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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정상훈 "데뷔 20년, 칭따오 넘어 대세 됐죠"


입력 2017.08.31 08:43 수정 2017.09.01 17:57        부수정 기자

JTBC '품위있는 그녀'서 안재석 역 맡아 인기

"개그 이미지, 연기력으로 깨부수려 노력"

배우 정상훈은 JTBC '품위있는 그녀'에 대해 "참여한 것만으로도 기뻤다"고 말했다.ⓒJTBC 배우 정상훈은 JTBC '품위있는 그녀'에 대해 "참여한 것만으로도 기뻤다"고 말했다.ⓒJTBC

JTBC '품위있는 그녀'서 안재석 역 맡아 인기
"개그 이미지, 연기력으로 깨부수려 노력"


"이런 인터뷰 자리가 정말 신기해요. 하하."

대세로 떠오른 정상훈(38)은 얼굴에 함박웃음이 가득했다. 최근 종영한 JTBC '품위있는 그녀'에서 우아진(김희선)의 남편 안재석 역을 맡은 그는 딸의 미술 선생님 성희(아태임)와 바람을 피운다. 나쁜 짓은 다 하고 다니는데 이상하게 밉지가 않다.

바람피운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한 채 "내가 뭘 잘못했냐"며 토로하는 재석은 참 한심한 캐릭터다. '한량' 재석은 정상훈의 맛깔나는 연기에 힘입어 생생하게 날아올랐다.

이 드라마로 배우로서 존재감을 뽐낸 정상훈은 영화 '로마의 휴일'(8월 30일 개봉)을 통해 첫 주연을 꿰찼다. 이렇게 시기가 잘 맞아떨어질 수 있을까.

28일 서울 이태원동에서 만난 정상훈은 "이렇게 잘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웃은 뒤 "작품이 재밌으면 성공한다는 걸 이번 작품을 통해 깨달았다"고 밝혔다.

요즘 인기를 실감 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정말 실감한다"며 "이런 인터뷰를 하게 될지도 몰랐고, 연예 프로그램에도 나가게 됐다. 예전엔 젊은 분들만 알아봐 주셨다면 이젠 더 많은 분이 많이 알아봐 주신다"고 웃었다.

정상훈은 재석을 밉지 않게 연기해 호평을 얻었다. '밉상 연기'에서는 최고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와 친한 동료인 조정석은 드라마를 본 후 "형, 대박이야. 이런 연기는 형밖에 못 할 것 같아!"라는 반응을 전했단다.

조정석을 가장 좋아하는 동생으로 꼽은 정상훈은 "연기를 잘하는 배우를 보면 배우게 되는데 정석이는 내게 그런 존재"라며 "이번 드라마를 통해 형으로서 뭔가를 보여주고 싶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JTBC '품위있는 그녀'를 마친 정상훈은 "요즘 인기가 실감난다"고 웃었다.ⓒJTBC JTBC '품위있는 그녀'를 마친 정상훈은 "요즘 인기가 실감난다"고 웃었다.ⓒJTBC

주변 반응도 뜨거웠다. 동네 주빈들이 "아내 걱정돼", "장모님이 싫어하지 않냐"고 했다고. 아내는 한 발짝 물러나서 정상훈의 연기를 평가한단다.

정상훈은 김윤철 감독과의 미팅 자리에서 바로 캐스팅됐다. 김희선, 김선아 등 유명 배우와 함께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는 그는 "이런 드라마에 출연하게 된 것 자체가 기쁘다"며 "내가 생각해도 대본 리딩 때 잘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영화 개봉도 앞둔 그는 드라마와 영화를 병행하며 촬영했다. 낮에는 드라마, 밤에는 영화 촬영에 매진했다.

최근 열린 언론 시사회를 통해 본 영화에 대해선 꽤 만족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최근 자신의 이름을 매일 검색한다고 고백했다. "잘 되려고 하니깐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기네요. 하하. 매일 기사를 검색하는데 '품위녀 대세 배우, '정상훈의 도약의 끝은 어디인가', '대세 연기', '양꼬치엔 칭따오는 이제 가라' 등의 문구를 읽을 때마다 뿌듯해요. 댓글도 잘 안 보는 편인데 '연기 참 잘한다'는 댓글을 봤는데 기분이 좋더라고요."

