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임금협상 '통역사 문제'로 결렬…노조 파업 돌입

최종편집시간 : 2017년 09월 25일 17:33:14
한국지엠 임금협상 '통역사 문제'로 결렬…노조 파업 돌입
노조 통역사 교체 요구에 카젬 사장 거부하며 교섭 파행
교섭 재개 시기 미정...추석 연휴 이후로 장기화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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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9-14 09:52
박영국 기자(24pyk@dailian.co.kr)
▲ 한국지엠 노조가 6월 22일 부평 본사에서 ‘2017 임투승리를 위한 전진대회’를 진행하고 있다.ⓒ금속노조한국지엠지부

한국지엠 노사가 50여일 만에 임금협상 교섭 테이블을 마련했으나 제대로 된 논의조차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노조는 곧바로 부분파업에 돌입하며 향후 교섭 난항을 예고했다.

14일 한국지엠 노사에 따르면 양측은 지난 13일 오후 부평 본사에서 만나 제 19차 교섭에 나섰으나 절차상의 이유로 본론은 꺼내지도 못한 채 교섭을 중단했다.

이날 교섭에는 카허 카젬 신임 사장도 참석했지만, 노조측에서 카젬 사장과 노조측 협상 대표간 대화를 통역해줄 통역사 교체를 요구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카젬 사장은 “내 선택이니 그대로 하자”며 통역사 교체를 거부했고, 노조가 이에 반발하며 결국 교섭이 결렬됐다.

노조측이 교체를 요구한 통역사는 한국지엠 정규직원으로, 지난 7월 파업 당시 회사 출입문 통과 문제로 노조와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교섭 결렬 직후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투쟁 계획을 세웠으며, 곧바로 투쟁 지침을 내리고 14일부터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오는 15일까지 이틀간은 전·후반조 각각 4시간씩, 다음주 18일에는 6시간씩 파업하는 내용이다. 이날부터 잔업과 특근도 전면 거부하기로 했다.

이번 파업은 카젬 사장 취임 이후 두 번째 파업이다. 노조는 지난 5일에도 전·후반조 4시간씩 부분파업을 벌인 바 있다.

노사는 아직 19차 교섭 재개 일정을 잡지 않은 상태로, 여기에 노조 파업까지 더해지며 임금협상 교섭은 추석 이후까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교섭 결렬과 노조 파업 돌입이 노사간 일종의 ‘기싸움’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사측의 임금 제시안과 노조측 요구안의 격차가 워낙 큰데다 신임 사장 취임으로 노조 입장에서는 ‘협상 파트너’가 교체된 만큼 당분간 더욱 강성으로 나올 가능성이 더욱 크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노조는 월 기본급 15만4883원 인상, 통상임금(424만7221원)의 500% 성과급 지급, 현행 '8+9주간 2교대제'의 '8+8주간 2교대제' 전환, 공장 휴업시에도 급여를 보장하는 ‘월급제’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지난 18차 교섭까지 기본급 5만원 인상과 성과급 1050만원(기존 대비 50만원 인상) 등의 제시안을 고수한 상태로, 이 제시안이 최선이라는 입장이다.

더구나 카젬 사장은 취임 이후 계속해서 ‘비용 절감’과 ‘수익성 향상’을 강조해 온 만큼 노조 측에 큰 폭의 임금인상안을 제시하긴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카젬 사장은 지난 1일 취임 직후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악화하는 재무 상황으로, 이는 우리의 지속 가능성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며 “한국지엠은 3년 연속 큰 폭의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우리 회사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직원 모두 변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또 5일 경영현황 설명회에서는 “비용절감을 통해 적자 폭을 줄이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노조와의 협상 테이블에서도 전향적인 안을 제시하기보다는 회사의 어려운 상황을 설명하며 경영 정상화를 위해 협조해 달라고 설득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노조측 역시 카젬 사장에 대해 강한 경계심을 보이고 있다. 노조는 카젬 사장이 그동안 GM의 호주, 태국, 우즈베키스탄, 인도 법인을 거치며 사업장 축소와 폐쇄, 철수 등 구조조정을 주도했던 인물이라며, 한국지엠 취임 이후에도 비용절감을 우선시하는 카젬 사장의 행보에 반발하고 있다.[데일리안 = 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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