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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줄기 없었던 신태용호, 세밀함이 먼저다


입력 2017.09.01 12:09 수정 2017.09.01 12:10        데일리안 스포츠 = 서현규 객원기자

전술, 전략으로 살펴보는 신태용 감독 데뷔전

역시나 강했던 이란, 우즈벡전에서 운명 갈려

한국 대표팀의 이란전 선발 라인업. ⓒ 데일리안 서현규 한국 대표팀의 이란전 선발 라인업. ⓒ 데일리안 서현규

A매치 무대에 나선 신태용호는 변화무쌍했다. 경기 내내 색다른 대형을 선보이며 이란을 상대했지만 원하는 결과는 얻지 못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지난달 31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이란과의 홈경기서 0-0 무승부를 거뒀다. 이날 신태용 감독 체제로 첫 경기를 나선 대표팀은 4-2-3-1 포메이션을 토대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으나 같은 조 1위 이란을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국 대표팀이 빌드업 상황에서 가져가는 변화. ⓒ 데일리안 서현규 한국 대표팀이 빌드업 상황에서 가져가는 변화. ⓒ 데일리안 서현규

빌드업 전개할 때는 쓰리백

대표팀이 후방에서부터 빌드업을 전개할 때 기존 4-2-3-1의 중앙 미드필더인 장현수가 센터백 사이로 내려오면서 쓰리백 포메이션을 형성했다. 수비 라인으로 내려오는 미드필더는 상황에 따라 구자철이 될 수도 있었다.

중앙 미드필더 한 명이 수비 라인으로 내려감으로써 쓰리백을 형성했다면 양 윙백은 한 칸 씩 전진했다.

이에 따라 공격형 미드필더 권창훈은 후방으로 내려가 부족해진 중원의 숫자를 채워줬으며, 연쇄적으로 공격 진영의 한 명의 선수가 밑선으로 이동했기 때문에 나머지 '손흥민-황희찬-이재성' 라인은 서로 간의 간격을 좁혀야 했다. 전체적으로 3-4-3과 같은 대형이 만들어졌다.

이러한 빌드업 대형을 형성했다면 볼 컨트롤 능력이 뛰어난 중원 '구자철-권창훈' 라인을 통해 볼을 전진시킬 수 있었다. 이란의 수비 진영이 높게 형성되어 안정적인 패스 옵션이 사라졌다면 측면으로 롱 볼을 전개했다.

여기서 볼을 받게 될 측면 공간은 3-4-3의 윙백('4'의 양 끝 선수)과 좌우 공격수들 간의 복합적인 움직임으로 만들어냈다. 예를 들어 공격수가 상대 수비수를 달고 순간적으로 내려오거나 중앙으로 좁힘으로써 윙백의 침투 공간을 열어줄 수 있었다.

한국의 이번 경기 공격 대형. ⓒ 데일리안 서현규 한국의 이번 경기 공격 대형. ⓒ 데일리안 서현규

많은 아쉬움 남긴 공격 대형

빌드업 단계를 거쳐 이란의 진영까지 볼을 전진시키는데 성공했다면 4-2-4와 같은 포메이션을 형성했다. 4-2-3-1의 2선과 1선이 하나로 합쳐진 이러한 공격 대형은 마치 지난해 리우 올림픽 대표팀에서 보여준 모습과 비슷했다.

권창훈은 넓은 활동량을 바탕으로 밑선과 측면을 성실하게 오갔다. 스트라이커 주변에서 이러한 움직임을 가져가니 황희찬은 상대 센터백과의 경합 상황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쉽게 말해 권창훈이 공격의 연결 고리가 되면서 황희찬의 연계에 대한 부담을 줄여준 것이다.

양 윙어 손흥민과 이재성은 경기 내에서 시시 때때로 자리를 바꿔갔다. 기존 포메이션과는 다르게 손흥민이 오른쪽에서, 이재성이 왼쪽에서 뛰는 경우를 꽤나 찾아볼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은 한국의 이러한 공격 대형이 이란의 최후방 수비 라인을 직접적으로 괴롭히지 못했다는 것이다. 권창훈의 역할로 이란 센터백에게 더욱 집중한 황희찬은 완전히 고립됐다. 그는 88분 동안 단 4개의 패스 만을 시도했으며, 공중 볼 경합에서 한 번 승리할 동안 6번을 패배했다.

한국 공격진은 완전히 묶여버렸다. 이날 이란의 수비 라인은 3번의 오프사이드와 8번의 가로채기를 성공시키며 페널티 박스 안으로의 진입 자체를 허용하지 않았다. 그 결과 한국 대표팀은 0번의 유효 슈팅과 2번의 박스 안 슈팅이라는 처참한 수치를 기록해냈다.

한국 대표팀의 4-4-2 수비 대형. ⓒ 데일리안 서현규 한국 대표팀의 4-4-2 수비 대형. ⓒ 데일리안 서현규

촘촘한 4-4-2 수비 대형

한국 대표팀이 볼을 갖고 있지 않는 상태라면 황희찬과 권창훈을 2톱으로 둔 4-4-2 수비 대형을 형성했다.

4x2의 수비 블록으로 이뤄진 8명의 선수들은 매우 촘촘한 간격을 유지했으며, 전방 권창훈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면서 상황에 따라 4-5-1과 같은 형태를 만들어낼 수도 있었다. 또한 중앙 미드필더인 장현수는 센터백 겸용이 가능한 선수이기 때문에 중앙 수비수들이 볼 경합을 하고 있을 때면 언제든지 수비 라인으로 내려왔다.

한국의 이러한 수비 대형은 매우 훌륭했다. 이날 이란은 56%라는 매우 저조한 패스 성공률을 보여줬으며, 전체 6번의 슈팅 시도 중 유효 슈팅으로 처리된 개수는 단 한 개였다.

케이로스의 이란은 역시나 강했고, 신태용의 한국은 아직 미숙했다. 한국 축구의 운명이 결정될 우즈벡과의 일전은 이제 6일 앞으로 다가왔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미숙함을 완숙함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신태용과 대표팀 선수들의 숙제가 될 전망이다.

서현규 기자 (toru_1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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