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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과 대화? 돈주고 식량주고 서해5도 주겠다고?


입력 2017.09.10 07:26 수정 2017.09.10 15:33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핵보유만으로 체제보...코리아 패싱은 명약관화

탄두중량 늘리고 전술핵 배치...결기 없으면 무용지물

이 정도 되었으면 그냥 일이 아니라 그야말로 국난(國難)이다.

그간 역대 정부는 좌우를 떠나 북한 핵을 사들여 보겠다고 무진 애를 쓰고 노력을 해왔다. 어떻게 해서든 대화와 협상을 통해 흥정을 해왔지만 이제 확실해진 것은 북핵이 비매품(非賣品)이란 사실이다. 곰더러 자네 웅담을 사겠다고 한다면 그 곰이 자신의 배를 째고 웅담을 끄집어내어 팔겠는가 말이다.

아무리 후한 값을 쳐준다 하더라도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북핵을 사들이려는 흥정 즉 대화와 협상은 이제 아무런 소용이 없음이 확실해졌다.

우리가 제 아무리 북한의 체제를 보장해주겠다고 한들 북한이 믿을 까닭이 없다. 핵이란 수단만 들고 있으면 절로 체제의 안전이 보장 되는데 그걸 내려놓고 우리나 미국을 믿을 정도로 순진한 북한이나 김정은이 아니다.

그간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마다 제재를 논의했고 제재를 해왔다. 물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미국이 중국을 압박해서 북한의 생명줄을 죄는 것이다. 하지만 그 방법에는 엄연한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미국은 현재 중국과의 거래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누리고 있기에 그걸 훼손해가면서까지 중국을 압박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세컨더리 보이콧’, 분명 강력한 수단이다. 하지만 미국이 말로만 떠들 뿐 쉽게 실행에 옮기지 않는 이유 역시 그런 까닭이다.

미국 역시 북한이 미국 영토를 직접 위협하지 않는 한 북한을 선제공격할 이유가 사실은 없다. 방어 능력을 갖추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김정은이기에 이번에 괌 포위 사격 운운하면서 반응을 떠본 것이니 이 역시 일종의 응수타진이었고 일련의 정교한 수순의 하나일 뿐이다.

중국은 천연덕스럽게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해보라고 한다. 그런데 중국이 말하는 대화와 협상, 그리고 북한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핵을 사고파는 흥정을 해보라는 것이 아니다. 앞서의 말처럼 그건 비매품인 까닭이다.

북한은 우리가 굳이 보장해주지 않아도 핵 보유를 통해 이미 체제의 안전을 확보한 상태이다. 그건 2005년 김정일이가 핵 보유 선언을 하고 2006년 제1차 핵실험을 하는 순간에 확인된 상황이다.

그렇기에 저번에 박근혜 대통령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주장하고 또 이번 문재인 대통령이 베를린에서 ‘우리가 가격 진짜 확실하게 잘 쳐 줄 터이니 핵을 팔아보시오’ 하고 소리 높여 외쳤으나 북한은 그저 냉담할 뿐이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이제 핵 위협을 흥정 대상으로 삼아 우리로부터 해마다 먹고 살 물자와 돈을 받아내겠다는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핵과 미사일 개발에 무진장 돈을 썼으니 들인 돈의 백배 천배를 받아내겠다는 것이 북한의 의도이다. 시쳇말로 ‘뽕을 뽑겠다는 것’이다.

사실 이 방식은 양아치나 조폭들이 ‘나우바리’를 차지한 뒤 상인들로부터 보호료를 갈취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같다.

그렇기에 북핵에 대한 해법은 두 가지로 압축이 되고 말았다.

우리 스스로가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확고한 자세로 나가느냐 아니면 해마다 보호료를 바치면서 평화를 사들일 것이냐의 문제인 것이다.

싸울 각오를 가질 것이냐 아니면 굴종이냐, 현 시점에서 이 두 가지 선택지로 압축이 되고 있는 북핵 문제이다.

전력만으로 계산한다면 북한은 우리의 상대가 아니다. 특히 미국의 지원을 전제로 할 때 승부는 이미 나있다고 봐도 좋다. 하지만 문제는 가령 권투 시합에서 제 아무리 기량이 뛰어난 선수라 하더라도 상대를 때려눕히는 과정에서 자신도 몇 대 맞을 각오는 응당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권투 시합이라 한다면 몇 대 맞고 멍이 드는 것으로 그치겠지만, 전쟁이라 할 경우 특히 북한이 최후의 수단인 핵을 사용할 경우 그 피해를 우리가 감내할 수 있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4일자 1면에 전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주재한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및 해당 회의에서 결정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탑재용 수소폭탄 실험 관련 핵무기연구소 성명을 보도했다.ⓒ연합뉴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4일자 1면에 전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주재한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및 해당 회의에서 결정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탑재용 수소폭탄 실험 관련 핵무기연구소 성명을 보도했다.ⓒ연합뉴스

전쟁이 나면 물론 김정은이나 그 일당들은 죽게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역시 엄청난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입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좌우를 떠나 그간의 모든 정부는 북한의 도발 시마다 대응하는 시늉만 했을 뿐 오로지 유화책으로 응했으니 혹시라도 본격 전쟁으로 이어질 것 같은 우려 때문이었다.

