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지금과 같은 개헌 논의로는 개헌 절대 못한다


입력 2017.09.03 11:04 수정 2017.09.03 11:47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정치권 잘못을 헌법 탓하며 권력구조 개편에만 몰두

통치권자와 입법권자가 아니라 국민들의 상향식 요구여야

국회 의사당 진입로에 있는´좌회전 금지´와  ´일방통행´ 표지판이 선명하게 보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회 의사당 진입로에 있는´좌회전 금지´와 ´일방통행´ 표지판이 선명하게 보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최근 87년 민주화 항쟁의 산물로 탄생한 9차 헌법이 30여 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시대적 사명을 다했고, 새로운 헌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다.

특히 ‘all or nothing’식 권력 다툼으로 정쟁과 갈등을 양산하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부작용이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임계점에 달하면서 개헌론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 12일 국회에 개헌특위가 구성되고, 문 대통령도 일관되게 “대선 공약대로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하였다.

헌법은 영구불변의 잉크로 쓴 문서가 아니라 피로 쓴 역사며, 시대정신을 반영해 성장해온 생명체로, 시대가 바뀌면 헌법도 바뀌어야 한다는 점에서 필자도 개헌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실제 미국은 제헌 후 27조의 수정헌법을 통해 노예제도 폐지, 여성참정권 인정 등 역사의 수레바뀌를 한 발짝씩 앞으로 돌려왔고, 독일 헌법도 1949년 제정 후 60여 차례나 개정되지 않았는가?

우리의 경우도 4·19 혁명, 5.16 군사정변, 12.12 군사 반란, 그리고 6월 민주화 항쟁 등 굵직한 사회적 격동기를 거치고 난 후 어김없이 헌법이 개정됐다.

그렇다면 과연 이번에는 제10차 개헌이 가능할까? 이번에는 과연 진정한 국민의 민의를 반영한 개헌을 통해 새로운 나라, 제7공화국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필자가 보기에 최근 개헌 찬성론자들 사이 유일하게 일치되는 견해는 ‘개헌이 필요하다’는 것 뿐이다. 그 외 헌법 전문에서부터 국민의 권리와 의무, 통치구조, 지방자치, 경제조항 등 모든 면에서 각 정파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먼저 통치구조만 하더라도 대통령 중임제, 의원내각제, 이원집정부제 등 한 마디로 중구난방이다. 기본권과 관련해서도 기본권의 주체, 내용, 제한 등과 관련하여 많은 논의가 제기되어 통일된 의견 수렴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영토조항과 통일조항, 경제조항과 관련해서는 좌우이념 대립의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헌법 전문과 관련해서도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열린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아 광주정신을 헌법으로 계승하는 진정한 민주공화국 시대를 열겠다”고 밝히자 이에 대한 많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 필자가 보기에 현재의 개헌논의 수준으로는 절대 개헌이 불가능하며 설령 가능하더라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개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무엇을 위한 개헌인가?”의 문제다. 시대상황과 시대정신의 변화를 철저히 반영한 개헌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지금 정치권의 개헌 논의의 모습은 과연 어떠한가?

대부분의 개헌론자들은 역대 정권과 현 정권에서 발생한 부정·부패 사건들이 헌법 때문에 발생한 만큼 개헌을 해야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한 마디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이는 정치인들의 잘못을 헌법 탓으로 돌리는 책임전가에 불과하다.

헌법의 주는 누가 뭐래도 국민의 기본권이고, 통치구조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담아야 하는 개헌이 권력 구조의 개편으로만 한정돼서는 안 되는 이유다. 그럼에도 지금의 개헌논의는 대부분 통치구조와 관련한 정치공학적 접근뿐인 바 현 수준의 논의로는 개헌이 절대 불가능한 것이다.

한편 그 동안의 개헌 논의는 대통령과 국회 등 통치권자와 입법권자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다. 개헌에 대한 최종 결정권자인 국민의 여론수렴이 부족했다는 의미다.

"한 국가를 구성하는 일은 정부(government)의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정부를 구성하는 인민(people)의 행위다."

미국혁명과 프랑스혁명 모두에 관여했던 토머스 페인(Thomas Paine)의 말이다. 이 말은 개헌은 철저히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개헌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지금처럼 철저히 정치인의, 정치인에 의한, 정치인을 위한 개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결국 개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다양한 국민들의 여망을 반영하는 상향식 개헌이다. 개헌은 정파 간 거래와 타협의 산물이 아니라 국민적 합의의 산물이 되어야 한다.

개헌에 있어서는 사회를 정의롭고, 공정하며, 투명하게 만들라는 국민의 요구가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 아울러 철저히 미래지향적이고 열린 개헌이 되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개헌이 모든 국민이 함께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국민대통합의 전기가 될 것이다.

정치권은 지금이라도 당리당략적 접근이 아니라 진정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여 대승적 차원에서 개헌 논의를 진척시켜야 한다. 아울러 충분히 검토하고, 폭넓게 논의하고, 담대하게 합의해서 이번 기회에 우리 현실에 맞는 제대로 된 헌법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국민의 뜻을 물어야 한다.

헌법이 바로 서야 국민의 삶이 바로 서게 된다는 점을 정치권은 명심해야할 것이다.

글/서정욱 변호사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