사실 정상훈 하면 떠오르는 건 '개그 이미지'다. 방송 전에는 정상훈이 안재석을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도 나왔다. 그는 "개그 이미지를 연기로 깨고 싶었다"며 "그래서 더 열심히 했고, 5~6부 접어들면서 날 캐스팅한 건 '신의 한 수'라는 의견을 접했다. 첫 대본 연습 때 여러 우려를 연기를 날려버렸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안재석은 독특한 재벌 2세 캐릭터다. 그는 성형외과의사 지인을 떠올리며 캐릭터를 잡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척 눈을 껌뻑거리는 게 대표적 예다. 대사를 뱉을 때도 한 템포를 쉬고 연기했다.

JTBC '품위있는 그녀'를 마친 정상훈은 "상대 역 김희선 씨와 호흡은 정말 좋았다"고 밝혔다.ⓒJTBC JTBC '품위있는 그녀'를 마친 정상훈은 "상대 역 김희선 씨와 호흡은 정말 좋았다"고 밝혔다.ⓒJTBC

한심한 재석을 공감했냐고 물었더니 "처음엔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었다"며 "재석은 주위에 옳고 그른 걸 얘기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그렇게 자란 거다. 그래서 자기 생각이 옳다고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상훈의 캐스팅은 김희선의 추천으로 이뤄졌다. 김희선의 인터뷰를 통해 소식을 접한 그는 "희선 씨와 호흡한다는 얘기를 듣고 무조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호흡도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둘이 호흡하면서 시너지가 났어요. 거의 모든 신은 엔지 없이 촬영했답니다."

철없는 재석도 딸 앞에선 어쩔 수가 없었다. 극 중 딸과 피자 먹으면서 직은 장면에선 펑펑 울었다고. 바보 같은 아빠 때문에 딸이 고생하는 걸 처음 깨달은 장면이었단다. 딸의 잣대로 처음으로 세상을 바라봤다.

1998년 SBS 시트콤 '나 어때'로 데뷔한 정상훈은 '목포는 항구다'(2004), '전설의 고향'(2007) 등 드라마와 영화에 조연에 출연했고, '스팸어랏', '젊음의 행진', '오케피' 등 주로 뮤지컬 무대에서 활약했다. 긴 무명을 겪던 그는 신동엽의 추천으로 출연한 tvN 'SNL 코리아'에서 '양꼬치엔 칭다오'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내며 화제가 됐다.

올해 데뷔 20년 차를 맞은 그는 "견딜 수 있을 만한 힘이 있으면 견디게 된다"며 "직업을 사랑하면 된다. 돈 없어서 알바를 두 탕, 세 탕 뛰어도 버틸 수 있었던 건 연기를 사랑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대학로에서 활약하고 있는 친구들이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JTBC '품위있는 그녀'를 마친 정상훈은 "변치 않는 열정으 보여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JTBC JTBC '품위있는 그녀'를 마친 정상훈은 "변치 않는 열정으 보여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JTBC

그러면서 그는 "매일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던 시절이 정말 힘들었다"며 "이렇게 잘 되고 뒤돌아보니 과거의 기억이 좋게 남아 있다. 예전에 자기 전엔 매일 카드값 걱정하면서 잤는데 지금은 아이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잠을 청한다"고 했다.

그에게 'SNL 코리아'는 어떤 의미일까. '학교'라는 답이 돌아왔다. "지칠 때마다 가면 활력소가 생겨요. 생방송이라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촬영하거든요. 심지어 생방 직전에 주인공이 바뀌기도 해요. 연습할 시간조차 없는데 어떻게든 찍게 돼요. 순발력, 즉흥 연기, 아이디어 등 많은 걸 배워요."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잠시 돌아본 그는 "이 정도면 잘 걸어오지 않았나 싶다"며 "다시 대학로로 간 건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배우는 매일 검증받아야 하는 직업입니다. 대학로에 있으면서 매일 연기에 매진하다 보니 많은 걸 배웠어요."

마흔두 살까지 잘 안되면 요리 실력으로 장사를 하려고 했으나 우연히 '양꼬치엔 칭따오'로 이름을 알렸고, 이후 육아 책도 출간했다. 이어 tvN '꽃보다 청춘-아이슬란드' 출연해 광고 두 편도 찍었다. '덕혜옹주' 출연은 조승우와 함께한 '맨 오브 라만차' 무대 중 영화 관계자의 눈에 띄어 하게 됐다. 이후 여기까지 오게 됐다.

좋은 일을 연달아 겪은 배우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참 신기해요. 어디에서 어떤 기회가 찾아올지 모르는 게 인생입니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해요. 끄나풀이 동아줄이 되기도 하거든요. 에너지 넘치면서, 변함없이 꾸준히 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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