제 아무리 전력에서 우리가 우세하다 하더라도 싸울 배짱이 없고 피해를 감수할 각오를 내지 않는 이상 설령 탄두중량을 늘리고 전술핵을 들여온다 하더라도 사정이 크게 달라지진 않는다. 싸울 각오가 없다면 그런 무기들은 사실 무용지물이나 같지 않은가 말이다.

북한은 전쟁이 날 경우 어차피 너 죽이고 나 죽겠다는 식의 각오인 것이고 우린 그렇지가 않기에 문제인 것이다. 사실 죽자고 덤비는 놈을 상대로 우리 측은 털끝 하나 다치지 않게 하는 방법은 고금의 모든 병서(兵書)를 다 뒤져도 없다.

이에 우리가 보호료를 내는 쪽으로 간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북한이 해마다 핵을 사용하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해마다 돈을 바치는 방식 말이다. 일종의 ‘핵 비사용 보험 상품’을 해마다 사들이는 식 말이다.

처음엔 식량을 주는 방식이 될 공산이 크지만 점점 변덕을 부리면서 더 큰 요구, 또 무리한 요구를 해오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한미 연합 훈련 포기해야 할 것이고 주한미군 내 보내라 하면 또 고민해야 할 것이며 공격 무기 철수해라 등등 한 번 양보하기 시작하면 돈만 아니라 갖은 요구를 덧붙여 올 것이다.

사람은 환경에 적응하도록 되어 있기에 처음엔 어림도 없던 일들이 나중에 점점 익숙해져서 무한정 끌려 다닐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다.

그렇게 되면 중국은 속으로 대단히 반길 것이고 그런 과정에서 미국은 한반도에서 물러나 일본 방어로 후퇴할 가능성도 생길 것이다. 돈의 문제로 그치지 않고 실로 일파만파(一波萬波)의 우환을 부르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이다.

무서워서 움츠리고 도망 다니다 보면 끝끝내 따라오는 것이 양아치이고 조폭이다. 그렇다고 한 번 각오하고 나서자니 그 또한 이미 우리는 그간에 너무나도 유약해져 있다. 귀하신 몸이 되어버린 것이다.

담대한 결단이냐 아니면 굴종이냐의 극단적인 선택은 지금 당장은 아닐지 몰라도 머지않은 시점에 우리가 내려야 할 수도 있다는 얘기.

북한이 수소폭탄 실험까지 하자 정부는 각종 미사일을 더 도입하고 탄두 중량을 높이고 전술핵 배치를 검토하고 비밀리에 특수 작전을 수립 입안하는 등등 백방으로 다각도로 대응책을 강구하고는 있지만 결국은 양자택일의 문제로 압축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모두 그동안 너무 안일했다. 북한이 설마 핵으로 동족인 우리를 겨누겠는가 하는 민족적 정서, 돈 몇 푼 손에 쥐어줘 가며 슬슬 다룰 수 있지 않겠느냐는 오만한 생각, 우리가 진심으로 북한 체제를 보장해주면 되지 않겠는가 하는 순진한 생각, 국방에 더 많은 돈을 들여 실질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으면 된다는 수량적 생각 등등 많은 점에서 우리는 그간 너무 안일했고 낙관적이었다.

어차피 소련이 사라지고 중국은 우리와 많은 경제적 거래를 하고 있으니 고립무원의 빈한한 북한이 가면 얼마나 가겠는가 하고 낙관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극히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김정일은 지독하고도 냉철하게 우리의 약점을 일관되게 파고 들었고 또 노려왔다. 그를 바탕으로 현재 득의양양한 김정은 역시 결코 실성한 사람이 아니다.

경제가 어려운 판국에 우리 곁에는 지독한 양아치가 칼날을 겨누기 시작했다. 이제 북핵 문제는 우리에게 있어 clear and present danger,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협이 되고야 만 것이다.

물론 다른 스토리도 가능하다. 김정은 체제 안에서 변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없진 않다는 점, 2020년부터 중국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북한에 대한 지원을 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예상해본다. 희망이 없지는 않다는 말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의 생각이고 선택이라 하겠다.

그러니 문재인 대통령께선 이 어려운 고비를 맞이하여 그야말로 좋은 지도력을 발휘해 주셨으면 한다. 뿐만 아니라 부디 이제부터라도 여와 야, 그리고 좌우가 진정으로 합심해서 눈앞에 닥쳐오고 있는 국난에 대해 현명하고도 슬기롭게 그리고 담대하게 대응함으로써 좋은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를 바란다.

글/김태규 명리학자 www.hohodang.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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