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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100일] '문재인式' 화법, 3가지 특징은?


입력 2017.08.13 06:01 수정 2017.08.13 11:33        황정민 기자

“카드빚 근심하던 청년은"…이성보단 ‘감성'

착한아이 콤플렉스…"모범생 같은 말만해"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 국회에서 첫 시정연설로 '일자리 추경' 시정연설을 갖기 위해 국회 본청으로 향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 국회에서 첫 시정연설로 '일자리 추경' 시정연설을 갖기 위해 국회 본청으로 향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연예인만큼이나 정치인도 ‘이미지’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 정책 구현을 위해 대중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기 위한 노력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지 오래다. 국민의 귀를 두드리는 ‘화법‘역시 정치인에게 중요한 이유다. 취임 100일을 앞둔 문재인식(式) 화법을 들여다봤다.

“카드빚으로 근심하던 청년은"…이성보단 ‘감성'

“제 가슴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습니다.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문재인 대통령 취임사)”

“실직과 카드빚으로 근심하던 한 청년은 부모에게 보낸 마지막 문자에 이렇게 썼습니다. ‘다음 생애는 공부를 잘할게요.’ 그 보도를 보며 가슴이 먹먹했던 건 모든 의원님들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추경안 국회 시정연설)”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은 감성적 언어로 가득 찼다. 이른바 ‘일자리 추경안’ 통과를 위한 국회 시정연설에선 '취준생(취업준비생) 스토리텔링'까지 동원했다. 그래서 “울림을 줬다”는 호평이 지배적이었다. 그가 20~40대의 젊은 유권자들과 여성에게 큰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주된 요소로도 꼽힌다. ‘이미지 정치’ 시대에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감성 화법 뒤엔 신동호 청와대 연설비서관이 있다. 시인 경력의 신 비서관은 2012년부터 문 대통령 옆에서 그의 메시지를 다듬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과 함께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간부로 활동한 주사파 운동권 출신이기도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에서 열린 6.15 남북정상회담 17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에서 열린 6.15 남북정상회담 17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착한아이 콤플렉스…"모범생 같은 말만해"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부터 애매모호한 화법을 구사한다는 지적이 일었다. 여기서도 저기서도 공격받지 않으려다 보니 결국 양쪽 모두 고개를 갸웃거릴 말을 늘어놓는다는 것이다. 일명 ‘착한아이 콤플렉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19대 대선 후보자 토론회 당시 문재인 후보는 “집권하면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겠느냐”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질문에 “일부 조항을 개선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국가보안법을 왜 폐지하지 않으려 하냐”고 따져 묻자 “폐지에 반대한 적은 없다”고 말해 좌·우 지지자들 모두에게 빈축을 산 바 있다.

최근 야권에서 문 대통령을 향해 “착한아이 콤플렉스냐”는 질타가 또다시 나왔다. 이철우 한국당 최고위원은 지난 10일 “(정부가) 평화, 대화, 비핵화 등 모범생 같은 이야기만 하니 ‘착한아이 콤플렉스’란 말이 도는 것”이라고 했다.

문 정부가 북한의 잇단 무력도발과 “서울 불바다” 위협에도 "대화의 문을 열어두겠다"며 강경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데 따른 비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 국회에서 첫 시정연설로 '일자리 추경' 시정연설을 갖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 국회에서 첫 시정연설로 '일자리 추경' 시정연설을 갖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흠집내기식 인사청문회?…'문로남불'

내로남불.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줄여 쓰는 말이다. 상대방의 이중 잣대를 지적할 때 사용한다.

문재인 정부가 인사청문회를 두고 한 말과 관련, 내로남불을 응용한 ‘문로남불(문재인이 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이라는 조롱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14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식에서 “인사청문회를 후보자 흠집내기 식으로 진행하니 정말 좋은 분들 중에 고사한 분이 많다”며 야당의 혹독한 도덕적 기준에 대해 토로했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문회가 신상털기로 흘러 많은 후보자가 자리를 고사했다”고 말했던 것과 같다.

이와 관련,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본회의에서 "'구시대 관행과 결별하겠다'고 약속한 문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 보름여만에 '문로남불'이라는 말이 시중에 화제다"며 "발표하는 인선마다 위장전입, 취업특혜, 학력위조, 여성비하가 넘쳐난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김 공정거래위원장이 부인 취업특혜·다운계약서·위장전입·논문표절 등 ‘5대 고위공직 배제원칙’에 해당하는 각종 의혹에 휩싸였으나 결국 임명을 강행한 바 있다.

이외에 강경화 외교부장관, 송영무 국방부장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등도 야권의 "5대비리 종합세트, 5대비리 전관왕"이라는 질타를 무릅쓰고 임명이 강행됐다.

황정민 기자 (jungmin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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