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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의 아이콘 이청용, 2018년에도 이렇다면...


입력 2017.09.13 00:06 수정 2017.09.13 00:07        데일리안 스포츠 = 이근승 객원기자

11일 치명적 실수로 감독 경질에 한 몫

많이 뛰지 못한 탓..뛸 수 있는 곳에서 날아야

이청용. ARIRANG NEWS 캡처 이청용. ARIRANG NEWS 캡처

브라질 ‘축구황제’ 호나우두, 축구를 예술의 경지로 올려놓았던 호나우지뉴, 혜성처럼 등장했던 ‘원더보이’ 마이클 오언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선수들에게 공통점이 있다.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내며 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았지만 전성기가 길지 않았다. 찬란했던 과거에 취해 부활을 기대하게 했지만 말년은 아쉬움만 가득했다.

한국축구에도 비슷한 선수가 있다. 박지성 이후 한국 축구를 이끌어갈 재목으로 평가받았지만 과거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는 이청용이다.

10대 시절부터 K리그를 누볐고,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에도 진출했다. 볼턴 원더러스 에이스였고, 팬들이 선정한 올해의 선수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2017년의 이청용은 EPL을 누비기에는 부족하다.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더 이상 톰 밀러의 살인적인 태클은 언급하고 싶지 않다. 살인적인 태클이 아니었다면 한국 축구는 손흥민이 아닌 이청용의 시대를 보내고 있을까. 부상 회복 이후에도 기회는 충분했다. 이청용 스스로가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과거를 뛰어넘지 못했을 뿐이다.

이청용은 지난 10일(한국시각) 번리 원정에서 2017-18시즌 첫 선발이란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간결하면서도 창의적인 드리블과 패스의 강점을 부각시킨다면, 프랑크 데 부어 감독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청용은 아쉬움의 색만 더 짙게 만들었다. 과감한 드리블이나 패스는 볼 수 없었다. 한 박자 늦은 판단과 백패스만이 눈에 띄었다.

킥오프 3분 만에 치명적인 실책을 범했다. 상대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며 백패스를 시도했고, 이것이 상대 공격수 크리스 우드에게 향하면서 실점으로 이어졌다. 너무나도 아쉬운 실수였다. 까.

크리스탈 팰리스의 리그 4연패, 시즌 첫 승은 물 건너갔다. 올 시즌 새롭게 지휘봉을 잡았던 데 부어 감독이 77일 만에 경질됐다. 야속하게도 이청용의 실수가 불러온 파급력은 엄청났다. 힘겹게 얻은 기회였지만,남은 것은 상처뿐이었다.

이청용 ⓒ 데일리안DB 이청용 ⓒ 데일리안DB

가장 아쉬운 사람은 선수 본인이다. 올여름 이청용 스스로가 친정팀 볼턴 원더러스 이적, K리그 복귀 등을 제쳐두고 잔류를 선택한 만큼, 이날 실수는 뼈아프게 다가온다. 팬들이 마냥 위로만 해줄 수 없다. 이청용은 몸 관리만 철저하게 이루어진다면, 2022 카타르 월드컵까지 나설 수 있는 나이다. 2018 러시아월드컵은 말할 것도 없다.

지난 두 시즌 853분밖에 뛰지 못했음에도 이적을 선택하지 않은 것을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다. 진작부터 꾸준한 경기 출전이 보장됐다면, 이날 같은 실수는 범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인정해야 한다. 2014-15시즌 겨울이적시장에서 EPL로 복귀했지만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다. 적은 기회가 아쉽지만 모든 잘못을 그쪽으로 돌리기도 어렵다. 이청용은 EFL컵과 FA컵 등 리그보다 비중이 떨어지는 대회에 선발로 나섰을 때도 보여준 것이 많지 않았다. 과거를 추억하는 팬들에게는 물론 감독과 동료들에게 확신을 주지 못했다.

불운보다는 실력이다. 이청용은 아쉬운 선택으로 인해 성장할 기회를 날렸다. 한때는 축구 천재로 불린 박주영이 그랬듯, 뛰지 못하는 선수가 성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치명적인 실수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시즌 첫 선발 출전한 이청용의 몸놀림이 확실하게 증명한다.

2018년 1월에도 입지에 변화가 없다면 심각하게 거취를 고민해봐야 한다. K리그가 아니더라도 뛸 수 있는 곳으로 떠나 자신과 한국 축구를 위해 다시 한 번 날아올라야 한다. 팬들이 ‘블루 드래곤’ 이청용에게 바라는 바다.

이근승 기자 (lkssky02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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