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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스펙 대신 역량' 금융권 첫 블라인드 채용박람회 인산인해


입력 2017.09.13 14:52 수정 2017.09.13 15:45        배상철 기자

서울 DDP서 52개 금융사 참석 첫 블라인드 채용박람회 수천명 몰려

선착순으로 누구에게나 면접 기회 제공…합격 시 서류전형 면제

대기 공간 부족해 복도에서 땀 ‘뻘뻘’, 설명회 내용 부실 불만도

13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프라자(DDP)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가 취업준비생들로 북적이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13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프라자(DDP)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가 취업준비생들로 북적이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스펙 대신 진정한 나의 능력을 잠시나마 보여줄 수 있는 이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블라인드 면접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앞으로도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

13일 서울 동대문 디자인플라자(DDP) 알림 1관에서 총 52개 금융회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한 첫 금융권 블라인드 채용박람회가 7000여명의 취업준비생들이 몰리면서 인산인해를 이뤘다.

취업준비생 남윤구(31)씨는 “취준생은 스펙을 초월한 자신의 장점을 어필할 수 있고, 기업은 서류에서 확인할 수 없는 지원자의 장점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 블라인드 면접의 장점인 것 같다”며 “저의 열정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을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누구나 선착순으로 면접을 볼 수 있다는 소식에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는 남씨는 두 달 전 육군 대위로 임관한 취준생이다.

은행원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오랜기간 준비해왔다는 남씨는 “이미 우리은행에서 면접을 봤고 다른 은행들의 면접도 보고 싶어 새로 줄을 서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 일반적인 금융권 공채는 서류 전형 이후 필기시험과 면접으로 이어지지만 이날 블라인드 면접을 통과한 사람에 한해 서류전형을 면제해준다.

행사장을 찾은 또 다른 취업준비생 조건희(29)씨는 “금융권에 취업을 하고 싶지만 자소서 쓰는 것부터 쉽지 않아 상담을 받아보고자 참석했다”며 “하지만 막상 와보니 금융권의 높은 벽을 실감해 의기소침해졌다”며 고개를 떨궜다.

13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프라자(DDP)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에서 취업준비생들이 현장면접을 보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13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프라자(DDP)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에서 취업준비생들이 현장면접을 보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은행연합회를 비롯한 5개 금융협회가 주최하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후원한 가운데 52개 금융회사가 참여해 열린 이번 행사는 채용상담과 채용설명회, 현장 면접 등을 실시해 금융권 취업을 준비하는 구직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특히 블라인드 면접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는 평소 스펙을 중요시하는 금융권에서 서류전형없이도 면접의 기회를 얻기위한 취준생들이 대거 몰리면서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채용박람회에는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흥식 금감원장을 비롯해 금융협회장들과 각 금융사의 대표가 참석해 금융권이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최 금융위원장은 “금융권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금융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권역별 영업규제를 전면 재검토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으며, 이어 연설에 나선 최 금감원장도 “생산적이고 혁신적인 부문에 효율적으로 자금을 공급하고 이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가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3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프라자(DDP)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에 참석한 취업준비생들이 면접을 보기 위해 복도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데일리안 배상철 기자 13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프라자(DDP)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에 참석한 취업준비생들이 면접을 보기 위해 복도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데일리안 배상철 기자


하지만 취준생들의 뜨거운 반응속에서 금융당국의 요구로 예정에 없던 행사를 급하게 개최하면서 미흡한 점도 눈에 띄었다.

선착순 면접을 보기위해 취업준비생들이 몰렸지만 대기할 수 있는 마땅한 공간을 확보하지 못해 복도에 방치되기도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행사 흥행을 위해 예정에 없던 현장 면접을 급하게 마련하면서 발생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초가을이라지만 실내가 후텁지근해 정장을 입은 취준생들은 연신 부채질을 했고, 일부 지친 취준생은 바닥에 주저않기도 하면서 면접도 보기 전에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채용 설명이 이미 알고 있는 상투적인 내용뿐이었다는 불만도 나왔다.

여러 곳의 금융사에서 상담을 받았다는 김주호(29)씨는 “취업이 절실한 상황에서 새로운 정보를 얻을까하고 참여했는데, 알맹이가 없는 느낌이 들었다”면서 “각 기업이 독자적으로 시행하는 설명회가 더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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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철 기자 (chulch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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