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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주문만 외고 있으면 한반도서 전쟁귀신 물러가나


입력 2017.08.14 04:24 수정 2017.10.16 09:52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사드 전자파 실험 결과 안믿는 반대파의 떼쓰기

평화는 전쟁 피해서 오는게 아니라 각오함으로써 확보

북한군 전략군은 9일 발표한 대변인 성명에서 "앤더슨공군 기지를 포함한 괌도의 주요 군사기지들을 제압·견제하고 미국에 엄중한 경고 신호를 보내기 위하여 중장거리전략탄도로켓 '화성-12'형으로 괌도 주변에 대한 포위사격을 단행하기 위한 작전방안을 심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위협했다.  사진은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5월 15일 보도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지대지 중장거리 전략 탄도미사일(IRBM) '화성-12'의 시험발사 참관 장면.ⓒ연합뉴스 북한군 전략군은 9일 발표한 대변인 성명에서 "앤더슨공군 기지를 포함한 괌도의 주요 군사기지들을 제압·견제하고 미국에 엄중한 경고 신호를 보내기 위하여 중장거리전략탄도로켓 '화성-12'형으로 괌도 주변에 대한 포위사격을 단행하기 위한 작전방안을 심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위협했다. 사진은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5월 15일 보도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지대지 중장거리 전략 탄도미사일(IRBM) '화성-12'의 시험발사 참관 장면.ⓒ연합뉴스

북한이 괌을 포위 공격하겠다고 공언하면서 구체적인 실행계획까지 공개했다.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인 화성-12형 4발을 괌 주변 30~40km 해상 수역에 탄착시킨다는 계획이라고 한다. 괌 주둔 미군과 주민들을 섬에 가둬놓고 포격을 가한다는, 말하자면 포위섬멸 계획의 과시인 셈이다. 어느새 북한이 미국의 영토 일부를 특정해서 구체적인 위협을 가하기에 이르렀다. 우물쭈물한 결과다.

괌 주정부와 주민들이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들린다. 주민 대피훈련이 실시됐는가 하면 물과 식량 가스 등을 미리 확보하는 주민들도 있었던 모양이다. 괌 국토안보부는 비상행동수칙 전단까지 만들어 배포했다고 워싱턴 포스트(WP)가 지난 11일 전했다.

마침내 과학을 밀어낸 떼쓰기

우리 국민들? 느긋하기 이를 데 없다. 괌 주민들의 대응에 대해 “호들갑스럽기는…”하면서 피식 웃고 말았을 듯하다. 바로 머리위에 핵무기와 미사일을 이고 사는 처지인데도! 너무 잦은 북한의 도발과 위협에 면역이 되어버린 탓인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자가면역질환을 의심할만한 안보 기피 현상이다.

그 단적인 예를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국민적 갈등과 대립현상이 보여 준다.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가 치명적이라며 반대하던 일부주민 및 사회단체들이 지금은 환경영향평가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지난 12일 실시된 기지 내 전자파 및 소음 측정에서 거의 무시해도 될 수준이라는 결과가 나왔지만 이들은 오불관언이다.

소성리 종합상황실 측은 13일 “엄청난 출력의 전자기기(사드)가 돌아가고 있는데, 도심에서 잰 것보다 낮은 전자파 수치가 나오는 게 말이 안 된다”면서 “우리가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를 불러 측정을 다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언론들이 보도했다. 집단적 떼쓰기가 마침내 과학을 패퇴시키는 순간이었다. 이것이 ‘선진국 진입’운운하는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정권을 무너뜨린 촛불집회, 과학을 이겨낸 떼쓰기는 우리를 어떤 세상으로 이끌 것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밤 북한이 ICBM 발사한 직후 소집한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보관중인 사드 4기의 임시배치를 (미국과) 협의하라고 결연히 지시했다. 전자파 위험이 없다는 것도 확인되었다. 그런데도 집권 민주당은 ‘일반 환경영향평가 등의 절차’를 다시 주장하고 나섰다. 참으로 대단한 배짱이다. 아니면 고도근시 증상인가.

문 대통령 자신도 지난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의 ICBM 발사와 관련해 통화를 가진 후 지금까지 이 문제에 대해 이렇다 할 언급을 않고 있다. 어느새 대통령의 긴장도 풀리고 말았는가. 아니면 애초에 긴장 따위는 하지도 않았던 것인가.하긴 트럼프와의 통화에서도 문 대통령이 강조한 것은 오직 ‘평화’였다.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의 참상이 일어나는 것은 결코 용인할 수 없는 만큼, 북핵 문제를, 궁극적으론 한미 간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평화외교적 방식으로 해결해나가야 한다.”

미국은 모든 옵션을 다 테이블에 올려둔 상태라며 북한을 압박하는데 우리는 절대로 군사적 대응은 안 된다는 전제조건을 온 세상이 알게 공표하고 있다. 평화 주문만 끈질기게 외면 전쟁 귀신은 알아서 도망갈 것이라고 믿는 것일까? 신뢰의 바탕이 흔들릴 때 대화는 겉돌 수밖에 없다.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는 것이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의 인식도 태평이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 10일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북한이 벼랑 끝으로 가고 있지만 벼랑에서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의 어느 핵심관계자는 “상황이 엄중해질수록 대화의 모멘텀이 만들어지지 않겠느냐는 판단도 있다”고 했다던가. 마치 경기 해설자의 관전평을 듣는 기분이다. 이 느긋함의 원천은 무엇인지 그게 신기하고 궁금하다.

