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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이효성 위원장 성차별 발언...구시대적 사고 흔적인가


입력 2017.09.18 08:05 수정 2017.09.18 08:49        이배운 기자

방통위 직원 강연서 여성차별·비하 발언으로 눈살

잘못된 메시지 바로잡는 방통위 역할·책임감 절감해야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방통위 직원 강연서 여성차별·비하 발언으로 눈살
잘못된 메시지 바로잡는 방통위 역할·책임감 절감해야


“남자는 외부 업무적인데 여자들은 집에서 집안일 하거나 노인분들 모시느라 기억력이 좋아요. 그래서 남녀가 말싸움 할 때 남자가 항상 질 수밖에 없어, 제 처 얘기하는 건 아니고...”

이는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13일 방통위 전 직원을 대상으로 강연을 진행하면서 내놓은 발언이다. 강연장에서 웃음소리가 나오긴 했지만 방송·통신 정책을 이끄는 수장의 말로는 유쾌하게 넘기기 어려웠다.

이 위원장은 이어 "여자들은 그 기억력으로 옛날 일들을 들이대며 ‘당신은 나한테 관심이 없는 거야’라고 끄집어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남자들은 수다 주제로 트럼프·시진핑·김정은 이런 얘기를 하고 여자들은 요즘 어디가 아파트 값이 올랐나, 주변 사람들, 자기 자랑 얘기를 많이 한다”며 남녀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을 여실히 드러냈다.

최근 온 사회가 남녀차별 및 여성비하 철폐의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에서 이번 발언들은 방통위 수장의 공적 발언으로는 분명 부적절했다. 구시대적 조직문화에 혁신을 꾀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자리에서 가부장적인 발언이 표출되고 직원들의 웃음을 산 것이 아이러니하다.

일각에서는 강연 내용을 띄우기 위한 사례에 불과한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물론 해당 발언들이 의도치 않은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이고 강연 분위기를 띄우겠다는 전직 30년 교수로서의 취지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이전부터 이어져온 강경한 발언과 직언 태도로 논란을 빚어온 점을 감안하면 이 위원장은 아직도 교단에 선 교수의 때를 벗지 못해 공직자로서의 위치와 무게감을 절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공교롭게도 이 위원장은 이 날 오전 인터넷문화정책자문위원회의에 참석해 "건전한 인터넷 환경 조성을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인터넷상의 남녀차별 및 혐오발언이 주요한 해결과제로 꼽히는 상황에서 불과 바로 그 날 오후에 상반된 언행을 보여준 셈이다.

이배운 데일리안 산업부 기자.ⓒ데일리안 이배운 데일리안 산업부 기자.ⓒ데일리안
이에대해 방통위측은 이 위원장의 발언이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 위원장이 평소 주례를 많이 서다보니 그런 주제로 농담을 했다"며 "직원들 사이에서 어떤 불만 같은 것은 전혀 제기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같은 해명은 오히려 방통위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차별의식에 둔감한 것 아닌지 의구심마저 든다. 눈 앞에서 벌어진 차별 메시지를 감지하고 시정하려는 자세가 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방송 통신상에 산재한 잘못된 메시지를 바로 잡을리 만무하다.

방통위는 급변하는 시대에 방송과 통신환경을 규제하고 관련 정책을 만드는 대통령 직속 합의제 행정기구다. 첨단산업인 방송·통신사업을 관장하는 수장인 이 위원장의 시대착오적 발언과 이에대한 방통위측의 신중하지 못한 태도야말로 적폐는 아닐런지 곰곰히 생각해 볼 일이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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