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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긋난 신태용, 슈틸리케와 다르지 않다


입력 2017.09.06 10:36 수정 2017.09.07 07:36        데일리안 스포츠 = 김평호 기자

2경기에서 에이스 손흥민 제대로 활용 못해

유효슈팅 실종, 조기소집 효과도 못 살려

신태용 감독.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신태용 감독.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신태용 감독의 호언장담은 이번에도 무너졌다. 상황이야 어찌됐든 한국을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로 이끈 공로는 있으나, 이는 사실랑 이란이 만들어준 선물에 가깝다.

우즈벡전 직후 신태용 감독은 “본선까지 남은 9개월 동안 자신의 이름을 걸고 앞으로 잘 만들어보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과연 이 발언을 곧이곧대로 믿어도 될까.

다를 것이라는 호언, 손흥민은 그대로다

슈틸리케 전임 감독과 마찬가지로 신태용 감독도 손흥민을 살리지 못헸다.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슈틸리케 전임 감독과 마찬가지로 신태용 감독도 손흥민을 살리지 못헸다.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졸전의 원인을 한 선수에게 돌릴 수는 없지만 지난 2경기(이란, 우즈벡전)에서 한국의 답답한 공격력은 손흥민의 부진과도 맞닿아 있다.

한국의 에이스 손흥민은 우즈벡의 밀집 수비에 고전하면서 좀처럼 공격의 활로를 열지 못했다.

전반전에는 볼 터치도 길었고, 수비수에게 계속해서 공을 빼앗기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근호, 황희찬 등 공격수들과의 호흡도 원활하지 못했다. 이는 신태용 감독의 구상을 완전히 빗겨간 시나리오다.

지난 7월 취임 당시 신태용 감독은 손흥민에 대해 “개인적으로 손흥민은 좋은 선수라고 보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이 활용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전임 감독과는 확실하게 차별을 뒀다.

하지만 슈틸리케 체제 때와 현재의 손흥민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신태용 감독 역시 손흥민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고, 2경기서 졸전을 거듭했다. 더군다나 한국은 지난 2경기에서 무려 135분 가량 유효슈팅이 0개였다.

제외된 우즈벡 킬러들, 변화의 시작은 장현수 교체

장현수의 부상으로 구자철이 들어오면서 경기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장현수의 부상으로 구자철이 들어오면서 경기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신태용 감독은 우즈벡전에 이동국과 구자철을 제외했다. 두 선수는 대표팀에서 우즈벡을 상대로 가장 많은 골을 기록한 킬러들이다.

특정 팀에 강했던 기억, 이는 선수에게는 좋은 기분과 자신감으로 이어질 수 있고, 상대에게는 충분히 부담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은 일단 선발 라인업에서 두 선수를 제외하고 시작했다. 이는 당일 선수의 컨디션과 감독의 성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별도로 언급을 하지는 않겠다.

결과적으로 두 선수가 투입된 직후 한국으로 흐름이 넘어오기 시작했다.

그 시발점은 전반 43분 부상을 당한 장현수의 교체였다. 이날 변형 스리백의 중심이었던 장현수는 전반 막판 부상으로 일찌감치 교체됐다.

구자철 투입 전 한국은 우즈벡에 사실상 중원을 내줬다. 전반 점유율이 39-61로 크게 밀린 것도 중원 싸움에서 패한 것이 컸다. 특히 이날 신태용 감독이 수비형 미드필드로 배치한 정우영은 잦은 킥 미스로 수차례 공격의 흐름을 끊었다.

하지만 후반전에 구자철이 본격적으로 자리하면서 한국은 중원 싸움에서 서서히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애석하게도 만약 장현수가 부상을 당하지 않아 구자철의 투입 시점이 늦어졌다면 한국의 답답한 흐름은 좀 더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후반전에 뒤늦게 투입된 이동국 역시 한 차례 우즈벡의 골대를 강타하는 등 이날 한국의 가장 위협적인 두 차례의 슈팅을 기록했다.

베테랑 이동국은 지난 이란전부터 유효슈팅이 꽉 막힌 상황에서도 의식적으로 상대 골문을 향해 슛을 쏘아 올리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차라리 이동국을 선발로 투입하고, 이날 후반 들어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던 우즈벡 수비를 황희찬의 빠른 발로 공략해 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분명 있었던 조기소집효과, 살리지 못한 신태용

지난 2경기 대표팀의 경기력은 슈틸리케 감독 체제와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 연합뉴스 지난 2경기 대표팀의 경기력은 슈틸리케 감독 체제와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 연합뉴스

한국은 이번 2연전을 앞두고 K리거와 슈퍼리그 소속 중심의 선수들로 기존보다 일주일 가량 소집기간을 앞당겨 훈련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란전에서는 신태용 감독이 개인기량이 더 낫다고 판단한 유럽파들을 중용하면서 졸전을 거듭했다.

조기소집효과는 분명 있었다. 우즈벡전에서 공격을 이끈 선수는 손흥민과 황희찬 등의 유럽파가 아닌 이동국과 염기훈 등 K리그 베테랑들이었다.

염기훈은 후반 17분 투입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우즈벡 진영을 휘젓고 다녔다. 염기훈이 들어오면서 좌측 풀백에 있던 김민우와의 호흡도 살아났다. 수원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두 선수는 찰떡 호흡으로 우즈벡의 측면을 유린하며 한국의 후반 상승세에 기여했다.

조기소집을 요청해 놓고도 신태용 감독이 이를 제대로 활용한 것은 2경기를 통틀어 30여 분 가량에 불과했다.

과정이야 어찌됐든 한국이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함에 따라 러시아까지는 신태용 감독이 계속해서 팀을 맡게 됐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다를 것이라는 신태용 감독은 남은 9개월, 말보다는 행동과 경기력으로 보여주는 것이 우선이다.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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