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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김명민 "연기 본좌? 그럼 은퇴해야지"


입력 2017.08.29 08:47 수정 2017.08.30 09:32        이한철 기자

영화 '브이아이피'서 채이도 역할 맡아 열연

"연기 인생 이제 30%, 앞만 보고 달려요"

김명민은 '연기본좌'라는 항간의 평가에 손사래를 쳤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김명민은 '연기본좌'라는 항간의 평가에 손사래를 쳤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TV 보다가 내가 했던 게 나오면 바로 채널 돌려요."

배우 김명민(45)이 '연기 본좌'라는 항간의 평가에 대해 "연기를 잘 한다고 생각하면 이 바닥을 떠나야지. 모든 게 완벽하면 뭐 하러"라며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오히려 그는 자신의 연기가 어색해 눈 뜨고 보기조차 힘들다며 "그냥 연기좌"로 불러 달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선뜻 이해가 안 가는 모습이지만, 연기에 대한 그의 생각은 확고했다. "사실 연기본좌라면 송강호, 이병헌, 황정민 이런 분들이죠. 그 분들을 보면 딱 경외감 같은 게 들어요. 관객들은 그 사람들이 나오기 때문에 영화도 흥행한다고 보거든요."

그러면서 김명민은 자신이 그들과는 다르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숯덩이가 불덩이가 되는 건 희망이지만, 숯덩이가 금덩이가 되는 건 욕망이라는 게 평소 지론이다. 김명민은 "욕망은 뜬구름 잡는 것"이라며 자신의 자신이 할 수 있는 몫이 분명히 있다고 말한다.

장동건에 대해서도 "동경하는 스타, 쫓아갈 수 없는 별"이라며 자신과는 철저하게 선을 그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가장 연기를 잘 하는 배우, 작품 속에서 가장 빛나는 배우라는 사실이 바뀌는 건 아니다.

김명민은 '브이아이피'에 대해 기대했던 것보다 잘 나왔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김명민은 '브이아이피'에 대해 기대했던 것보다 잘 나왔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김명민은 지난 23일 개봉한 영화 '브이아이피'에서 채이도 역할을 맡아 종횡무진 스크린을 누볐다. 관객들은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 깊은 연기를 펼친 배우로 김명민을 꼽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

영화 개봉 후 작품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지만, 김명민은 "어떤 기획으로 어떤 의도로 만들어졌는지 잘 알기 때문에 개의치 않는다. 시나리오보다 잘 나와 마음에 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박훈정 감독의 전작 '신세계'와 전혀 다른 작품이라며 "'브이아이피'는 캐릭터물이 아니라 사건 중심의 작품이다"고 강조했다. 그렇기 때문에 배우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던 작품이었다는 게 김명민의 얘기다.

"사실 배우들은 감독이 시키는대로 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우릴 왜 부른 거야' 이런 생각이 들 정도였죠. 하지만 배우들이 이렇게 하겠다, 저렇게 하겠다 욕심을 채우려 했으면 이런 톤의 조합이 안 나왔겠죠."

김명민의 촬영 현장의 분위기메이커였다. 다소 진중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그는 호탕한 성격으로 분위기를 좌지우지한다. 심지어 장동건은 "김명민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지차이"라고 귀띔했을 정도다.

그는 장동건, 박희순 등 동료 배우들이 부산 촬영장에 내려올 때마다 감독과 함께 부산 송정의 유명 물회 집에 데려가 회포를 풀었다. 특히 장동건과의 첫 만남은 그에게도 의미가 남다른 듯했다.

배우 김명민이 영화 '브이아이피' 촬영현장의 분위기메이커였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배우 김명민이 영화 '브이아이피' 촬영현장의 분위기메이커였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SBS에서 단역을 전전하고 있던 김명민이 20여 년 전 처음 만났던 장동건은 이미 톱스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김명민도 장동건 못지않은 톱배우 반열에 올라 있다. 그렇기에 감회가 남다른 듯했다.

"동경의 대상이었던 톱배우랑 상견례를 한다고 했을 때 소개팅도 아닌데 떨리고 설렜어요. 물회를 먹으면서 드디어 호칭 문제를 정리했죠. 좋은 친구를 얻어 좋아요."

연기 인생에 유독 굴곡이 많았던 그에게 다시 내리막길을 걸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은 없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그는 "옥신각신 할 필요가 있느냐"며 "최선을 다해 하다가 안 되면 평소 꿈이었던 사업을 하고 싶다. 사업에도 자신이 있다"며 깔깔 웃었다.

"연기자는 절대 옆을 봐선 안 돼요. 무조건 앞을 보고 가야 돼요. 후배가, 혹은 자신보다 밑에 있다고 생각한 동료가 자신의 옆을 지나 앞으로 가는 모습을 보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미 진 거예요. 인생을 1Km 달리기라고 치면 이제 300m 달리는 건데 지금 앞서고 뒤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김명민은 "나 자신을 다그치면 안 된다"며 작품 흥행이나 상에도 욕심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더 많은 작품, 더 다양한 연기가 가능한 것처럼 느껴졌다. 김명민의 브레이크 없는 연기 인생이 기대되는 이유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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