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국민 타자’ 이승엽, 후계자 없는 KBO리그 현실


입력 2017.08.10 15:35 수정 2017.08.11 08:39        데일리안 스포츠 = 케이비리포트팀

‘대형 스타’를 넘어섰던 이승엽

그의 은퇴가 더욱 아쉬운 이유

삼성 이승엽 ⓒ 삼성 라이온즈
삼성 이승엽 ⓒ 삼성 라이온즈

삼성 라이온즈가 4위 LG를 잡고 연패를 끊었다.

전날 선발과 불펜이 모두 무너지며 8-10으로 패했던 삼성은 9일 경기에서도 경기 초반 4실점하며 패색이 짙었지만 3회말 이후 추격을 시작하며 결국 7-4로 기분 좋은 역전승을 거뒀다.

그리고 역전극의 중심에는 바로‘국민 타자’ 이승엽이 있었다. 전날 류제국을 상대로 461호 홈런을 터뜨렸던 이승엽은 결정적인 순간 3안타 3타점을 터뜨리며 팀 승리를 견인했다. KBO리그 사상 역대 3번째인 15년 연속 100안타 달성이라는 훈장도 챙겼다.

이제 이승엽의 플레이를 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시즌 종료 후 은퇴를 예고한 그가 소속된 삼성의 잔여 경기는 37경기에 불과하다.

현재 삼성은 42승 4무 61패 0.408의 승률로 8위에 처져 있다. 5위 넥센 히어로즈에는 무려 12경기 차로 삼성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2014년까지 통합 우승 4연패를 달성했던 명문 구단 삼성은 지난해 이후 하위권 팀으로 쇠락했다. 이 와중에 사자 군단의 상징인 이승엽의 은퇴가 예정되어 있어 아쉬움은 더욱 크다. 가을야구에서 이승엽의 활약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이미 사라진 것이 사실이다.

한편 이승엽은 KBO리그 사상 최초로 시행되는 '은퇴 투어'의 주인공이 됐다. 그가 첫 대상으로 선정된 이유는 2002년 삼성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하고 2003년 단일 시즌 최다 홈런 56개를 비롯해 KBO리그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겼기 때문만은 아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한국 야구는 사상 첫 메달을 획득했다. 동메달 결정전에서 아시아 야구의 ‘맹주’를 자처하던 일본을 꺾고 차지한 값진 메달이었다. 이승엽은 일본의 에이스 마쓰자카를 무너뜨리는 결승 2루타를 터뜨렸다.

2006년 제1회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이승엽은 4경기 연속 홈런을 포함해 5개의 홈런을 몰아치며 한국을 4강에 올려놓았다. 특히 1라운드 최종전 일본전에서 8회말에 터뜨린 역전 2점 홈런은 도쿄돔을 가득 메운 일본 관중들을 침묵으로 빠뜨린 결승포였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이승엽은 준결승 일본전과 결승 쿠바전에서 모두 결승 홈런을 뿜어내며 한국 스포츠 사상 올림픽 남자 구기 단체 최초 금메달의 쾌거에 앞장섰다. 예선전 내내 잠잠했던 그의 방망이는 결정적인 토너먼트에서 폭발했다.

이승엽이 ‘국민 타자’로 불린 이유는 국제 대회에서 꼭 필요한 순간 마치 기적처럼 그의 방망이가 불을 뿜었기 때문이다. 야구 만화의 클라이맥스보다 더욱 극적인 순간의 주인공은 항상 이승엽이었다.

삼성 이승엽 최근 6시즌 주요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삼성 이승엽 최근 6시즌 주요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이승엽은 1995년 프로 데뷔 이후 선수 생활 내내 이렇다 할 구설에 오르내린 적이 없었다. 최근에는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아 일부 프로야구 선수들이 사회적 지탄까지 받는 것과 대비되는 지난 22년간의 프로 선수 생활이었다. 이승엽은 프로선수로서 모범적인 자기 관리의 표상이었다.

그럼에도 이승엽은 은퇴 투어가 간소하게 치러지길 바란다는 겸손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순위 경쟁이 한창인 시즌 막판 상대 팀들에게 자신의 은퇴 투어가 누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배려다.

돌이켜 보면 이승엽은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홈런을 터뜨리고도 여느 선수처럼 화려한 배트플립이나 세리머니를 하지 않고 덤덤히 다이아몬드를 돌며 상대의 기분을 배려하는 선수였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승엽의 뒤를 잇는 ‘국민 타자’ 혹은 ‘국민 투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신의 소속팀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는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잘 해야 본전’인 국제 대회에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것은 물론 선수 생활 내내 귀감이 되거나 소속팀을 넘어 사랑받는 선수는 찾아보기 어렵다. 투타를 통틀어 금지 약물 전력 선수들이 주요 부문 상위권을 휩쓸고 있는 것이 씁쓸한 현실이다.

이승엽의 은퇴 후 전국민적인 사랑을 받는‘대형 스타’의 부재는 KBO리그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언론과 팬들이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가질만한 스타플레이어가 없다면 리그에 대한 관심은 감소를 피하기 어렵다. 과연 이승엽의 위상에 버금갈만한 ‘국민 선수’가 다시 배출될 수 있을까. 당분간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글: 이용선, 김정학/정리 :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김정보 기자 (asda@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김정보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