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부임설’ 신태용 감독에게는 기회다

최종편집시간 : 2017년 09월 21일 10:19:43
‘히딩크 부임설’ 신태용 감독에게는 기회다
히딩크 전 감독, 한국 대표팀 복귀 가능성 언급
소방수 신태용 감독에겐 경험과 시간 얻을 기회
기사본문
등록 : 2017-09-07 10:55
스포츠 = 김평호 기자
▲ 히딩크 전 감독이 한국 대표팀 복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 연합뉴스

2002년 한일월드컵의 영웅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이 한국 대표팀 복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국내 축구 팬들은 최근 대표팀이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이뤄내긴 했으나 졸전을 거듭하면서 러시아에서도 희망이 없다고 판단, 히딩크 감독이 내심 구원 투수로 활약해 주길 바라는 눈치다.

대한축구협회가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황당한 것은 신태용 감독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생각하기에 따라선 서운함을 넘어 충분히 기분이 상할 만한 상황이다.

잘 돌이켜 생각해보면, 혹시라도 히딩크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다시 잡는다면 이는 신태용 감독에게도 나쁠 것은 없다.

신태용은 ‘제2의 홍명보’가 돼서는 안 된다

▲ 한국 축구는 성급했던 나머지 이미 홍명보라는 소중한 자산을 잃고 말았다. ⓒ 연합뉴스

신태용 감독이 한국 축구를 이끌 젊은 감독의 대표적인 선두 주자라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많지 않다. 분명 다양한 전술 구사 등 신 감독이 갖고 있는 능력은 충분히 인정받을 만하다.

지금이 신태용 감독이 가지고 있는 능력의 최대치는 아니다. 열매가 익지도 않았는데 성급하게 따먹으려했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협회는 물론 신태용 감독도 너무 급한 느낌이다.

한국 축구는 이미 익지도 않은 열매를 취하려다 큰 낭패를 본 경험이 있다. 홍명보 전 감독이 대표적인 예다.

한국은 2014 브라질월드컵을 1년 여 앞두고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 신화를 창조한 홍명보 감독을 선임했다. 물론 예정된 수순은 아니었다. 당시 최종예선까지 시한부 감독을 맡았던 최강희 감독이 물러나자 협회는 홍명보 감독을 급하게 선임할 수밖에 없었고, 결과는 처참한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U20 월드컵 8강, 런던 올림픽 동메달을 안겼던 홍명보 감독이 무능해서 브라질 월드컵이 실패로 끝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갑작스럽게 성인 대표팀 지휘봉을 물려받은 홍명보 감독에게 브라질 월드컵을 대비할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고, 결과적으로 한국 축구는 소중한 자산을 잃고 말았다.

신태용 감독 역시 마찬가지다. 러시아 월드컵까지 남은 9개월의 준비시간은 현실적으로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신태용 감독이 선수나 지도자로 월드컵을 밟아본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다. 월드컵에 대한 리스크가 큰 것은 자명한데 신태용 감독 역시 불구덩이에 섣불리 뛰어들려 하고 있는 느낌이다.

아직 신태용 감독의 역량이 제대로 검증됐다고 보기도 어렵다. 올림픽 8강과 U-20 월드컵 16강의 성적은 분명 아쉬움이 남는 결과였다. 물론 두 대회 모두 급하게 소방수 역할을 맡았다는 공통점은 있다.

그래서 러시아 월드컵 역시 신태용 감독 체제로 가기엔 불안한 면이 없지 않다. 공교롭게도 적절한 시점에 히딩크 감독의 재부임설이 나오면서 신태용 감독은 잠시 경험도 쌓고 숨을 고를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다. 이는 한국 축구가 아직 덜 익은 신태용이란 열매에 좀 더 많은 자양분을 투입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히딩크 감독 부임의 기대 효과

