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조영남은 정말 파렴치한 사기꾼인가


입력 2017.08.14 04:28 수정 2017.08.14 06:25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닭치고tv>공권력으로 예술을 재단하는게 문제

그림 대작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조영남에게 실형이 구형됐다. ⓒ연합뉴스 그림 대작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조영남에게 실형이 구형됐다. ⓒ연합뉴스

조영남 사기혐의에 대한 여섯 번째 공판에 조영남을 질타하는 여론이 다시 한번 들끓었다. 재판에서 조영남을 옹호한 진중권도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진중권은 참여정부 당시 네티즌의 비난을 받다가 이명박 정부 이후론 강력한 지지를 받아왔는데, 조영남 옹호로 다시금 질타를 받았다.

두 정권에 걸쳐 네티즌의 사랑을 받았던 진중권마저 조영남을 옹호하자마자 비난을 받을 정도로 조영남에 대한 여론이 부정적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영남을 사기꾼으로 단정 짓는 분위기다. 방송도 조영남을 파렴치범 수준으로 몰아가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정말 그는 파렴치한 사기꾼인 걸까?

사람들의 생각은 간단하다. 미술은 미술가가 직접 작업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미술에서 이런 관념은 이미 깨졌다. 현대미술은 손을 떠나 머리로 들어갔다. 철학적 사고, 아이디어, 개념이 더 중요해졌다는 이야기다. 누구의 손으로 만들었는가가 아닌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생각인가가 중요하다. 화투 콘셉트 작품은 조영남 고유의 아이디어였다.

검찰 측 증인은 조영남을 미술가가 아닌 연예인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하지만 조영남이 미술에 진지하게 임했다는 정황이 있다. 1973년에 첫 개인전을 연 이래 연예인으로 활동한 시간 그 이상으로 미술작업에 시간을 쏟았다고 한다. 2007년엔 <현대인도 못 알아먹는 현대미술>이라는 책도 냈다.

‘내가 지금까지 몸 전체로 팝아트와 함께 존재했다는 사실이 나를 풍요롭게 하고 지금 방바닥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양말짝이 그것 자체로 위대한 예술이라는 팝아트의 정신은 나를 철학적으로 안락하게 한다.’

그 책에서 조영남이 한 말이다. 공장에서 찍어낸 ‘양말짝’도 예술작품이라는 것이다. 이런 예술관으로 작업했다면, 조수를 쓰는 게 이상하지 않다.

조수를 안 쓰는 것처럼 속인 게 나쁘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한때 조수가 조영남의 집에 기거하다시피 하면서 사람들에게 목격됐다는 진술이 있다. 조영남 입장에선 조수를 쓰건 안 쓰건 중요한 이슈가 아니기 때문에 일일이 말을 안 했을 수 있다.

구매자가 조영남의 작품으로 알고 샀다면 구매자 입장에선 사기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구매자가 현대미술 작품을 주문하고 조영남이 현대미술 작품을 제공한 것이 맞는다면, 그리고 현대미술에 누구 손으로 만들었는가가 중요하지 않은 속성이 있다면 구매자가 무엇을 기대했던 간에 조영남이 책임질 일은 없다.

사실 자기 아이디어이기만 하면 남의 손을 빌려도 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조영남 조수가 자신이 조영남보다 더 그림을 잘 그린다고 주장하는데, 기술이 뛰어난 사람이 일당 받고 그보다 못한 사람의 대작일을 하는 것도 사회적 정의감에 부합하지 않는다.

그런데 현대미술이 그렇다. 이미 대중의 상식을 벗어난 지 오래다. 상당히 괴상해졌다고 보면 된다. 조영남도 그런 흐름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2007년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팝아티스트라고 하면서 앤디 워홀을 거론하고 현대미술의 가치를 ‘이름값’이라고 했다. 나중에 ‘현대미술은 사기꾼놀음’이라고 하기도 했다.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비판하면서 다른 예술관을 세우면 된다. 얼마든지 육박전을 벌일 수 있다. 조영남 미술이건 현대미술이건 쓰레기 취급을 해도 된다. 단 그 일은 공론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공권력이 끼어들어 ‘우리가 법으로 예술의 기준을 세우겠다’, ‘이제부터 자기 손으로 직접 작업한 것만 예술이다’, 이런 식으로 나서는 건 이상하다. 공권력이 이렇게 우악스럽게 나서니 조영남의 예술적 지위만 더 올라가는 형국이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 기자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하재근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