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D-인터뷰] 이제훈 "위안부 피해자에게 위로됐으면"


입력 2017.09.11 08:00 수정 2017.09.12 09:33        부수정 기자

영화 '아이캔스피크'서 나문희와 호흡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 필요"

영화 '아이캔스피크'에 나온 배우 이제훈은 "나문희 선생님과 호흡은 영광이었다"고 밝혔다.ⓒ리틀빅피처스 영화 '아이캔스피크'에 나온 배우 이제훈은 "나문희 선생님과 호흡은 영광이었다"고 밝혔다.ⓒ리틀빅피처스

영화 '아이캔스피크'서 나문희와 호흡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 필요"


"이거 안 했으면 어쩔 뻔했어!"

영화 '아이캔스피크'(감독 김현석) 언론 시사회 직후 배우 나문희가 함께 호흡한 이제훈에게 한 말이다. 영화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픔과 용기를 감동적으로 그려내 언론 시사회 이후 호평을 얻었다.

전작 '박열'에서 독립운동가로 분했던 이제훈은 '아이캔스피크'에서 나옥분 할머니(나문희)를 돕는 9급 구청 공무원 박민재를 맡았다.

민재는 까칠한 성격의 원칙주의자이지만, 사실은 따뜻한 마음씨를 인물이다. 옥분 할머니와 티격태격하던 그는 할머니의 아픈 과거와 영어를 배우려는 진짜 이유를 알게 되면서 할머니를 도우려 발 벗고 나선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CJ문화재단이 주관하고 여성가족부가 후원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75:1의 경쟁률을 뚫고 당선됐다. 실제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와 고 김군자 할머니의 증언을 계기로 2007년 미 하원이 일본군 위안부 사죄 결의안을 채택했던 것을 모티브로 했다.

8일 서울 팔판동에서 만난 이제훈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이 영화가 따뜻한 위로와 힘이 됐으면 한다"며 "나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가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가졌으면 한다. 배우로서 이런 작품에 참여할 수 있어서 뜻깊고, 감사하다"고 밝혔다.

"나문희 선생님, 김현석 감독님, 그리고 제작진께 감사드려요. 아픈 역사를 바라보는 이분들의 태도가 참 좋았거든요. 진정성을 담은 작품이라서 많은 분이 보셨으면 합니다."

영화 '아이캔스피크'에 출연한 배우 이제훈은 "나문희 선생님처럼 따뜻한 선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리틀빅피처스 영화 '아이캔스피크'에 출연한 배우 이제훈은 "나문희 선생님처럼 따뜻한 선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리틀빅피처스

이제훈은 일본을 강하게 비판하는 작품에 연달아 출연하게 됐다. 그는 "일본 사람들이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졌는지 의문"이라며 "이번 영화는 가슴 아픈 역사를 따뜻한 이야기로 버무렸다. 대한민국의 한 국민으로서 아픈 역사를 알렸다는 사실만으로 감사하다"고 강조했다.

평소 위안부 문제에 관심이 있었냐는 질문에는 "인식은 하고 있었지만 부끄럽게도 큰 관심은 없었다"며 "할머니들을 위한 일본 측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나리오를 보고 단번에 나문희를 떠올린 그는 나문희에게 의지하며 연기했다고 털어놨다. "대선배님과 호흡할 생각에 처음엔 엄청 긴장했는데 선생님께서 반갑게 반겨주셨죠. 긴장이 한순간에 풀어졌어요. '너무 잘한다'고 칭찬해 주시기도 했고요. 기분이 너무 좋아서 몸둘 바를 모르겠더라고요. 선생님의 연기를 보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좋았고, 함께 연기하는 것만으로도 편했어요. 촬영하면 할수록 행복했답니다. 선생님처럼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러면서 "나문희 선생님뿐만 아니라 신하균, 한석규, 김혜수 선배님 등 훌륭한 선배님들과 함께하며 아우라에 빠져들었다"며 "힘든 상황에서도 기적을 만들어 내는 모습에 놀랐다. 나도 그런 선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옥분의 눈에 민재는 원리, 원칙을 따지는 딱딱한 캐릭터다. 이재훈은 "단정한 옷차림에 똑똑해 보이는 캐릭터, 일을 잘하는 공무원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며 "후반부에는 겉모습과는 다른 민재의 따뜻한 모습이 나와서 마음에 들었다"고 미소 지었다.