협박 다음에는 주먹이 나간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일 ‘화염과 분노’ 발언을 한 후 11일까지 사흘 사이에 세계 주식 시가총액(종가 기준·달러 환산)이 1691조원(1.8%)이 날아갔다고 연합뉴스가 블룸버그를 인용, 보도했다. 물론 회복되기는 하겠지만 북한 ICBM 파장은 전 세계의 경제를 출렁이게 할 정도로 컸다. 그런데도 그 위협을 직접 받고 있는 한국은 꿈쩍도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사드배치 현장에선 “사드 갖고 떠나라”고 쓴 대형 현수막을 찢어발기는 퍼포먼스가 벌어지기까지 했다. 시위대는 “미국을 반대한다”, “미국을 몰아내고 조국통일 실현하자”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는 보도다.

대통령과 정부는 말이 없고 시위대의 격한 구호만 난무하면서 한미관계를 헤집고 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안보외교특보가 미국에 가서 “사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동맹이 깨진다는 인식이 있는데 그렇다면 그게 무슨 동맹이냐”고 따졌다더니 시위대가 한미동맹 공고성을 시험하는 것인가, 아니면 ‘동맹도 아니다’라는 걸 입증해 보이겠다는 것인가.

미국을 몰아낸다 하자. 그러면 북한 김정은이 갑자기 순한 양으로 돌변해서 우리와 평화롭게 공존하면서 민족통일을 추구할 것이라는 보장을 받은 바 있는가. 미군이 물러간 후의 안보 대책은 확고히 세워졌는가.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할 경우 시위 참가자들은 목숨을 걸고 막아줄 각오가 되어 있는가.

물론 한반도에서 전쟁이 또 일어나선 안 된다. 북한의 태도에 달리긴 했지만 아마 (우리가 간절히 바라건대) 안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적대하는 양 세력 간에 절대 평화란 있을 수 없다. 0.1%의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하는 게 전쟁이다. 그 때문에 상비군을 두고 천문학적 국방비를 투입하는 것 아닌가. 평화는 전쟁을 피함으로써 얻어지는 게 아니라 전쟁을 각오함으로써 확보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국가안전보장회의의 공식입장은 이렇다.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고조나 무력충돌은 어느 나라에도 도움이 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굳건한 한·미 연합 방위태세를 토대로 미국 등 주요국들과 협력 아래 한반도 긴장 해소와 평화관리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기로 했다.” 10일의 상임위원회 결론이었다.

‘모든 조치’가 어떤 것인지 말해 주지 않으니 알 수가 없다. 다만 지금까지의 경험이나 문 대통령 등 정부 책임자들의 언급으로 미루어 무슨 대단한 대책이 강구될 것 같지는 않다. 미국과 북한 사이의 협박 경쟁을 지켜보면서 시간을 보내다보면 언젠가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불안한 희망’에 매달린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

경험하지 못한 나라 이런 건가

문제는 국가 간의 극단적 협박‧공갈이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정리된 적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다. 협박이 잦아지고 격해지면 그 다음엔 주먹이 나간다. 인류사의 경험이 주는 교훈이다. 증강된 무력은 반드시 시험된다. 이 또한 경험칙이다. 반면에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은 단지 희망일 뿐 성사가 보장된 방법이 아니다. 특히 북한 김정은 정권과 같은 비이성적 집단의 협박을, 대화로 포기시킬 묘수가 있을 리 없다.

미국과의 동맹관계 유지‧강화가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라면 거기에 충실해야 한다. 동맹이란 2인3각의 관계나 마찬가지다. 보조가 엇갈리면 쓰러질 수밖에 없다. 한미동맹 이외의 생존 방안이 있다면 그걸 제시하시라. 엉거주춤하고 있는 사이에 상황은 시시각각 우리의 목을 죄어온다는 것을 왜 모르는 척하는가.

“제 가슴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습니다.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문재인 대통령 취임사)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니까 두려운 것이다. 판타스틱한 미래의 청사진을 흔들며 약속하는 리더는 독선‧독단적이기 쉽다. 아무리 정치적 레토릭이라도 지나치게 추상적인 말의 잔치는 마땅히 경계되어야 한다. 그런 현실성이 결여된 꿈을 가지고 이 엄중한 한반도 안보상황에 대응하려 해서는 위기만 고조시킬 뿐이다(청와대 고위 관계자라는 분은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로 한반도 안보상황이 매우 엄중해지는 건 사실이지만 위기로까지 발전하고 있는 건 아니다”라고 호기롭게 단언했다지만…).

트럼프는 11일 오전 “북한이 현명하지 않게 행동할 경우 대응할 군사적 해결책이 완전히 준비됐고(in place) 장전 완료됐다(locked and loaded)”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이어 미 태평양사령부는 트위터를 통해 “괌에 있는 미 공군 B-1B 폭격기들은 명령이 떨어질 경우 ‘파잇 투나잇’(Fight Tonight)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대기 중”이라고 전했다. 위협에는 위협으로! 그 다음은 어떻게 될까? 김정은이 무릎을 꿇을 뜻이 전혀 없다면 위협의 강도를 높일 것이고, 트럼프는 전쟁을 각오할지도 모른다. 아니면 아예 한국을 떠나든가. 이러는 동안에도 한국의 대통령은 구경만 할 것이다. 그 외엔 선택지가 없을 것이므로!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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