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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제약사' 도입 첫 발…필수약 정책 도마 오르나


입력 2017.08.24 06:00 수정 2017.08.24 05:22        손현진 기자

권미혁 민주당 의원, 공공제약사 설립안 발의…용역 연구 착수

업계선 "효율성 낮아…약가 현실화 논의가 더 발전적"

기초수액을 만드는 모습. ⓒJW중외제약 기초수액을 만드는 모습. ⓒJW중외제약

정부가 국가 필수의약품을 공급할 '공공제약사' 설립 연구에 착수했다. 필수약 공급을 안정화한다는 취지에는 공감대가 이뤄지고 있지만, 제약업계에서는 이미 필수약을 생산하고 있는 민간 제약사의 현실을 도외시한 비효율적인 제도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2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1일 '국가필수의약품 공급 및 관리를 위한 공공제약 컨트롤타워 도입 세부 실행방안'에 대한 연구 용역 착수 보고회가 진행됐다. 연구 용역 기관으로는 지난 두 차례 입찰에서 유일하게 응모한 권혜영 목원대 의생명보건학부 교수팀이 선정됐다.

이번 연구는 오는 11월 30일까지 진행되며, 12월 중 최종 보고서가 나올 예정이다.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 공공제약사 설립에 중점을 둔 '국가필수의약품의 공급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정부가 공공제약사를 설립하려는 것은 필수의약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다. 필수의약품은 환자 치료나 공중보건위기 대응에 꼭 필요한 제품을 말한다. 신종 인플루엔자 치료제인 '자나미비르 캡슐제'를 포함한 126개 제품이 '국가 필수 의약품'으로 등재돼 있다. 이를 생산하려면 설비 투자가 필요하지만 수익성이 낮아 대다수의 민간 제약회사들은 취급을 꺼리는 편이다.

그러나 제약업계에서는 공공제약사 설립이 올바른 대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필수의약품을 생산하고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특정 업체에 위탁을 맡기든 정부가 직접 생산에 나서든,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한 필수약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제약사별로 이미 상이한 설비를 갖추고 있는데 굳이 국가가 별도로 공장을 확보한다는 것은 효율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필수의약품이 다량 사용되는 병원 치료실 모습. (자료사진) ⓒ데일리안 필수의약품이 다량 사용되는 병원 치료실 모습. (자료사진) ⓒ데일리안

정부는 또 공급이 중단되면 국민건강에 위험이 생길 우려가 있는 필수 치료제 760여개를 '퇴장방지 의약품'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제약사가 임의로 생산을 중단할 수 없는 대신 원가 보전을 위한 정부의 지원금이 부여된다.

그러나 최근 퇴장방지 의약품에 대한 지원 기준까지 강화됐다. 이달 말 시행을 앞둔 '약제의 결정 및 조정기준 일부 개정안'을 살펴보면, 앞으로 퇴장방지 의약품 중에서 전년도 연간 보험청구액이 40억원 이상인 품목은 3년간 제조원가를 보전 받지 못한다.

다만 원가 보전이 막혀 의약품 생산중단의 위기에 처했을 경우, 업체의 신청에 따라 3년간 다시 혜택을 준다.

이에 대해 주요 제약사 관계자는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약이라면 규제를 강화하는 게 맞지만 그게 아니지 않느냐"며 "품목에 따라 제조업체가 딱 1~3곳에 불과한 경우도 있는데 필수약 생산 환경을 더 보장해주지는 못할 망정 지원금 상한선을 둔다는 게 옳은 일이냐"고 지적했다.

아울러 "필수의약품은 수익성이 굉장히 낮은데도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뜻에서 공급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 정부가 공공제약사를 설립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수익성이 없어서 업체들이 의약품 생산을 기피한다면 새로운 기관을 설립할 게 아니라 약가 현실화 측면으로 접근하는 게 오히려 더 발전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연관 부처들 역시 필수의약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공공제약사 설치에는 선뜻 동의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 석영환 수석전문위원의 검토 의견서에 따르면 복지부와 식약처, 국무총리까지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손현진 기자 (sonso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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