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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보다 만 장현수 카드, 왜 실패했나


입력 2017.09.06 10:19 수정 2017.09.06 10:25        데일리안 스포츠 = 서현규 객원기자

수비라인 변화 주며 장현수 포어 리베로 역할

윙백에 공격 임무 부여, 선수 개인 기량 못 따라가

한국 축구의 운명이 갈릴 경기에서 신태용 감독이 꺼내든 전술은 결국 빛을 보지 못 했다. 의도 자체는 좋았으나 선수들이 따라주지 못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6일(한국시각) 타슈켄트의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이하 우즈벡)과의 A조 10차전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로써 4승3무3패(승점15)를 기록한 한국은 시리아가 이란과 비기면서 순위 변동 없이 러시아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한국-우즈벡전에서 신태용 감독이 꺼내든 전술은 장현수를 '포어 리베로'로 기용한 쓰리백 시스템이었다. 선발 라인업은 3-4-3 포메이션 아래 '김영권 - 장현수 - 김민재'가 3명의 센터백으로 나섰다. 그리고 '김민우 - 권창훈 - 정우영 - 고요한'이 미드필더 라인을, '손흥민 - 황희찬 - 이근호'가 최전방에 섰다.

장현수 포어 리베로롤이 불러온 이점 장현수 포어 리베로롤이 불러온 이점

쓰리백과 포백 전환점 된 장현수의 포어 리베로

신태용 감독이 장현수를 주축으로 한 포어 리베로 전술을 가동한 까닭은 우즈벡이 매우 유기적인 공격 형태를 띠기 때문이었다. 삼벨 바바얀 감독이 이끄는 우즈벡은 스트라이커 이고르 세르게예프가 최전방에서 버텨준다면, 2선 오딜 아메도프, 오타벡 슈크로프, 세르베르 제파로프가 매우 자유롭게 움직이며 상대 수비를 공략했다.

때문에 상대 수비 라인과 직접적으로 경합하는 공격 숫자는 3명이든, 4명이든 어느 수든 될 수 있었다. 여기서 장현수가 맡은 역할은 우즈베키스탄의 공격 형태에 따라 유기적으로 수비 라인을 넘나드는 것이었다.

기본적으로는 정우영과 함께 중원을 이뤄 김영권, 김민재 만이 센터백이 되는 포백 대형을 유지하다가, 우즈베키스탄의 공격 숫자에 따라 장현수까지 중앙 수비수가 되는 쓰리백 형태를 혼용하는 것이었다.

한국의 수비 라인과 경합하는 우즈베키스탄의 공격 숫자가 1명이나 3명이라면 기존 포백 라인만으로도 원활하게 수비할 수 있었다. 1명이라면 센터백 2명이, 3명이라면 4명의 선수 모두가 수비함으로써 '+1'의 수적 우위를 만들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즈베키스탄의 유기적인 공격 형태에 따라 최전방 자원이 4명이 된다면 장현수가 내려와 쓰리백(=양 윙백까지 해서 백5)형태를 만들도록 했다. 우즈벡이 어떠한 공격 대형을 마련하든 한국의 수비 라인은 무조건적으로 +1의 수적 우위를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러한 포어 리베로 전술은 전반전이 끝나기도 전에 무산돼버리고 말았다. 장현수가 부상을 당하면서 43분 구자철과 교체됐기 때문이었다. 구자철은 정우영과 함께 중앙 미드필더 자리를 맡았으며, 장현수가 벤치로 향함에 따라 한국 대표팀이 쓰리백과 포백을 혼용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국의 우즈벡전 공격 대형과 형태. 한국의 우즈벡전 공격 대형과 형태.

창의적인 공격 원했지만 '무질서' 한국의 화포

장현수의 포어 리베로 롤에 따라 이번 경기에서의 한국 대표팀은 기본적으로 포백 포메이션을 유지하되 상황에 따라 쓰리백을 사용하는 팀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때문에 공격을 전개할 때의 한국 대표팀은 포백 포메이션인 4-2-4(또는 4-2-3-1이라 할 수도 있는) 대형을 형성했다. 장현수와 정우영이 중앙 미드필더를 이루고, 손흥민, 황희찬, 권창훈, 이근호가 공격 라인을 이루도록 했다.

신태용 감독은 4명의 공격 라인에게 서로 간의 간격은 좁게 유지하되, 매우 자유롭게 공격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보였다. 정해진 포지션과 대형에 구속받지 않고 공격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 것이다. 손흥민이 오른쪽, 이근호가 왼쪽으로 갈 수도 있었고, 상황에 따라 황희찬이 밑선으로 내려가 연계 플레이를 할 수도, 또는 권창훈이 최전방에서 침투를 할 수도 있었다.

4명의 공격 라인이 자유로운 포지셔닝과 대형, 그리고 좁은 간격을 유지하니 측면 수비수들의 오버래핑 공간이 자연스레 열렸다. 양 윙백 자리에 공격 능력이 출중한 김민우와 고요한을 배치한 것도 이 때문이다. 2명의 중앙 미드필더는 비교적 수비적인 역할에 치중해야 했으며, 장현수가 있을 때는 그가 수비 라인으로 내려간 쓰리백 형태로도 전환할 수 있었다.

이는 신태용 감독이 공격 라인을 이루고 있는 선수들의 개인 기량을 믿는다는 뜻이었다.

이란전 인터뷰에서 손흥민, 권창훈, 황희찬과 같은 유럽파들을 선발로 내세운 것에 대해 "공격수들은 개인 능력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손흥민, 황희찬, 권창훈 등을 출전시켰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4명의 공격 라인이 중앙에서 수준 높은 플레이를 펼쳐준다면, 우즈베키스탄의 수비를 벗겨 직접 득점하거나 오버래핑을 올라온 양 윙백들에게 볼을 전달할 수도 있었다.

우즈벡전에서 보여준 공격적 퍼포먼스는 그리 좋지 못했다. 4명의 공격 라인은 효율적인 볼 소유를 해주지 못했으며, 57분 '김민우-권창훈-이근호-황희찬'라인이 만들어낸 환상적인 패스 플레이 말고는 그다지 위협적인 장면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60분대 이후 우즈베키스탄의 집중력이 전체적으로 떨어지고, 이근호 대신 염기훈이 교체 투입되고 나서야 한국의 공격은 활기를 찾았다.

과정이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신태용 감독이 한국 대표팀 사령탑 자리에 부임하지 불과 2달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그 짧은 시간 안에 월드컵 진출을 성공시켰다는 것은 매우 대단한 업적이며, 그간 두 번의 경기에서 긍정적인 요소들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월드컵 본선까지 남은 시간을 잘 활용한다면, 다시 달라진 대표팀을 만날 수도 있다.

서현규 기자 (toru_1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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