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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의 정상화가 시작되었다


입력 2017.08.24 05:15 수정 2017.08.24 13:30        최준선 교수

<칼럼> 박근혜 정부 ‘제2 한강 기적’ 추진했지만 좌절

문재인 정부 달콤한 복지...국가 미래 위험에 빠질수도

‘비정상의 정상화’는 박근혜 정부에서의 핵심 국정 과제 중 하나였다. 우리 사회에 잘못된 관행으로 굳어진 비정상적인 행태들을 뜯어고치겠다는 취지로 2013년 말 정부가 ‘비정상의 정상화 80개 개선과제’를 선정, 발표하였다. 국민들도 공감했고 지지했다.

어느 나라 못지않게 한국에도 비정상적인 일이 더러 있다. 가장 황당한 것은 법률이다. 주식회사의 감사 선임에 있어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한다든지, 경제력의 일반집중을 규제한다든지, 불효자도 부모 재산 물려받는다든지, 권리금이 법률로 보장된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이런 비정상적인 제도는 그러나 지난 정권에서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새 정권에서도 개선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유일하게 비정상이 정상화될 조짐이 보이는 것이 한 가지 있다. 그 비정상이란 이제까지의 고도 경제성장이고, 정상화될 조짐이란 지금부터 성장률이 보통 수준으로 하락할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다. 1951년 한국의 1인당 소득은 1990년 가격 기준으로 볼 때 787달러에 불과했다. 아프리카 대륙 53개국의 평균 912달러에도 못 미쳤다. 한국전쟁 후 1956년부터 1961년까지 미국은 공법(PL) 480조를 근거로 한국에 무상원조를 실시했다. 한국 한 나라가 아프리카 대륙 전체보다 더 많은 원조를 미국으로부터 받았다(이영훈 교수). 그때나 지금이나 꼭 어긋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미국의 원조 때문에 한국 경제가 미국에 종속된다”고 반미(反美)를 선동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의심의 여지없이 원조는 한국민을 기아에서 해방시켰고, 원조가 일으킨 공업을 기반으로 한국은 1970년대부터 거의 40여년간 초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한강의 기적이라 한다. 기적이란 바로 비정상적인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이제는 정상으로 돌아갈 일만 남았다. 토드 부크홀츠는 그의 저서 ‘다시, 국가를 생각하다’에서 번영을 누렸던 국가의 후유증으로 저출산과 복지병을 꼽았다. 좋은 시절이 지나면 정부가 빚 늘리는 데 앞장선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근로의지가 줄고 세금에 의지해 살려는 경향이 커진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은 부크홀츠가 분석했던 그대로 흘러간다. 공무원과 준공무원인 공기업 직원을 수십만 늘려서 청년 실업자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시행하며, 최저임금을 획기적으로 인상하고, 근로시간을 단축하며, 최상위계층에 징벌적 과세를 단행하고, 대안 없는 원전 폐기를 추진하며, 미용과 성형 외에는 모든 질병은 건강보험의 범위 내에서 해결하고, 통신비를 인하하며,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하고, 소득 하위 70%의 노인(만 65세 이상)에게 주는 기초연금을 월 25만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꿀처럼 달콤한 이 공짜 시리즈의 물주(物主)는 누구인가? 기업과 고소득 봉급자이다. 그들에게 법인세와 소득세 폭탄을 투하하고 기업 이익률을 줄여 메울 수밖에 없다. 결국은 성장을 위한 미래의 재원을 끌어다 탕진한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당연히 해외 이전을 검토할 것이고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고용을 덜하면 결국 산업의 공동화가 우려된다.

셀 수조차 없는 규제와 간섭, 기업총수의 감옥행, 준조세, 고율의 법인세와 반기업정서의 와중에서 기업이 계속 성장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를 바란다는 것은 누가 봐도 망상이다. 박근혜 정부는 ‘제2 한강의 기적’을 추진했지만 좌절되었고, 현 정부에서 기적은 바랄 수 없게 되었다. 이젠 침체상태로 복귀하는 것이 오히려 정상이다.

지금 정부의 지지도가 상당히 높다. 현 정부 100일간 가장 잘 한 일은 복지로, ‘문재인 케어’가 67.9% 찬성이라 한다. 그러나 달콤한 복지가 국가의 미래를 위험에 빠뜨릴까 걱정이다. 내년도 예산 증가폭이 올해의 2배이며, 복지에만 140조를 쓰기로 했고, 2050년대에는 복지가 국가예산의 70%를 차지할 것이라 한다. 내년 국가채무는 700조가 넘게 된다고 한다.

부크홀츠의 책 1부 주제는 ‘분열의 원인’이고 2부는 ‘리더의 자격’이다. 위대한 리더란 다가올 미래를 합리적으로 예측하여 분열과 불안을 극복하고 국민을 올바른 길로 인도할 줄 아는 사람이다. 글/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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