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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이 견공들과 등산하니 안심하라고요?


입력 2017.09.11 05:55 수정 2017.10.16 09:50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북 9.9절' 국가적 위기에 산행 통해 여유의 메시지

하루 하루 북 핵 전력 더 강해지고 한반도 위험 커지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오전 반려견인 '마루', '토리'와 함께 서울 북악산을 등반했다.ⓒ온라인커뮤니티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오전 반려견인 '마루', '토리'와 함께 서울 북악산을 등반했다.ⓒ온라인커뮤니티 = 연합뉴스

“사드 임시배치는 현 상황에서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이자 미리 예고했던 것.”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의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배치와 관련, 이튿날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한 ‘입장문’의 요지다.

상황이 이에 이를 줄 몰라서 그처럼 집요하게 사드배치를 반대하거나 지연시키려 했다면, 이는 자신의 무지로 남을 음해하고 나라의 위기를 가중시킨 셈이 된다. 선후 경중을 가릴 것 없이 오직 표 욕심 때문에 박근혜 정부의 사드배치 결정을 공격하고 반대한 것이라면 이건 정상배 수준의 비열한 책략이었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말로 그 때는 사드가 효과적 대안일 수 없다고 확신해서 반대한 것이라면 지금쯤은 사드보다 더 나은 수단을 제시할 일이다. 설마 복안도 없이 반대부터 했을까. 국가안보를 자신의 정치적 욕심과 맞바꿨다는 말이 되고 마는데?

이제 와서야 최선의 조치라고?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 사드 배치를 차기 정부에 넘기라고 요구했다. 사드배치 결정을 취소한다는 방침을 갖고 하는 말이 아니라 “다양한 외교적 카드, 북핵 폐기의 카드로 활용하도록”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대통령이 되어서는 갑자기 발사대 4기를 ‘몰래’ 들여온 데 대해(실제로는 세상이 다 알게 운반했는데도) ‘충격’을 받았노라며 ‘격노’했었다. 대통령의 분노 때문에 군은 주눅이 들었고 사드반대 시위자들은 기세를 올렸다.

그러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고서야 ‘발사대 4기 임시배치(협의)’를 지시했다. 결국 사드 말고는 달리 대안이 없음을 시인한 것이다. 그렇지만 자신의 인식 변화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그 후로도 차일피일 사드배치는 미뤄졌다. 북한은 문 대통령의 좌고우면에 제6차 핵실험(그것도 수소탄)으로 대응했다. 이번엔 문 대통령의 목소리가 단호해졌다. 사드는 즉각 배치됐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문 대통령에게는 썩 달갑지 않았던 듯하다. 그는 ‘임시배치’라고 강조하기를 잊지 않았다. 이에 그치지 않고 “(사드) 최종배치 여부는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엄격하게 진행한 후에 결정하겠다”는 말을 보탰다. 달리 대안이 없어 사드배치를 허용했지만 정말 마지못해 내린 결정임을 사드 반대자들이 제발 알아달라는 호소처럼 들린다.(외교카드로 쓰겠다던 말은 어떻게 됐을까? 외교카드라더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는 외면당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는 무시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사드만으로 북핵이 막아진다고는 물론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주한미군기지 보호수단일뿐이라는 일부의 주장을 아주 배격할 생각도 없다. 그렇지만 주한미군의 안전장치를 우리가 굳이 거부한다는 것은, 이들이 철수해도 어쩔 수 없다는 심리를 바탕으로 할 때나 가능한 일이다. 문 대통령의 당초 인식은 어떤 것이었는지 그게 궁금해진다. 문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안보관, 안보전략을 신뢰해도 정말 괜찮을까?

문 대통령은 이 상황에서도 여유롭다. 언론들이 ‘반려견’과 함께 한 그의 등산 모습을 기사, 사진, 동영상으로 다투어 보도했다. 북한 정권 수립일인 이른바 ‘9·9절’이었다. 언론들은 그 며칠 전부터 일제히. 이날을 기해 북한이 다시 핵실험이나 ICBM 발사로 도발해 올지 모른다는 전문가들의 분석과 전망을 담은 기사를 내 보냈었다. 그런데 대통령은 유유자적, 키우는 개 두 마리를 앞세우고 산행을 즐겼다.

발생 가능한 일은 결국 일어난다

“대통령이 등산하며 시민들과 만나는 모습 자체만으로도 안보문제로 국민들이 불안해하지 말고 평시처럼 안심해도 된다는 무언의 메시지가 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렇게 말했다고 한다. 꿈보다 해몽이라더니! 문 대통령은 북한이 절대로 군사도발을 하지 않으리라는 확약을 받아두었을까? 그간의 경험에 비추어, 이런 날엔 더욱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대비태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국민은 반바지, 반팔셔츠 차림으로 애견들을 데리고 산행하는 대통령보다는 안보·국방 당국자들과 북핵 대응전략 마련에 머리를 맞대는 대통령을 기대하는 게 아닐까? 국가적 위기국면에 산행을 통해 ‘여유의 메시지’를 줄 생각을 했다니!

