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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톱' NH투자증권, 사장 연봉 인상률도 톱(?)


입력 2017.08.24 06:00 수정 2017.08.24 06:23        부광우 기자

상반기 급여만 8억, 전년比 22.5%↑…회사 실적 개선 과실 '한 아름'

직원들은 1년 새 200명 '아웃'…"밥값 못 한다" 김 사장 일갈 현실로

남 얘기 같지 않은 증권맨들의 씁쓸한 마음…솔선수범 아쉬움 목소리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의 올해 연봉이 가장 강력한 구조조정과 맞물려 눈에 띄게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의 올해 연봉이 가장 강력한 구조조정과 맞물려 눈에 띄게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의 올해 연봉이 회사 실적 개선에 힘입어 가장 두드러진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증권가에서 가장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한 직후 주어진 과실이라는 점에서 개운찮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일각에서는 리더로서 고통 분담에 동참하는 솔선수범의 자세가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4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김 사장이 회사로부터 받은 급여는 총 7억9400만원으로 전년 동기(6억4800만원) 대비 22.5%(1억4600만원) 증가했다. 김 사장의 이 같은 급여 증가율은 국내 주요 대형 증권사들 가운데 두드러진다.

실제 자기자본 기준 국내 상위 5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상반기 급여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것은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었다. 같은 기간동안 19억9467만원에서 24억5233만원으로 22.9%(4억5766만원) 늘었다.

반면 윤경은 KB증권 사장의 경우 오히려 23억5100만원에서 5억1700만원으로 78.0%(18억3400만원) 급감했다. 지난해 상반기와 올해 상반기에 받은 보수가 모두 5억원 미만으로 상세 액수가 공개되지 않은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과 지난해 11월에 미래에셋대우의 CEO가 돼 증감률 비교 대상이 없는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김 사장의 급여가 불어난 것은 성과급에 기인한다. 김 사장의 상여금은 6억1700만원으로 같은 기간(4억8300만원) 대비 27.7%(1억3400만원)나 증가했다. 기본급은 1억5900만원에서 1억6500만원으로 3.8%(600만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밖에 복리후생비도 600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증가했다.

NH투자증권은 김 사장의 늘어난 성과급 뒤에 회사의 실적이 자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 우수한 실적을 내면서 회사 발전에 기여한 점을 고려, 올해 상반기 김 사장에게 지난해 즉시지급 성과급과 2013~2015년 장기이연 성과급을 지급했다는 입장이다.

실제 NH투자증권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9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0% 급증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 역시 전년 대비 10.3% 증가한 2362억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회사의 사정은 나아졌지만 직원들은 오히려 회사를 떠나야 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NH투자증권의 정규직 직원 수는 2238명으로 전년 동기(2439명) 대비 8.2%(201명) 감소했다.

이 같은 NH투자증권의 직원 감소폭은 그 수와 비율 모두 국내 자산 기준 10대 증권사 가운데 가장 큰 것이었다. 김 사장처럼 NH투자증권 직원들의 평균 급여도 올해 상반기 5400만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4800만원) 12.5%(600만원) 늘었다고는 하지만, 그 뒤에는 일자리를 잃은 상당수 직원들의 희생이 감춰져 있는 셈이다.

다른 대형 증권사들도 대부분 정규직 규모를 줄이긴 했지만, 감소율을 살펴보면 ▲KB증권 5.0%(110명) ▲삼성증권 2.9%(59명) ▲하나금융투자 2.7%(29명) ▲한국투자증권 1.9%(36명) ▲미래에셋대우 1.6%(65명) ▲대신증권 1.1%(14명) ▲유안타증권 0.5%(8명) 등으로 NH투자증권보다는 낮았다. 메리츠종금증권과 신한금융투자의 정규직 수는 오히려 각각 8.2%(32명), 3.9%(69명) 증가했다.

김 사장은 일찌감치 이 같은 변화를 예고하며 조직 내 긴장감을 불어넣은 바 있다. 그는 지난해 4월 사내 게시판에 자산관리 사업부 영업직원 3분의 1 정도는 자신의 인건비만큼의 수익도 올리지 못하고 있다며, 인원을 줄이지 않으면 경쟁력이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글을 올려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같은 NH투자증권의 현실을 두고 증권가에서는 남 얘기 같지 않다는 말도 나온다. 영업 효율 개선을 위한 인력 조정이 빈번할 수밖에 없는 직종이라고는 하지만, 직원을 줄이는 과정에서 회사 실적이 나아졌다며 급여를 더 올려 받는 CEO의 모습이 과연 적절하게 비춰질 수 있겠냐는 시선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김 사장은 NH투자증권 대표에 선임될 당시만 해도 인위적 구조조정을 실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는데 현실은 말과 달랐던 셈"이라며 "아무리 회사 실적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안 그래도 눈에 띄는 고액 연봉을 받는 증권사 경영자들이 식구들을 내보내는 상황에서도 더 많은 급여를 받는 현실은 증권맨으로서 씁쓸하게 느껴지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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