모로, 롯데그룹이 2008년부터 4조원을 들여 추진해온 '선양 롯데타운 프로젝트'의 일부다.

여기에 재판이라는 변수도 남아있다. 당장 신 회장은 경영비리 재판을 비롯해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뇌물공여 혐의 재판도 받고 있다. 만일 신 회장이 유죄를 선고받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할 경우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 곧바로 물러나거나 이사회를 통해 해임되는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롯데지주를 통해 공고한 지배구조를 만들려는 신 회장의 계획에도 큰 차질을 빚게 된다.

김유연 기자 (yy908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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