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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수교 25주년] 북핵 해법 이견…한 "핵동결이 입구" VS 중 "쌍중단"


입력 2017.08.23 05:56 수정 2017.08.23 11:14        하윤아 기자

북핵 평화적 해결에는 '공감대', 한미연합훈련 중단에는 '입장차'

한·미 한목소리로 '중국 역할론' 강조…중 '미국 책임론'으로 반박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7월 6일 오전(현지시간) 베를린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7월 6일 오전(현지시간) 베를린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반도를 넘어 동아시아의 최대 현안이 되고 있는 북핵문제는 수교 25주년을 앞두고 있는 한국과 중국이 함께 풀어나가야 할 외교적 난제이자 숙제다. 북한과 지정학적으로 맞닿아 있는 두 국가는 현재 큰 틀에서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세부적인 해법에서는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 북핵문제에 있어 단계별·포괄적 접근법과 '핵 동결 입구론'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 6월말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전용기 내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핵 동결이 대화의 입구이고 그 대화의 출구는 완전한 핵 폐기"라며 북핵 해결을 위한 2단계 해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가장 이상적인 것은 '원샷'으로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 한반도 평화체제가 한 번에 이뤄지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핵 동결을 핵 폐기를 위한 대화의 입구라고 생각하면 핵동결에서 핵 폐기에 이를 때까지 여러 가지 단계에서 서로가 '행동 대 행동'으로 교환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 동결을 시작으로 단계별 이행 과정에서 북한의 조치를 철저히 검증하고, 한국과 미국이 조율을 거쳐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나가 궁극적으로 핵무기와 핵물질을 폐기하는 단계에 이르게 하겠다는 것이다.

2016년 3월 12일 오후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송라면 독석리 해안에서 한·미 해병대 병력들이 2016 연합상륙훈련인 쌍룡훈련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2016년 3월 12일 오후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송라면 독석리 해안에서 한·미 해병대 병력들이 2016 연합상륙훈련인 쌍룡훈련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북핵 평화적 해결에는 '공감대', 한미연합훈련 중단에는 '입장차'

중국 역시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북핵 해법으로는 '쌍중단'(雙中斷, 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연합 군사훈련 동시 중단)'과 '쌍궤병행'(雙軌竝行, 북한 비핵화와 평화협정 동시 진행)을 주장하고 있어, 각론에서는 한국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실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최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제7차 동아시아 정상회의 외무장관회의에서도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북핵 문제의 핵심은 안보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며, 중국이 제안한 '쌍중단'만이 시급한 안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아울러 외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6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후 열린 첫 미중 외교안보대화에서 미국이 한반도에서 군사력을 감축하는 대가로 북한이 핵·미사일 시험을 동결하는 내용의 협상을 개시할 것을 제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미국은 현재까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중국이 제시해온 '쌍중단'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한국 정부 내에서도 중국의 '쌍중단' 구상과 비슷한 맥락의 발언이 나와 한동안 논란이 일기도 했다. 대통령 외교안보통일 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가 방미 도중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의 한반도 전략자산과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고 발언해 국내외에서 파장이 인 것.

청와대는 즉각 "대통령과 사전조율은 없었다"며 문 특보에게 '엄중한 경고'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후 문 대통령도 문 특보의 발언과 관련, "교수로서 개인적 의견을 말한 것으로, 일단 우리가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가진 입장은 북한의 핵 동결과 한미 군사훈련은 연계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북한이 7월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북한이 공개한 '화성-14'형 미사일 시험발사 장면. 노동신문 캡처. 북한이 7월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북한이 공개한 '화성-14'형 미사일 시험발사 장면. 노동신문 캡처.

한·미 한목소리로 '중국 역할론' 강조…중 '미국 책임론'으로 반박

이밖에도 한국과 중국은 북핵 해결과 관련한 '중국 역할론'에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미국과 한목소리로 북핵 문제의 진전을 위한 중국의 역할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이 가장 큰 대북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북핵 해결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 같은 한미 양국의 입장은 지난 7월 한·미·일 공동성명에도 담겼다. 3국 정상은 사상 첫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과 국경을 접한 국가들이 북한에게 현재의 위협적이고 도발적인 길을 포기하고 즉각 비핵화 조치를 취할 것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할 것을 설득하는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중국은 "북핵 해결을 위해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중국 역할론'을 반박하고, 오히려 '미국 책임론'을 주장하고 있다. 실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앞서 G20 정상회의 계기 한중정상회담에서 국제사회가 중국의 노력 부족을 지적하는 데 대해 불만을 표하면서 '북핵문제는 북미 문제로 파악해야 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중국이 주한미군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북핵문제 해법 등에서도 인식차를 보이고 있어 앞으로도 경색된 한중관계의 돌파구를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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