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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통상임금]재계, “노사 신뢰 무너져...경제 큰 파장” 우려


입력 2017.08.31 12:10 수정 2017.08.31 12:32        이홍석 기자

신의칙-노사합의 부정...기업 경쟁력 약화 지적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에서 재판부가 원고인 노조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재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평택항에서 현대·기아차 해외 수출 차량들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현대자동차그룹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에서 재판부가 원고인 노조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재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평택항에서 현대·기아차 해외 수출 차량들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현대자동차그룹
신의칙-노사합의 부정...기업 경쟁력 약화 지적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에서 재판부가 원고인 노조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재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과 노사합의를 부정하는 것으로 노사간 신뢰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면서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에 일제히 우려를 나타냈다.

박재근 대한상공회의소 기업환경조사본부장은 31일 논평을 통해 "이번 통상임금 판결은 대법원이 제시한 신의칙을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상급심에서는 보다 심도 있게 고려해 판단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 본부장은 이어 "통상임금 소송은 노사 당사자가 합의해온 임금관행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일 뿐 아니라 노사 간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향후 노사 간 소모적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는 입법조치를 통해 통상임금의 개념과 범위를 보다 명확하게 정해달라"고 요구했다.

경제단체들, "노사 신뢰 추락, 기업경영 환경 악화“ 한 목소리로 우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판결 직후 논평을 내고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서 신의칙을 적용하지 않은 점은 기존 노사간 약속을 뒤집은 노조의 주장은 받아들이고 지난 수 십년간 이어온 노사합의를 신뢰하고 준수한 기업에게는 일방적으로 부담과 손해를 감수하라는 것으로 허탈감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이번 판결로 최대 3조원이 넘는 우발채무를 지게 돼 적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음에도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취지에 따른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도 논평을 통해 "사드 보복, 멕시코 등 후발 경쟁국들의 거센 추격,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가능성으로 우리 자동차 산업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금번 판결로 기업들이 예측치 못한 추가 비용까지 부담하게 돼 산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기업들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매진할 수 있도록 향후에는 치열한 글로벌 경쟁과 투자애로 등의 요인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주길 기대한다"며 "과도한 인건비 추가부담 등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통상임금 정의 규정을 입법화하고, 신의칙 세부지침을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무역협회도 이번 판결이 경제계에 미칠 파장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안근배 한국무역협회 무역정책지원본부장은 “최근 통상임금의 적용을 둘러싸고 115개사 이상 기업이 소송에 휘말려 있는 시점에 이번 판결이 업계에 미칠 파장은 심각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갈수록 악화되는 기업 경영 환경에 통상임금마저 부담을 안길 경우 우리 기업의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과 투자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기업이 살아남지 못하면 근로자도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이 날 논평을 내고 이번 판결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으로 인건비 부담이 가중된 상황에서 정기상여금 등 통상임금 범위확대로 이중의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중기중앙회는 “완성차업체에서 늘어난 인건비 부담을 협력업체로 전가하면서 중소‧중견 부품업체와의 임금격차 확대로 근로자간 임금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며 “자동차부품산업의 근간 업종인 도금·도장·열처리 등 뿌리산업 업계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통상임금에 대한 명확한 입법화와 함께 법률의 균형성과 안정성 확보를 위해 정기상여금이나 식대 등이 포함되지 않는 최저임금 산입범위도 통상임금에 맞추어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재계 “자동차 산업 위기, 제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재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자동차 산업의 위기를 넘어 제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현재 국내 자동차 산업은 안팎으로 위기에 봉착해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은 최근 2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으며 생산량도 세계 8대 자동차생산국 중 유일하게 2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향후 수출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에 따른 반한 감정 등으로 전망이 불투명해 독일·일본에 이어 10년 넘게 지켜온 수출 3위 자리도 올해 멕시코에 내어줄 위기이다.

국내 수출의 13.4%, 고용의 11.8%를 담당하는 자동차 산업의 위기는 국가 경제의 위기로 직결될 수 있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12.2%를 넘어 폭스바겐(9.5%)과 도요타(7.8%)를 상회하는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번 판결이 최종 인용되면 기아차의 경영위기와 경쟁력 훼손으로 인한 영향이 협력업체로 전가되고 이는 제조업 전반으로 파급돼 경쟁력 약화 등 우리 경제에 심각한 어려움을 주게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 관련 소송이 확산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경영 환경은 더욱 악화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다른 통상임금 소송과 달리 현대기아차가 가지는 상징성 때문에 이번 소송 판결의 파급력은 클 것”이라며 “비슷한 상황에 놓인 기업 노조들이 잇따라 소송을 제기하면서 기업들의 어려움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글로벌 경쟁 심화로 경영 환경이 점점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판결은 기업들에게 큰 타격을 주게 될 것”이라며 “망하지 않은 회사의 경영난을 더욱 가중시켜 망하게 해야 한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41부(재판장 권혁중 부장판사)는 31일 오전 10시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1심 선고공판에서 노조가 청구한 금액 중 일부를 인정하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근로자들이 청구한 원금과 이자를 포함, 총 4223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총 청구 금액 1조926억원의 약 38.7%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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