▲ 히딩크 감독은 한국의 사정과 정서를 잘 꿰뚫고 있다. ⓒ 연합뉴스

사실 히딩크 감독으로선 한국 대표팀을 맡을 이유가 전혀 없다. 이미 2002년 한일월드컵 4상 신화로 이룰 것을 이뤘고, 혹시라도 대표팀을 다시 맡아 실패한다면 과거의 업적과 명성이 퇴색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한다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을 수도 있다. 소위 말하는 ‘월드컵 4강’이라는 성적에 따른 ‘까방권’이다. 냉정히 말해 한국은 월드컵 본선 진출국 가운데 최하위가 될 가능성이 크다. 남은 9개월 동안 겨우 본선에 오른 팀을 맡아 원정 월드컵에서 16강 이상의 성적을 올려달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 아닐 수 없다.

물론 한국의 정서와 사정을 꿰뚫고 있는 히딩크 감독이라면 충분히 기대감을 안겨줄 만하다. 그만한 역량도 충분히 갖췄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이후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호주 대표팀을 첫 16강으로 이끌었다. 이후 러시아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해 유로 2008에서 또 다시 4강에 올려놓았다. 지도력은 이미 어느 정도 검증된 상태에서 오랜 기간 러시아 대표팀을 맡아 현지 사정을 꿰뚫고 있다는 것은 가장 큰 장점이다.

내달 성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러시아와의 친선전 역시 히딩크 감독이 중간에서 가교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김남일과 차두리 등 현 대표팀 코치진을 그대로 유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차두리의 경우 히딩크 감독을 최고의 스승으로 꼽기도 했다. 부푼 희망이긴 하나 한국 축구의 레전드 박지성과 이영표의 합류 가능성도 생긴다. 지도자로서 욕심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두 레전드가 히딩크 감독의 강력한 요청이 있다면 마음이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히딩크 감독은 심리전의 대가다. 신태용 감독이 선수들과 격의 없이 지내는 지도자라면 히딩크 감독은 선수들과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분발을 촉구한다.

과거 안정환의 기량을 평가 절하하면서 결국 한일월드컵의 영웅으로 만들었고, 평가전 당시 경기 종료 직전 설기현을 투입해 무언의 메시지를 남긴 것은 아직까지도 회자되는 장면이기도 하다.

어쩌면 손흥민, 황희찬 등 유럽파 공격수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히딩크 감독과 같은 명장의 자극일수도 있다.

만일 히딩크 감독이 부임한다면 선수들 역시 긴장감 속에 비장한 각오로 월드컵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현 대표팀에서 가장 필요한 분위기일 수 있다.

2022월드컵 위해 신태용은 제발 아껴 쓰자

▲ 신태용 감독에게 필요한 것은 제대로 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시간과 환경이다.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히딩크 감독 재부임을 주장하는 것은 절대 신태용 감독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신태용 감독에게 좀 더 경험을 쌓게 하고 제대로 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시간과 환경을 만들어주자는 얘기다.

'히딩크 감독-신태용 수석' 체제는 가장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신 감독 입장에서는 일단 수석 코치로 먼저 월드컵 무대를 경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2022년 월드컵은 U20 월드컵에서 지도했던 이승우, 백승호 등도 본격적으로 활약할 수 있는 무대다. 성적에 욕심이 난다면 러시아 월드컵 보다는 카타르 월드컵이 더 적기일 수 있다. 여기에 4년의 경험과 시간이 더해진다면 신태용 감독도 충분히 자신이 가진 능력치를 제대로 끌어 올릴 수 있다.

물론 히딩크 감독이 다시 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일단 협회는 신태용 감독이 러시아 월드컵 본선까지 계약이 돼 있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물론 난감할 수밖에 없는 협회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는 간다.

신태용 감독이 대승적 차원에서 결단을 내린다면 어떨까. 물론 감독 자리를 내려놓기란 쉽지 않다. 이는 개인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 버리기에는 신태용 감독과 한국 축구에 너무 좋은 기회다.[데일리안 스포츠 = 김평호 기자]
ⓒ (주)데일리안 - 무단전재, 변형, 무단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