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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는 히딩크 재부임설, 불편한 이유


입력 2017.09.07 09:20 수정 2017.09.07 10:57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슈틸리케 경질 직후 대표팀 재부임 언급

대표팀에 필요한 전략, 전술 지닌지 의문

4강 신화의 주역 거스 히딩크 감독. ⓒ 연합뉴스 4강 신화의 주역 거스 히딩크 감독. ⓒ 연합뉴스

축구대표팀의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이 확정되던 날, 축구팬들은 난데없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거스 히딩크(73) 감독의 재부임설이다.

한 뉴스 전문 채널은 6일 단독 보도를 통해 히딩크 감독이 지난 6월 슈틸리케 감독 경질 이후 측근을 통해 “한국 국민이 원한다면 다시 대표팀 감독을 맡을 용의가 있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히딩크 감독이 누구인가. 지난 2001년 대표팀 감독직에 올라 이듬해 열린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의 사상 첫 4강 신화를 이끈 명장이다.

부임 직전 여러 팀으로부터 러브콜이 왔는데 “강팀을 이끌고 성적을 내는 것과 한국을 이끄는 것”에 대한 차이를 듣고 감독직을 수락한 일화가 유명하다.

한국 대표팀은 히딩크 감독에게도 기회였다. 그는 PSV 에인트호번과 네덜란드 대표팀에서 성과를 냈지만 이후 레알 마드리드, 레알 베티스에서 성적 부진으로 경질되는 등 위기 상황에 놓여있었다.

그리고 한국 대표팀을 맡고 난 뒤 이름값이 크게 올라갔고 PSV, 첼시, 안지 등 클럽을 맡았고 호주와 러시아, 터키, 네덜란드 대표팀에서도 지휘봉을 잡았다.

현재 히딩크 감독은 건강상의 이유로 휴식을 취하는 중이다. 첼시 임시 감독직을 맡았던 2015-16시즌 이후 클럽 고문직을 맡기도 했지만 고령의 나이를 감안, 사실상 그라운드를 떠나있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한국 대표팀 재부임설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먼저 대표팀에는 신태용이라는 정식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 이란과 우즈벡전 등 지난 2경기가 만족스럽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어쨌든 그는 1차 목표였던 월드컵 본선행을 이끄는데 성공했다.

신태용 감독은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을 이끌었던 최강희 감독과 달리 물러날 뜻이 전혀 없다. 부임한지 두 달 밖에 되지 않아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아무리 히딩크라 하더라도 이런 신태용을 사퇴시킬 명분은 그 어디에도 없다.

두 번째는 건강이다. 히딩크 감독이 한국을 맡았을 당시에는 체력적으로 아무 문제없는 57세였다. 그로부터 16년이 지났고 이제는 그도 70대의 고령이다.

2016년 첼시를 맡았을 당시 그는 피치 위에 서있기 보다는 벤치에 앉아 경기를 관람하는 경우가 잦았는데 예전과 같은 전술가, 승부사의 모습보다는 어수선한 팀을 추스르는 매니저의 느낌이 강했다.

반면, 지금의 대표팀은 선수들의 정신력, 조직력을 가다듬어야 하는 것은 물론 세계 축구를 상대하기 위한 전략과 전술을 필요로 하고 있다. 아쉽게도 히딩크 감독은 2015년 네덜란드 대표팀을 맡았을 당시 날카로움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으며 물러나야 했다.

히딩크 감독에게 과거와 같은 날카로움은 보이지 않는다. ⓒ 연합뉴스 히딩크 감독에게 과거와 같은 날카로움은 보이지 않는다. ⓒ 연합뉴스

히딩크 감독이 한국 대표팀에 다시 오르기 어려운 세 번째 이유는 바로 ‘돈’이다. 중국은 마르첼로 리피 감독을 데려오기 위해 현역 감독 연봉 1위인 무려 200억 원 넘는 돈을 보장해줬다.

물론 히딩크 감독은 한국을 다시 맡게 된다면 몸값을 대폭 낮출 의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전임인 슈틸리케 감독이 15억 원 정도를 받았는데 이보다 덜 받아도 된다는 뜻도 내비쳤다. 사실상 염가 계약을 맺어 한국 축구에 봉사하겠다는 뜻인데 이와 같은 상황에서 열정이 불타오를 리 만무하다.

과거 영광을 썼던 명장이 다시 돌아와 명예가 추락하는 일은 흔했다. 한국프로야구에서는 ‘SK 왕조’를 일구며 야신으로까지 추앙받았던 김성근 전 한화 감독이 대표적이다.

히딩크 감독 역시 다시 대표팀 지휘봉을 잡아 ‘히딩크 매직’을 재현시킨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앞일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무엇보다 성적 부진에 시달릴 경우 지금까지 한국에서 쌓았던 모든 업적과 명예가 곤두박질치는 것은 당연지사다. 추억은 가슴에 묻어두는 것이 좋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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