영화 '아이캔스피크'에 출연한 배우 이제훈은 "이번 작품의 따뜻한 이야기에 공감해 출연했다"고 전했다.ⓒ리틀빅피처스 영화 '아이캔스피크'에 출연한 배우 이제훈은 "이번 작품의 따뜻한 이야기에 공감해 출연했다"고 전했다.ⓒ리틀빅피처스

민재와 닮은 점은 '약속을 지키는 것'이란다.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도 않는다고. 해야 할 목표와 일이 있다면 어떻게 해서든지 하는 게 이제훈이다. 누군가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도 참지 못하고 나서려고 한단다.

이제훈은 최근 tvN 예능 '삼시세끼-바다목장'에 출연해 소탈한 모습으로 화제가 됐다. 영화 속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일을 할 때는 실수하지 않는 프로가 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특히 약속을 잘 지키려고 합니다. 일에서 벗어난 제 일상은 아무것도 없어요. 하하. 꾸미지 않은 편한 모습이랍니다. 근데 이제 좀 꾸며야 할 듯합니다. 배우니깐요(웃음)."

전작 '박열'에서 일본어 대사를 소화한 그는 이번 작품에서 영어 대사를 소화했다. 배우는 "문장, 단어, 악센트 등 꼼꼼하게 체크하며 영어 대사를 연습했다"며 "그간 본 할리우드 영화 속 영어 대사 덕에 낯설지 않은 느낌으로 대사를 뱉었다"고 했다.

'광식이 동생 광태', '시라노, 연애조작단', '쎄시봉'을 만든 김현석 감독과는 첫 호흡이다. 그는 "마치 예전에 감독님 작품에 출연한 적 있는 배우처럼 편했다"며 "'김현석의 남자들'에 들어간 것 같아 좋았다"고 웃었다. 이어 "나문희 선생님, 김현석 감독님과의 호흡이 정말 좋았다"며 "좋은 기억이 오랫동안 지속될 것 같다"고 했다.

이제훈이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이야기'다.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어야만 작품을 택한단다.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다. "후반부에 나오는 옥분의 사연을 보고 놀랐어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거든요. 조심스럽고, 어려울 수 있는 소재이지만 영화에 잘 어우러진 것 같아요. 김현석 감독님이라면 이 이야기를 왜곡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상업 영화에 초점을 맞추고 자극적인 이야기로 포장하지 않겠구나 하는 확신이 있었죠. 영화를 통해 피해자분들의 고통이 조금이나마 치유됐으면 합니다."

영화 '아이캔스피크'에 출연한 배우 이제훈은 "이 작품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리틀빅피처스 영화 '아이캔스피크'에 출연한 배우 이제훈은 "이 작품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리틀빅피처스

전작 '박열'은 230만 관객을 모으며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 이제훈은 "흥행은 정말 모르겠다"면서 "흥행과 작품에 대한 평가는 관객들이 결정할 부분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추석에 가족들과 볼 수 있는 탁월한 영화입니다. 한국 영화 많이 사랑해주세요(웃음)."

2007년 영화 '밤은 그들만의 시간'으로 데뷔, '고지전'(2011), '건축학개론'(2012), '파파로티'(2012), '비밀의 문'(2014), '시그널'(2016),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2016), '내일 그대와'(2017), '박열'(2017) 등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았다. 특히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쉼 없이 달려 왔다.

그는 "체력이 소진된 상태이지만 작품을 마칠 때마다 욕심이 생긴다"며 "다음 달까지는 '아이캔스피크' 홍보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했다.

스타 감독들과 연이어 호흡한 것도 괄목할 만한 성과다. "참 행운이죠. 훌륭한 감독님들과 함께하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좀 더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을 채웠고, 이걸 바탕으로 앞으로 더 달려 갈래요!"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부수정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