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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의 충고를 문 대통령이 제대로 실천하고 있나


입력 2017.08.19 08:30 수정 2017.10.16 10:06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김대중의 길'을 따르겠다는 문 대통령의 오판

안보 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김정일에 속은 DJ의 교훈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8월 18일은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8주기였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여야 지도부가 대거 추모식에 참여했다. 전날 취임 100일을 기념해 기자회견을 했던 문 대통령의 메시지가 특히 관심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아무리 먹구름이 몰려오더라도 한반도 역사에 새겨진 ‘김대중의 길’을 따라 남북이 다시 만나고 희망이 열릴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적어도 남북관계에서 ‘김대중의 길’을 가겠다고 다짐했다. 그것이 ‘전쟁불가’와 ‘한반도 운전대론’이다. 그러나 ‘김대중의 길’을 가기에는 걸림돌이 너무 많다. 상황도 그때와는 너무 다르다. 게다가 문 대통령은 여러모로 DJ와 차이가 많다.

상황의 차이가 크다. 그 때는 북한이 핵개발을 하는 초기였다. 국제사회가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자신할 때였다. 반면 지금은 핵미사일이 완성단계다. 북한은 이미 개발했다고 한다. 완성된 핵미사일로 미국 본토를 공격하겠다고 큰소리를 친다. ‘서울불바다론’은 물론이다.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가 된 것 같다. 전쟁을 회피하기 위한 최선의 시나리오는 마지막 단계인 ‘확인’을 유예하고, 핵동결로 마무리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그 이후에 언제든지 큰소리치며 화룡점정을 찍겠다고 엄포를 놓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북핵의 노예로 전락할 위기다. 이렇게 그때와 지금 상황은 ‘천양지차’다.

개인차도 있다. DJ는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이란 명언을 남길 정도로 ‘이상과 현실의 조화’를 추구했다. 그래도 김정일에게 속았다. 임기 말에 이를 뼈아프게 생각했다고 출입기자들은 전한다. 모든 정치인은 기본적으로 ‘낙관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기존에 없던 새로운 발상을 보일 수 있고, 비젼을 말 할 수 있다. 단순 관리자인 공무원과는 다른 덕목이다. 그러나 ‘낙관성’ 못지 않게 냉철한 현실인식을 갖아야 한다. 그래야 수많은 국민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 그래야 지속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양자의 조화’면에서 DJ에 미치지는 못하는 것 같다. 적어도 그의 길지 않은 정치인생에서 둘을 조화시켜 성과는 낸 적은 많지 않았다. 선거에서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극적 말로를 보면 그것만으로는 많이 부족하다.

주관적 낙관성과 객관적 현실성에 관한 실험적 연구가 있다. (유명대학의 논술고사에도 인용될 정도니 공신력은 있을 것이다.) 참고해 볼만 한 내용이다. 낙관성의 높고 낮음, 현실성의 높고 낮음을 조합해 네 그룹을 구성하고 이 그룹을 대상으로 연구를 했다. 연구집단의 성적을 향상시키는 성취도를 조사한 것이다. 현실성이 높을 때 낙관성이 높으면 가장 성취도가 좋았다. 다음은 현실성은 높고 낙관성이 낮은 집단이었다. 세 번째는 현실성인 낮고 낙관성도 낮은 경우였다. 꼴지가 현실성이 낮고 낙관성이 높은 경우였다.

기본적으로 현실성이 높은 집단이 성취도가 높았고, 그 중에서도 낙관적인 사람들이 더 좋았다. 그러나 현실성이 낮으면 낙관성은 성취도에 반대로 작용한다. 최악의 경우가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현실을 모르고 낙관적인 사람 집단’이 가장 위험해 지는 것이다.

DJ는 현실성도 높고 낙관성도 높은 사람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북한에 속아 노벨평화상을 자랑할 수 없게 됐다. 그 때 햇빛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보낸 돈이 이제 핵위협으로 국민들을 괴롭히는 지경이 됐다. 문 대통령은 낙관성은 DJ만큼 높다. 그러나 현실성은 많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냉철하지 못하다. 그래서 줄 곧 북에 끌려 다니며 스스로 ‘외톨이의 길(문재인 패싱)’을 자초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김대중의 길’을 추구하겠다는 의지는 나름 높이 살 수 있다. 그러나, 그 결과가 DJ보다 좋을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그가 말했듯 지금은 ‘6.25이후 최대의 위기’고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일도 없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한반도와 대한민국은 정체절명의 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현실을 외면하고 ‘정신승리’에 집착하면, 이제 더 이상의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

그리스 철학자 데모스테네스(BC. 4세기 경)는 “자기를 속이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은 없다. 우리는 바라는 것을 쉽게 믿어버리고 만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그리고 한마디 더 붙이겠다. 리더가 (보통사람같이) 자기를 속이고 바라는 것을 믿어버리면 구성원 모두가 위기에 처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말했다. "당신(DJ)이 하셨던 말이 생각난다.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 발전하는 역사에서 김대중이라는 이름은 항상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을 뒤집어 생각해 보자. 문 대통령이 교훈을 삼지 않고 무분별하게 ‘김대중의 길’을 쫒는다면, ‘인생은 비참하고, 역사는 퇴보할 것이다. 퇴보하는 역사에서 그의 이름이 항상 기억될 것’이다.

글/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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