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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설경구 "연기 갈증, 여전히 숙제"


입력 2017.09.04 08:05 수정 2017.09.05 09:44        김명신 기자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으로 스크린 복귀

알츠하이머 살인범으로 파격 변신 '호평'

설경구는 원신연 감독의 신작 ‘살인자의 기억법’에서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는 은퇴한 연쇄살인범 병수 역을 맡아 파격적인 도전에 나섰다.ⓒ 쇼박스 설경구는 원신연 감독의 신작 ‘살인자의 기억법’에서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는 은퇴한 연쇄살인범 병수 역을 맡아 파격적인 도전에 나섰다.ⓒ 쇼박스

“개봉예정영화 검색어 1위요? 너무 행복한데요. 많은 관심과 응원에 어리둥절하기도 하고 그저 감사하죠.”

배우 설경구가 이번에는 연쇄살인마 캐릭터로 분했다. 그동안의 한풀이를 하듯, 오롯이 ‘병수’라는 캐릭터로 분해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를 이끌었다.

설경구는 원신연 감독의 신작 ‘살인자의 기억법’에서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는 은퇴한 연쇄살인범 병수 역을 맡아 파격적인 도전에 나섰다. 그는 “‘또 뻔한 연기’라는 평가에 대해 두려움을 느꼈다. 그 연기에 대한 고민의 정점에서 ‘살인자의 기억법’을 만났다. 때문에 이번 작품에 대한 의미가 남다르다”고 털어놨다.

“이번 영화는 정말 흥행이 잘 됐으면 좋겠어요. 개봉 예정 영화 검색어 순위 1위로도 행복하고 좋네요. 이 작품은 저에게 정말 남다르거든요. ‘또 소리 지르는 거냐’의 평가도 알고 있었고, 멀리 돌아온 고민도 있었고, 상업 영화에 국한됐던 고민도 있었죠. 이러다 그야말로 ‘아웃’ 당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그런 연기의 고민 지점에서 만난거죠. 작품과도 인연이 닿아야 할 수 있는 거니까요.”

설경구가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연기에 대한 고민’이었다. ‘뻔한 연기’ ‘비슷한 연기’라는 지적을 절실히 깨닫고 있는 상황에서 ‘알츠하이머 연쇄살인범’은 분명히 연기에 대한 고민과 변화가 가능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는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출연을 결정했다”면서 “원작을 읽지 않으려 했지만 궁금함을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이번 작품은 매력적이었고 쇼킹했다”고 회상했다.

“원작과 영화는 다르잖아요. 하지만 결말이 너무 궁금했어요. 물론 영화는 다른 결말이 나오죠. 감독의 의도가 담긴 거라 생각해요. 작품을 보면서 감독의 고민이 많겠구나 싶기도 했고, 저 역시도 많은 고민을 하면서 찍은 작품이에요. 감독님의 전작들도 특이하고 재미있었지만 이번 작품 역시 괜찮은 거 같아요. 사실 시사회에서 부족했던 제 연기만 보느라 영화 전체를 못 봐서 아직은 평가를 못하겠어요. 여전히 부족하고 아쉬운 연기 부분만 보이더라구요.”

설경구는 원신연 감독의 신작 ‘살인자의 기억법’에서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는 은퇴한 연쇄살인범 병수 역을 맡아 파격적인 도전에 나섰다.ⓒ 쇼박스 설경구는 원신연 감독의 신작 ‘살인자의 기억법’에서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는 은퇴한 연쇄살인범 병수 역을 맡아 파격적인 도전에 나섰다.ⓒ 쇼박스

수년간의 내공에 베테랑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설경구는 자신의 연기에 대해 그 누구보다 냉정한 잣대를 댔다. 캐릭터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스스로 20kg 가까운 체중감량을 했고 얼굴의 외형도 변화를 꾀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연기만 쫓아갔다”면서 여전히 자세를 낮춰다.

“수년간 비슷한 모습과 연기로 뻔뻔스럽게 영화에 출연했죠. 그러면서 관객의 피로도도 높여드리고...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고민하다 끝이나고. 그렇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어떤 연기를 해야 하나 고민을 하다 이번 작품을 만난 거죠. 쉬운 영화는 아니었어요. 병수라는 캐릭터 역시 쉽지 않았고 외적인 부분 역시 그런 고민에서 나온 결과물이었어요.”

주변의 걱정과 우려가 나올 정도로 캐릭터에 몰입했고 체중감량을 이어갔다. 설경구의 고민은 오직 ‘연쇄살인범은 어떤 얼굴을 갖고 살아갈까. 그것도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면’ 그 생각 뿐이었고 하루하루 바뀌는 얼굴을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설경구는 “감독의 지시에 집중한 작품”이라면서 “캐릭터에 대한 고민으로 잠을 설쳤고 밤새 고민했지만 답을 얻지 못했다. 때문에 더욱 감독의 말에 집중한 작품이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새벽까지 고민한 이유 중 하나가 줄넘기를 몇 시에 해야 하는지 였다”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내게 하기도 했다.

“병수는 일반적이거나 평범한 사람은 아니잖아요. 그렇다고 제 나이대의 인물도 아니죠. 정말 혼란스러웠어요. ‘연기가 연기 같아 보이면 안 되는데’ 하는 고민이 컸죠. 실체도 답도 없었어요. 연기란 그런 거 같아요. 마침표가 아닌 계속 고민해야 하는 부분인 거 같아요.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면 또 고민해야 하고. 끝도 없는 숙제인 거 같아요.”

일각에서는 ‘병수’라는 캐릭터에 대해 ‘인생캐릭터를 경신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그 만큼 설경구의 변신이 눈에 띄었고, 무엇보다 데뷔 초반 화려하게 활동했던 설경구가 결혼과 그 이후 삶에서 상당히 돌아온 듯한 ‘배우 설경구’의 삶에 있어 분명한 ‘지점’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같은 캐릭터를 또 써먹고, 또 소리 질렀죠. 초반에 많은 작품에서 달렸고 지친 부분도 사실 있었어요. 쉽게 접근한 작품도 있었고 그렇게 거의 10년을 살았죠. 그러면서 배우 삶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고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죠. ‘불한당’을 만난 후 또 다른 팬층이 생겨났고, 또 다른 배우의 삶을 살고 있는 거 같아 과분하고 감사하고 그래요. 그 힘에 또 다른 도전을 하고 싶고 즐겁고 힘든 그 작업을 계속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요. 추석이 지나고 ‘한공주’ 감독님과 한석규 천우희와 신작 작업에 들어갈 거 같은데요. 벌써부터 즐거운 고생이 기대돼요. 하하하.”

김명신 기자 (sin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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