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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져가는 부담’ 양현종 바라보는 KIA 속내


입력 2017.08.16 08:48 수정 2017.08.16 09:05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올 시즌 지출 줄이기 위해 단기 계약

잔류 시 엄청난 규모 연봉 보장해야

양현종의 1년 계약은 선수 입장에서 최고의 선택으로 기억될 전망이다. ⓒ 연합뉴스 양현종의 1년 계약은 선수 입장에서 최고의 선택으로 기억될 전망이다. ⓒ 연합뉴스

FA 계약을 맺은 선수가 엄청난 활약을 펼친다면 팀 입장에서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

올 시즌 KIA 타이거즈가 그러한 예다. KIA는 지난 겨울 최형우를 4년간 100억 원에 데려온데 이어 내부 FA였던 양현종과 나지완을 모두 붙잡는데 성공했다.

이들과의 계약은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전반기 뜨거운 불방망이를 휘둘렀던 최형우는 유력한 시즌 MVP 후보로 거론 중이며, 나지완도 자신의 몸값 이상의 가치를 실현시키고 있다.

KIA의 승승장구 요인 가운데 하나인 양현종도 빼놓을 수 없다. 15일 NC전에서 승리를 챙긴 양현종은 시즌 17승으로 다승 부문 단독 선두를 내달리고 있다. 2위인 팀 동료 헥터(15승)와도 격차를 보이기 시작했고, 3~5위군인 투수들과는 5승 이상 차이가 난다.

개인 최다승(16승) 기록을 갈아치운 양현종이 지금의 페이스를 꾸준히 이어간다면 1995년 LG 이상훈 이후 토종 좌완 선발 투수로는 22년 만에 20승 고지를 밟을 수 있다. 또한 타이거즈 선수로는 1990년 선동열 이후 27년 만이자 이상윤, 선동열에 이어 세 번째 20승 투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KIA 입장에서 양현종을 바라보는 속내는 다소 복잡할 수 있다. 커리어하이를 향해 달려가는 양현종의 올 시즌 이후가 걱정되기 때문이다.

KIA는 지난 시즌 후 FA 자격을 얻은 양현종과 1년 22억 5000만 원(계약금 7억 5000만 원+연봉 15억 원)의 단기 계약을 맺었다.

액수는 물론 기간 모두 야구팬들에게 큰 충격을 안긴 계약이다. 속사정이 있었다. 당초 KIA는 양현종이 일본 등 해외 진출을 모색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주력했던 부분이 바로 최형우와의 계약이다.

KIA는 최형우에게 당시 역대 최고액인 100억 원을 안겼는데 나지완(4년 40억 원)까지 포함해 과다 지출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양현종이 국내 잔류를 택했고, 고육지책으로 꺼내든 카드가 바로 1년 단기 계약이었다.

양현종이 수령하게 될 22억 5000만 원은 4년으로 환산할 경우 90억 원에 이른다. 팀 동료 윤석민의 조건과 맞춘 것인데 문제는 100억 시대가 열렸고, 양현종이 투수 최고의 매물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대에 못 미친 금액이었다.

KIA 구단도 한 발 물러선 양현종을 위해 통 큰 결정을 내렸다. 바로 선수가 원할 시 보류선수 명단 해제다.

KBO리그 규정상, FA 계약을 맺은 선수는 4년 후 재자격을 얻게 된다. 하지만 구단 측이 방출하게 될 경우 곧바로 타 구단과의 자유계약이 가능하며 보상금 또는 보상선수도 발생하지 않는다. KIA는 구단의 권리를 선수가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올 시즌 활약 여부에 따라 운명이 크게 엇갈릴 계약이었지만 양현종은 고민 없이 1년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그만큼 자신의 몸 상태에 자신이 있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자신감은 올 시즌 성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결국 KIA는 시즌 후 리그 최고의 투수를 아무런 조건 없이 풀어줘야 할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특히 해외 진출이 아닌 타 구단으로 이적하게 된다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올 시즌 KBO리그 연봉 순위. ⓒ 데일리안 스포츠 올 시즌 KBO리그 연봉 순위. ⓒ 데일리안 스포츠

양현종이 잔류를 선택해도 큰 고민이다. 양현종에게 줘야할 연봉의 규모가 가늠하기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양현종은 올 시즌 리그에서 3번째로 많은 15억 원의 연봉을 받고 있다. 하지만 내년 시즌 KIA에 잔류한다면 FA 계약금을 보장받을 수 없어 이를 오롯이 연봉으로 보전해줘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투수 역대 최고액인 LG 차우찬(4년 95억 원)의 연평균 몸값은 23억 7500만 원이다. 리그 최고의 투수인 양현종에게 차우찬 이상의 대우는 당연하다. 여기에 KIA가 우승까지 차지한다면 연봉 프리미엄까지 붙여줘야 한다. 양현종의 활약상이 웃지도 울지도 못할 상황에 놓이게 된 KIA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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