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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마아파트 재건축, 왜 49층 고집하다 퇴짜 맞았을까?


입력 2017.08.18 06:00 수정 2017.08.18 05:58        박민 기자

서울시 도계위, '49층 고수' 은마 재건축 정비안 이례적 '미심의'

"주거지역 35층 높이 기준 지켜야 정비계획안 심의 가능"

서울시는 지난 16일 제 14차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은마아파트 정비계획안이 49층 고수 등으로 이례적인 미심의 결정을 했다고 17일 밝혔다.ⓒ연합뉴스 서울시는 지난 16일 제 14차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은마아파트 정비계획안이 49층 고수 등으로 이례적인 미심의 결정을 했다고 17일 밝혔다.ⓒ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재건축 대장주로 꼽히는 대치동 '은마아파트' 정비계획안'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에서 논의 조차 되지 못하고 퇴짜를 맞았다. 지난 16일 열린 제14차 도계위에 상정했지만, 이례적으로 '미심의' 결정을 받은 것이다.

최고 49층 재건축을 추진 중인 은마아파트가 '미심의' 결정을 받은 것은 크게 2가지 측면으로 해석된다. 하나는 주거지역에 대한 '35층 높이 기준' 룰을 적용하겠다는 시의 입장이 확고하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론 '미심의' 결정을 내린만큼 요건만 맞춰서 수정해 온다면 언제든 심의는 열려릴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재 서울시는 '2030 서울플랜' 기준에 따라 3종 일반주거지역 내 아파트에 대해서는 최고 35층 이하로만 지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수차례 "서울플랜 2030은 시민들과 함께 오랜 기간에 걸쳐 만든 헌법과도 같은 것"이라며 "최상위 법정도시계획"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은마아파트 조합은 기존 14층 높이 4424가구의 아파트를 철거해 최고 49층 6054가구로 재건축하는 계획을 내세우며 시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서울의 랜드마크가 될 정도로 디자인이 특화된 건축물은 층수를 상향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 맞서는 모양새다.

시에 반발하는 또 다른 이유는 사업성이다. 좁은 대지면적과 수익성을 감안하면 49층 건립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초고층으로 동간 간격을 넓혀야 주민 편의는 물론 일대 아파트 단지의 조망권까지 확보된다는 이유에서다.

은마 측에서 이러한 이유로 최고 49층을 고집하고 있으며, 시는 도계위에 상정하기 이전인 지난 2015년 12월부터 수차례 관련부서 사전협의를 진행해 왔다. 그러나 추진위측과 입장차를 좁히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 결국 심의 안건으로 올렸지만 미심의 결정에 이른 것이다

도계위 관계자는 "은마아파트 재건축 정비사업은 동남권의 대표적인 재건축단지로 타 재건축 단지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한 단지로 보고 있다"면서 "이번 계획안은 우리시 높이기준(최고 35층 이하)에 불부합하고, 차량·보행통로계획과 공공 기여도 부족해 정비계획(안)을 심의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도계위는 '부결' 결정이 아닌 '미심의' 결정을 내려 은마아파트 측에 선택의 기회를 남겼다. 부결 결정이 될 경우 동일 안건에 대해서는 5년간 심의가 불가능하다. '부결'이 아닌 '미심의' 결정을 내림으로써 '35층 기준에 맞춘 계획안을 다시 가져오라'는 의견을 우회적으로 전달한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특히 8.2부동산 대책으로 최근 강남권 재건축 시장이 순간 급냉한 상황이다. 실제 대책 발표 직후 은마아파트도 1억원 넘게 떨어진 급매물이 등장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사업초기 단계부터 시가 고강도의 제동을 걸 경우 다른 사업장에도 위축 여파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내년부터 재건축을 통해 얻는 이익금의 일정 금액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시행되고, 서울 강남 4구 등 투기지역으로 묶인 곳은 조합 설립 이후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 양도세 중과 등 겹겹의 규제를 받게 된다. 이에 사업성이 현재보다 더욱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앞으로 은마아파트 추진위가 49층 높이를 그대로 고수할 것인지, 아니면 서울시의 기준을 받아들여 35층 이하로 수정할 것인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극단적인 경우 당장 진도를 빼지 않고, 사업성이 보장될 때까지 아예 시간을 두고 기다리자는 의견도 주민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박민 기자 (myparkm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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