말할 필요도 없이 북한의 핵 모험주의로 인한 한반도의 군사적 위험도는 갈수록 더해진다. 하루가 지나면 그만큼 우리가 대적해야 할 적의 힘은 세지고, 그 의도의 흉포화 정도도 높아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는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없는 동안에는 그 위험도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문 대통령부터 북한이 ICBM발사, 수소탄 실험을 하지 않았다면 사드를 ‘임시’로라도 배치할 생각 같은 것은 하지 않았을 법하다. 대신 그걸 외교적 카드로 쓰겠다며 주변 강국들의 문을 두드리느라 바빠하지 않았을까?

“확률론적으로 말하면 발생 가능한 사실은 궁극적으로는 발생하고야 만다. 이는 ‘만약’이 아니라 ‘언제’의 문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핵)억지(抑止)란 본질적으로 불안정한 것이고 결코 항구적일 수 없다. 판단상의 또는 작동상의 치명적인 실수, 오산 또는 우발적인 사고 등에 의한 핵전쟁 발발 가능성은 높다. 더욱이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 하에서 인간의 이성, 국가 간의 의사소통 방해, 경쟁적인 갈등에 부수되는 위기 등 모든 것은 잠재적인 위험을 증대시킨다.”(C. W. 케글리 Jr.· E. R. 위트코프, 세계정치론, 김철범 역)
김정은과 그 추종집단에게서 이성이라든가 합리성을 기대할 수 있을까?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그의 심리상태에 우리의 운명을 맡겨둔 처지로 이처럼 태연자약할 수 있는 문 대통령 정부와 집권여당의 리더들, 그리고 이른바 진보세력이 믿는 것은 무엇인가?

지난세기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로 명성이 높았던 한스 J. 모겐소의 진단은 여전히 새겨들을 만하다.

“나의 견해에 의하면 세계는 피할 수 없이 제3차 세계대전―전략핵전쟁―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어떤 방안이 강구되리라고 믿어지지 않는다. 국제체계는 오래 존속하기에는 너무 불안정하다.”(위의 책)

인간은 머리가 나빠서 전쟁을 일으키는 게 아니다. 심리적 극단 상황으로 내몰리기 때문에 전쟁과 맞닥뜨리는 것이다. “설마 북한이 같은 겨레의 머리위로 핵폭탄을 떨어뜨리겠는가.” “김정은이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미국을 상대로 핵전쟁을 일으킬 리가 있으랴.” 아름다운 기대이긴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고 잔인하기까지 하다. 히틀러조차도 영국과 프랑스 등 당시의 강대국들이 전쟁을 각오하지 못할 것으로 믿고 만만한 주변 국가들을 무력으로 점령했다가, 그 때문에 세계대전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음을 기억할 일이다. “전쟁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특히 핵전쟁은!” 우리의 생각은 그렇다. 대부분의 세계인도 그렇게 여긴다. 그런데 신(神)말고 누가 이를 보장할 수 있겠는가.

홍수가 좌파 우파 가려서 덮칠까

전쟁이 일어날 확률이 50% 미만이면 안보를 등한히 해도 된다고 말하면 아마 정신병자 취급을 받을 것이다. 1% 정도의 확률일 뿐이라면 “사드배치고 미군 주둔이고 다 필요 없으니 짐 싸들고 나가”라고 해도 될까? 역시 만용이다. 그 아래로는? 유감스럽게도 전쟁 확률 0%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상황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이로써 분명해진다.
사드 배치를 반대하며 시위를 벌여온 소성리 주민들의 처지는 이해가 된다. 설령 전자파 영향이 아주 없다고 해도 북한의 공격 표적이 된다는 것은 감당하기 어려운 공포다. 따라서 정부는 주민 이주대책을 강구하는 등 마땅한 대안을 마련하고 추진해야 한다.

반면에 이들을 선동하는 사람들은 옳지 못하다. 어머니·아버지·할매·할배·평화·국민·조국·눈물·남의나라…. 분노를 증폭시키는 온갖 감성적 언어로 사드 반대를 부추기는 사람들의 조국은 어디인가? ‘남의나라’인 미국을 배척하고 우리끼리 나라를 지킬 수 있는 조건은 갖춰졌는가. 생활 여건과 이익이 침해되는 것을 감내하기 보다는 김정은의 선의에 기대는 것이 현명한 대응이라고 여기는가.

“미국은 사드를 갖고 떠나라!”

그런 후에도 안보에는 문제가 없다고 확신할 수 있다면 그렇게 주장하시라. 그로 인한 전력의 공백이나 취약점을 자신의 몸으로라도 메우고 채울 각오가 되어 있다면 군 주둔 지역마다 찾아다니며 시위를 부추기시라. 그게 아니라 오직 미군 몰아내기만을 목적으로 하는 선동이라면 이제 제발 멈추시라.

대홍수로 제방이 무너지면 좌파의 집, 우파의 집 구분 없이 떠내려간다. 핵무기든 재래식 무기든 떨어져 폭발하면 좌파‧우파 가릴 것 없이 숱한 생명을 쓸어간다. 국가 체계가 무너지면 좌파든 우파든 나라 잃은 난민이 되고 만다.

북한이 우리를 동포로 끌어안아 주지 않겠느냐고요? 설마 그게 가능하리라고 상상이라도 해 보는 건 아니겠지요? 우선 정부와 여당의 책임자들이 먼저 대답해 주시면 고맙겠네요. ‘언론장악 기도’ 논란에 대한 양심적 답변을 곁들여주면 더 좋겠고요.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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